주한스웨덴대사관 박현정 공공외교실장의 사회로 제12회 스웨덴 영화제의 개막식이 진행되는 모습이다. <strong>김수미 기자
주한스웨덴대사관 박현정 공공외교실장의 사회로 제12회 스웨덴 영화제의 개막식이 진행되는 모습이다. 김수미 기자

1일 본교 아트하우스 모모에서 스웨덴 영화제의 열두 번째 막이 올랐다. 개막 당일, 주한스웨덴대사 다니엘 볼벤(Daniel Wolvén)이 참석해 개막사를 했고 공식 개막작 ‘코미디 퀸’(2022)이 상영됐다. 스웨덴 영화제는 2012년 스웨덴 왕비 실비아(Drottning Silvia)가 처음 개최한 이래로 매년 아트하우스 모모에서 열렸다. 

주한스웨덴대사 다니엘 볼벤은 개막사에서 “동양의 12간지처럼 스웨덴 영화제도 12주년을 맞아 더욱 의미 있다”며 “스웨덴 영화제는 엄선된 최신 스웨덴 영화를 한국 대중에게 선보이며 스웨덴 문화를 경험해볼 수 있는 플랫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스웨덴 영화제가 처음 생긴 이후로 지금까지 한 번도 한국 문화 주요 행사 캘린더에서 빠지지 않았다”며 뿌듯함을 전했다. 

주한스웨덴대사 다니엘 볼벤이 개막사를 하고 있다. <strong>김수미 기자
주한스웨덴대사 다니엘 볼벤이 개막사를 하고 있다. 김수미 기자

개막식은 주한스웨덴대사관 박현정 공공외교실장의 사회로 진행됐다. 한서문화예술협회 이상균 회장과 영화사 ‘백두대간’ 이광모 대표가 차례로 축사를 담당했다. 이 대표는 “스웨덴 영화제가 전 세계에서 진행되고 있지만 한국의 규모가 제일 크다”며 “스웨덴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이번 영화제를 통해 다양한 장르의 스웨덴 영화를 관람하고 쉽게 접할 수 없었던 스웨덴의 문화를 느껴보라”고 말했다. 

제12회 스웨덴 영화제는 축구선수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Zlatan Ibrahimović)와 스웨덴 여성 화가 힐마 아프 클린트(Hilma af Klint)의 삶을 조명한 전기 영화부터 소수민족인 사미족의 문화, 스웨덴 퀴어 역사를 담은 다큐멘터리 등 다양한 장르의 영화가 함께한다. 스웨덴의 가족 문화와 사회상을 담은 영화들도 있다. 또 2022년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인 루벤 외스틀룬드(Ruben Östlund) 감독의 ‘슬픔의 삼각형’(2022)도 3일 특별 상영됐다. 

개막사와 환영사가 끝난 후 개막작으로 선정된 ‘코미디 퀸’이 상영됐다. 세상을 떠난 엄마를 그리워하는 13살 소녀 ‘사샤’가 다시 살아갈 용기를 내는 가족 드라마이자 성장 드라마이다. 극중 사샤는 엄마가 세상을 떠난 후 슬픔에 빠진 아빠를 다시 웃게 하기 위해 스탠딩 코미디를 통해 코미디 퀸이 되려 한다. 가족을 잃은 슬픔을 저만의 방법으로 극복하려는 사샤의 모습에 관객들은 눈물을 글썽였다. 엔딩 크레딧이 끝나고 스크린이 꺼지자 관객들 사이에선 박수가 터져 나왔다. 

개막작이 끝난 후 정지혜 영화평론가와 최낙용 영화 프로듀서가 시네마 토크를 열었다. 정 평론가와 최 프로듀서는 개막작 ‘코미디 퀸’을 향한 자신들의 감상평을 공유했고 관객과의 대화도 진행했다. 최 프로듀서는 “주인공 사샤가 13살인데 돌아가신 어머니를 그토록 깊이 기리고 남아 계신 아버지를 배려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며 “스웨덴을 비롯한 북유럽 문화 자체가 사샤처럼 성숙함을 바탕으로 한 문화인지 궁금할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스웨덴 국가 크기는 작고 인구도 그렇게 많지 않은 편인데 오랫동안 역사적으로 훌륭하고 멋진 영화인들이 많이 나오는 것 같다”고 감상평을 전했다. 

‘코미디 퀸’이 개막작으로 선정된 것은 주한스웨덴대사관과 스웨덴 영화제가 열리는 전국 5개 극장에서 협의한 결과다. 최 프로듀서는 “상실의 아픔이라는 보편적 감정을 각자의 속도로 견디고 있는 이야기를 개막작으로 선정했을 때 관객의 공감이 클 것이라고 예상했다”고 말했다. 

정 평론가는 <씨네21> 기자로 일하던 시절 예테보리 국제 영화제에 참여했을 때의 기억을 떠올렸다. 그는 “평등과 다양성을 지향하는 스웨덴 영화계는 여성 서사에 대한 관심이 많아 여성 영화인들의 움직임이 활발하다”고 말했다. 정 평론가는 “스웨덴을 갔을 때 로이 안데르손(Roy Andersson) 감독의 제작사를 방문했다”며 “그때 안데르손 감독이 스웨덴 영화의 근간을 이루는 것은 인본주의라고 말했던 게 기억난다”고 말했다. 그는 스웨덴 영화제에서 상영될 영화들에는 “인본주의 문화를 바탕으로, 다양성과 소수자를 존중하는 스웨덴의 문화가 담겼다”고 말했다. 

제12회 스웨덴 영화제 상영관으로 관객이 들어가고 있다. <strong>김수미 기자
제12회 스웨덴 영화제 상영관으로 관객이 들어가고 있다. 김수미 기자

아트하우스 모모에서 열린 이번 제12회 스웨덴 영화제의 객석에는 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보이는 청년들부터 백발의 노년층까지 다양한 연령대가 자리했다. 개막식에 참여한 스웨덴 영화제 앰배서더 문희수(24·여)씨는 “스웨덴 영화는 한국 영화에 비해 직설적”이라며 “예쁘게 꾸며서 표현을 하기보다 그 상황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다”고 감상을 전했다. 

개막 당일 오전11시부터 영화제에 와 ‘사미 스티치’(2022), ‘이민자들’(2021), ‘코미디 퀸’을 모두 감상한 배경진(26·여)씨는 “세 작품의 주요 인물이 모두 여성”이라며 “스웨덴 영화제에서 여성 영화의 비중이 상당히 높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관객이자 스웨덴 영화제 앰배서더로 참석한 한형주(25·남)씨는 “스웨덴 영화는 다른 국가 영화와는 차별되는 독특한 시각을 갖고 영화를 전개한다”며 “영화제에서 상영된 ‘이민자들’을 보며, 1850년대 미국으로 넘어갔던 스웨덴 사람들이 국가 정체성 갈등을 겪는 모습이 색다르게 다가왔다”고 말했다. 

한편 영화제는 7일(화)까지 진행되며, 개막작이었던 ‘코미디 퀸’ 상영을 끝으로 막을 내린다. 영화가 끝난 후 스웨덴 영화제에 선정된 작품의 감독들과 허남웅 영화평론가, 정 평론가가 화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한 영상도 관람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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