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 본교는 교육의 산실이기도 하지만 92곳의 연구기관을 보유한 연구터이기도 하다. 이에 본지는 변화를 이끌고 현실을 포착하는 흥미로운 연구를 소개한다. 1679호에서는 국내 최초의 스포츠 약학 학회인 운동약료회를 운영하며, 감염 치료의 최적화와 스포츠 약료 서비스를 연구하는 이정연 교수(약학과)를 만났다.

 

SNS 계정에 ‘#오운완’(오늘 운동 완료)이라는 문구와 함께 자신의 운동 기록을 올리는 사람들의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KB국민카드가 공개한 소비데이터에 따르면 2019년 대비 2023년 피트니스 업종 매출액은 58% 증가했다. 이렇게 성취감, 몸매 관리 등 다양한 이유로 운동을 하는 사회체육 인구가 증가하며 스테로이드 성분이 포함된 보충제 같은 금지약물이 포함된 건강기능식품에 대한 노출 우려도 커졌다. 금지약물 오남용을 막기 위해 약사들의 전문적 참여가 요구되는 가운데, 우리대학 이정연 교수(약학과)도 이를 위한 ‘약물도핑방지와 스포츠약학’ 연구를 해오고 있다.

 

이정연 교수가 도핑 약물로 분류되는 종류의 약이 들어있는 수납장을 차례로 열어보고 있다. 강연수 사진기자
이정연 교수가 도핑 약물로 분류되는 종류의 약이 들어있는 수납장을 차례로 열어보고 있다. 강연수 사진기자

 

누구나 금지약물에 노출될 수 있다

무지에서 비롯된 금지약물 오남용은 일반인, 젊은층과 노년층 등 각계각층에서 다양한 형태로 일어날 수 있다. 금지약물 오남용의 가장 흔한 사례는 근육 증진을 위한 스테로이드 성분이 포함된 보충제를 복용하는 경우다. 스테로이드는 단백질 흡수를 촉진해 폭발적인 근육량 증가를 돕지만, 무정자증 등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는 대표적인 금지약물이다. 또한 스테로이드 성분이 배출될 것이라는 오해 때문에 스테로이드 성분과 이뇨제를 함께 복용하는 것도 약물 오남용의 사례다. 이뇨제가 스테로이드 성분을 배출한다고 해도 부작용을 피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약물 상호작용으로 인한 위험도 있다. 최근에는 일부 스포츠 센터에서 실적을 부풀리기 위해 스테로이드가 포함된 단백질 보조제를 회원들에게 제공하는 사례가 잇달아 발생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회원들이 자신도 모르게 금지약물에 노출된 것이다.

노년층도 금지약물 노출에서 예외는 아니다. 평균 기대 수명이 늘고 건강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며 운동에 관심을 갖는 노년층이 늘었다. 이들은 운동 수행 능력의 한계로 건강보조식품의 도움을 받아 운동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 만성 질환으로 복용하는 약물이 있는 경우 많은 약물을 동시에 복용해 약물 간의 상호작용에 의한 오남용에 노출될 수 있다.

복싱, 유도 등 체급 조절이 필요하거나 체조와 같이 몸무게에 민감한 스포츠를 즐기기 위해 금지약물 성분의 근육증강제와 이뇨제를 사용하거나, 중추신경 흥분제 성분의 다이어트 보조제의 힘을 빌리는 경우도 있다. 또한 e스포츠, 서핑, 스케이트보딩 등 신규 스포츠 종목의 인기가 증가함에 따라 기존 종목에서 중요치 않았던 집중력 강화, 손떨림 방지 등 다양한 신체 능력이 요구되며 이를 향상시키기 위한 새로운 금지약물 오남용 사례를 발생시킬 수 있다.

이처럼 약물과 보충제의 올바른 복용과 선택은 일반인이 판단하기 어렵기에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일반인은 금지 약물인지조차 모르고 복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이런 문제의식을 기반으로 ‘스포츠약학’ 연구를 통한 약물 오남용에 대한 교육 및 계몽 활동을 해오고 있다. 이 교수는 한국도핑방지위원회(KADA⋅Korea Anti-Doping Agency) 및 세계도핑방지기구(WADA⋅World Anti-Doping Agency) 등의 연구진과 함께 질병 관리와 건전한 스포츠 문화를 위한 약료 서비스 제공을 위해 다양한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건전한 스포츠 문화를 위해

세계도핑방지기구에서 명시한 금지약물의 조건 중 ‘선수의 경기력을 향상시키거나 그럴 잠재력이 존재하는 약물’은 도핑 규제의 가장 중요한 근거다. 스포츠 경기에서 경쟁의 승리는 선수 본인의 땀과 노력을 통해 달성될 때 비로소 의미를 가진다. 약물을 통해 신체 기능을 높여 메달을 따는 것은 스포츠 정신에 위배되기에 반칙 행위로서 엄격히 규제된다.

실제 경기력의 향상으로 이어지지 못했으나 그럴 잠재력을 지닌 약물인 경우, 혹은 금지약물을 복용한 증거가 불충분하지만 금지약물 은폐에 사용되는 약물을 먹은 경우더라도 규제 대상이 되는 것도 같은 이유다. 승패에 관계없이 경기 과정에서 공정한 경쟁이라는 스포츠 정신을 어긴 것이기 때문이다. 또 금지약물을 섭취하면 선수의 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것도 금지약물을 규제하는 중요한 이유다.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약료서비스 개발을 위해 이 교수는 약사들을 대상으로 한 금지약물 교육을 강조한다. 선수가 아닌 일반인에게까지 다가갈 수 있는 현장 적용형 약료서비스 개발을 위해 약국의 약사들부터 금지약물에 대한 지식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그가 속한 한국임상약학회는 스포츠약학에 대한 연구와 현장 적용을 목표로 2023년11월부터 운동약료회(https://www.instagram.com/sportspharmacy.korea)를 운영해 오고 있다. 이 교수는 “약사를 대상으로 한 금지약물 교육을 통해 사회체육인에게까지 약물 오남용에 대한 약료 서비스의 접근성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금지약물 오남용에 대한 본보기를 제공하기 위해 올림픽과 같은 파급력 있는 스포츠 대회에서의 도핑 규제도 중요하다. 이 교수는 2018 평창올림픽·패럴림픽에서 약국 서비스와 금지약물 감독을 담당하는 약무부 총괄직으로 참여했다. 그는 금지약물을 관리, 감독하고 의도치 않은 도핑을 방지해 규정 위반이 일어나지 않도록 기여했다. 올림픽에서의 연을 이어 2024 강원 동계청소년올림픽대회에서도 유소년 선수를 대상으로 안전한 약물 제공과 금지약물 사용 예방을 위한 계몽 활동을 진행했다.

ECEL 약국(Ewha Clinical Experiential Learning Pharmacy)에서 카메라를 응시하며 미소를 짓고 있는 이정연 교수. 강연수 사진기자
ECEL 약국(Ewha Clinical Experiential Learning Pharmacy)에서 카메라를 응시하며 미소를 짓고 있는 이정연 교수. 강연수 사진기자

 

스포츠약학의 미래

약물 복용에 관한 임상 적용과 교육적 책임은 전문가로서 지니는 사명과도 같다. 처방 이후 환자에게 약물 복용에 대해 가장 가까이에서 도움을 줄 수 있는 전문가는 약사이기 때문이다. 그는 도핑 예방에 관한 보건 의료인 교육 활동을 통해 스포츠 약료에 대한 계몽 활동을 지속할 계획이다. 그는 스포츠약학 연구에 대해 “클린스포츠 실현에 기여하고 인류적 성취감을 공유하는 것에서 보람을 느낀다”며 “운동인을 대상으로 한 약료 서비스 개발을 지속할 것”이라는 뜻을 밝혔다.

약료계의 최신 연구 과제는 사회 다변화에 따른 새로운 약물 오남용 사례에 발맞춰 대응하는 것이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International Olympic Committee)와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International Paralympic Committee)는 건전한 스포츠 문화를 위해 경기 종목과 운영 방식을 개선하는 등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금지약물 목록 또한 지속적으로 추가되고 있으며 규정과 처벌수위도 강화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새로운 종목의 채택과 개별 선수층의 특성 같은 다양한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연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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