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현 사회에는 인문학이 실무와 동떨어져 취업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인식이 존재한다. 모집 공고에 ‘상경 계열 학사 우대’를 내거는 회사도 부지기수다. 그럼에도 인문학에 애착을 갖고 한 길로 나아가 삶의 의미를 찾은 사람들이 있다. 장영엽(영문·08년졸) <씨네21> 대표이사를 만났다. 

 

국내 유일 영화 주간지 <씨네21> 장영엽 대표이사. 제공=장영엽 대표
국내 유일 영화 주간지 <씨네21> 장영엽 대표이사. 제공=장영엽 대표

 

국내 유일 영화 주간지 <씨네21> 장영엽 대표이사는 영어영문학을 전공했고 미국학을 부전공 삼았다. 어릴 적부터 문학소녀였던 그는 인문학 전반에 대한 관심으로 국문과, 사학과, 영문과, 철학과에서 열리는 다양한 인문학 수업을 들었다. 세상에 대한 호기심이 많아 기자가 되길 꿈꿨던 그는 학부생 시절 <씨네21>이 개최한 영화 특강에 참여했고 그곳에서 작성한 리뷰가 선배 기자 눈에 띄어 객원 기자로 활동하게 됐다. 장 대표는 <씨네21>의 객원 기자에서 시작해 14년 동안 취재 기자, 취재 팀장, 편집장을 거쳐 2022년에 대표이사가 됐다.

장 대표는 영화 전문 기자로 일하며 영문학 전공자로서 영미권 콘텐츠를 잘 해석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었다. 국내에 유입되는 해외 콘텐츠 중 영미권 콘텐츠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13일 기준, ‘한국 넷플릭스(netflix.com)’의 상위 10위 영화 중 7개가 영미권 영화일 정도다. 그는 "영미권 작가인 버지니아 울프(Virginia Woolf)와 제인 오스틴(Jane Austen)이 쓴 문학 작품들은 여전히 할리우드에서 수많은 콘텐츠를 만드는 데 영감을 주고 있다"며 “영화 기자로서 영문학을 배운 게 유리하게 작용했다”고 말했다.

장 대표는 “좋은 콘텐츠를 만드는 기자가 되기 위해 ‘현재 사람들이 무엇에 관심 있고 무엇을 열망하는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언론사 기자는 세상에 대한 상식이 많을수록 좋고, 교양을 쌓을수록 경쟁력을 갖추게 된다”고 설명했다. 세상을 향한 관심이 많은 사람이 좋은 콘텐츠를 만들어 낸다는 것이다. 그는 인문학이 “인간과 세상에 대해서 공부하는 학문”이라고 말했다. 학부생 시절, 장 대표는 다양한 인문학 분야를 공부하며 영화 분석에 쓰이는 이론들을 미리 접하기도 했다. 영화 철학의 대표 주자였던 ‘슬라보예 지젝(Slavoj Zizek)’과 같은 인물을 철학 수업에서 배운 것은 실무에 나가 영화 평론을 할 때 도움이 됐다.

3월 본교에서 열린 인문워크세미나에서 장영엽 대표가 '마음을 사로잡는 콘텐츠 기획자 되는 법'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제공=장영엽 대표
3월 본교에서 열린 인문워크세미나에서 장영엽 대표가 '마음을 사로잡는 콘텐츠 기획자 되는 법'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제공=장영엽 대표

 

장 대표는 인문학을 공부하며 정의한 지도자의 자세로 회사를 이끌고 있었다. 대학 시절 인문학을 공부하며 “자신에게 질문 던지는 방법을 체화한 경험”은 그에게 올바른 지도자의 자질은 무엇인지 고민하게 만들었다. 그가 정의한 올바른 지도자는 통찰력과 융통성을 갖춘 사람이었다. “한 조직의 대표는 조직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넓은 시야로 통찰력 있게 고민해야 하고 조직의 성격에 따라 융통성 있게 모습을 바꿀 줄 알아야 해요.”

장 대표는 특히 도움이 됐던 인문학 수업으로 영문과의 <영미문화의이해>와 사학과의 <미국사>를 꼽았다. 이 수업들을 통해 “미국의 역사와 문화를 전체적으로 배워 영미권 콘텐츠를 잘 해석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미국 남부 노예제도에 대한 역사적 이해가 있어야 '노예 12년'(2013)이 주는 메시지를 더 깊이 생각해볼 수 있고, 1920년대 신여성 문화를 알아야 '위대한 개츠비'(2013)의 시대적 배경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인문학을 배워 해당 문화에 대한 이해가 있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과 출발선이 다르기 때문에 콘텐츠 산업에서 강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어요."

'위대한 개츠비'(2013)의 이야기는 1920년대 미국을 배경으로 한다. 출처=다음영화
'위대한 개츠비'(2013)의 이야기는 1920년대 미국을 배경으로 한다. 출처=다음영화

 

장 대표는 인문학도들이 자기가 관심 있는 길을 꾸준히 걸어간다면 그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음을 알고 용기 내길 바랐다. “직원을 뽑을 때 ‘이 사람은 우리 회사 아니면 안 되겠다’ 싶은 사람을 뽑아요. 스스로 잘하는 게 뭔지 꾸준히 고민하며 내가 잘할 수 있는 걸 ‘더 잘할 수 있게’ 노력해야 해요.” 인문학과 영화를 사랑하는 마음에, 인문학이라는 한 길로 나아간 장 대표는 좋아하는 일을 ‘더 잘할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었다.

인문학을 통해 세상과 자신을 이해하는 법을 배우며 스스로 걸어갈 커리어를 깊게 고민할 수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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