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교 정문 앞에서 건물공사를 진행 중이다. <strong>이다권 기자
본교 정문 앞에서 건물공사를 진행 중이다. 이다권 기자

공사 소음에 대한 정문 근처 자취생들의 불만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서대문구청이 자체적으로 공사 소음을 통제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대현동, 신촌동이 주거 지역이 아닌 상업 지역으로 분류돼 생활 소음을 규제하는 기준이 높기 때문이다. 

 

공사 소음으로 고통받는 학생들

강미현(경영·20)씨는 정문에서 3분 거리인 ‘마더린러베이글’ 옆 오피스텔에 1년째 거주하고 있다. 강씨가 거주 중인 오피스텔 골목에서는 건물 공사가 한창이다. 강씨는 “오피스텔 바로 옆이 공사장이 아닌데도 공사 소음이 꽤 들린다”고 말했다. 해당 공사 현장에서 정오에 5분간 소음측정을 하면 평균 76dB의 소음이 측정된다. 76dB은 시끄러운 공사장의 소음 정도로 대화가 어려운 수준의 소음이다. 주거 지역 소음규제기준인 65dB보다 높은 수치다.

강씨는 “환기를 위해 창문을 열려고 하면 소음이 크게 들려서 도로 닫게 된다”며 “특히 주말 오전7시부터 공사 소음이 들려서 수면에 방해될 때가 있다”고 말했다. 신촌 경찰서 근처 오피스텔에서 1년째 살고 있는 최유진(국제·20)씨는 “심할 때는 주민들이 잠을 자는 자정부터 오전1시 사이에도 공사 소리가 들린다”고 말했다. 새벽에도 공사가 이어져 학생들이 제대로 취침하지 못하는 것이다. 김채원(경영·19)씨는 이대역 1번 출구 쪽 오피스텔에 8개월째 거주하고 있다. 김씨는 “오전7시부터 공사가 시작돼 해가 지기 전까지 지속된다”며 “공사 소음 때문에 일어나자마자 집에서 나와서 해가 질 때까지 집에 잘 들어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날씨가 더워지는 날에는 소음을 견디기가 더 어려워진다. 김씨는 “요즘같이 더운 날에 문을 열고 통화하면 상대방이 주변이 왜 이렇게 시끄럽냐고 물어볼 정도로 공사 소음이 심하다”고 말했다. “문을 열면 집에서는 뭘 할 수가 없을 정도로 소음이 심해요.”

 

공사 소음 실질적으로 막을 방안 없나

공사 가능 시간대는 법적으로 정해져 있지 않아 공사를 오전8시 이전이나 오후10시 이후로 진행해도 제재하기 어렵다. 일반 주거 지역은 주간 오전8시부터 오후10시까지 65dB 이하 소음만이 허용된다. 그러나 이 기준이 대현동, 신촌동에는 적용되지 않아 본교 주변은 80dB 수준의 소음까지 허용된다. 서대문구청 환경과 관계자는 “신촌 주변 지역은 주거지역이 아니라 상업지역으로 인정되다 보니 공사소음 허용기준이 완화된다”고 말했다. 

공사 소음이 시간대별로 허용되는 소음 수치 기준인 80dB을 넘었을 때는 구청 내 행정처분이 가능하다. 서대문구청 환경과는 “공사 소음으로 민원이 접수되면 공사 현장 관계자에게 불편 사항을 전달해 공사 시간대를 주민들이 원하는 시간대로 조정하거나 저소음 장비를 사용하도록 안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민원이 접수된다고 해도 쉽게 반영되지는 않는다. 서대문구청 환경과는 “민원이 보통 일주일에 6~7번 정도 들어와도 70dB 이상의 소음이 5분 이상 지속돼야 소음으로 인정된다”며 “공사가 실제로 중단된 적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민원이 접수되면 환경과 직원이 직접 자택이나 사업장에서 소음책정을 한다. 공사 중 큰 소리가 들려 소음이 80~90dB로 측정된다 해도 5분 이상 지속되지 않으면 생활소음 규제기준을 어겼다고 보기 어렵다.  

공사 현장 수를 구청이 통제하기 어렵기도 하다. 정문 앞 오피스텔과 가까운 공사 현장은 5월17일 기준 3곳이다. 서대문구청 환경과는 “공사를 하겠다고 접수할 때 양식에 맞게만 작성하면 허가를 해줄 수밖에 없다”며 “특정 지역에 공사장이 많이 몰리는 경우도 생기고 공사소음도 심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공사 총괄 허가를 담당하는 서대문구청 건축과는 “사유재산에 건물주가 본인 건물을 세우는 것 자체를 막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공사 소음에 대한 학생들의 생각은

학생들은 공사 시간대라도 옮길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씨는 “공사를 하면 소음이 불가피하다는 건 알지만 시작 시간이 오전9시나 10시 정도로 늦춰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씨는 “공사 시간이라도 늦은 시간대는 피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씨는 “같은 오피스텔 주민들이 관리실에 소음 관련 민원을 넣는다”며 “일상생활에 지장이 갈 정도로 공사소음이 심한 건 힘들다”고 말했다. “소음 때문에 환기하고 싶어도 창문을 닫아야 해요. 줌 회의를 해야 할 때도 카페에 가는 경우가 많아요. 집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집에서 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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