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아현동에 신설된 엘리베이터 <strong>전유진 기자
                      북아현동에 신설된 엘리베이터 전유진 기자

지하철 2호선 이대역에서 아현역 가는 길에 위치한 북아현동 신촌 웨딩거리,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저층 건물들 사이 거대한 엘리베이터가 생겼다. 남산, 용산구에 이어 서울시 주거지역에 설치된 경사형 엘리베이터다. 2월14일부터 운행을 시작해 20m 높이의 언덕을 운행 거리 42m로 비스듬히 오르내린다. 

엘리베이터가 설치된 북아현동 251번지에서 292번지 일대는 본래 경사 50도 이상의 가파른 비탈면으로 낡은 무허가 경로당과 주택이 자리하고 있었다. 인근 주민들은 이대역이나 버스정류장을 이용하기 위해 가파른 계단이나 비탈길로 400m 이상을 돌아가야 했다.

2020년 서울시는 교통약자들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 먼 길을 우회해 대중교통을 타러 가야 하는 지역 등을 대상으로 ‘구릉지 이동편의 개선 사업’을 실시했다. 주민들의 적극적인 요구로 서대문구는 이 사업에 응모해 약 35억 원의 사업비를 확보하고 2021년 8월부터 엘리베이터 공사를 시작했다. 

공사 과정에서 난관도 있었다. 부지가 가팔라 흙이 쏟아지는 바람에 안전을 위해 공사를 중지한 채 보강 설계를 진행하기도 했다. 난관 끝에 공사는 시작된 지 16개월 만에 완공됐다.

지인 집을 방문할 때마다 엘리베이터를 이용한다는 신지수(기후·19)씨는 “북아현동으로 올라가려면 이대역에서 멀리 떨어진 가파른 계단을 올라가야 했는데 엘리베이터가 생겨 훨씬 편해졌다”고 말했다. 심은별(커미·22)씨는 “자취방에 올라갈 때 10분 넘게 걸렸는데 이제 손쉽게 올라갈 수 있다”며 “특히 본가에 가기 위해 캐리어를 끌 때 불편하거나 위험하지 않아 좋다”고 말했다.

엘리베이터 설치 공사와 함께 낡은 기와 건물이었던 무허가 경로당도 철거 후 신축됐다. 공사 후 이곳을 이용하는 노인들은 더 넓고 쾌적한 공간에서 지낼 수 있게 됐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자마자 보이는 ‘동심경로당’, 벽에 비스듬히 놓인 초록색 새 현판이 눈에 띄었다. 동심경로당 총무 윤병선(75·여)씨는 “출퇴근 시간마다 경로당 옆 엘리베이터를 이용하기 위한 사람들로 붐빈다”며 “엘리베이터가 북아현동 주민들의 ‘큰길’이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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