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교에서 4명의 외교관이 배출됐다. 이들은 1486명이 응시해 40명을 선발한 2022년 외교관후보자선발시험에서 37.2대 1이라는 높은 경쟁률을 뚫고 합격의 기쁨을 누렸다. 본지는 그중 3명의 합격자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외교관의 꿈이 이뤄진 순간

오랫동안 키워온 외교관이라는 꿈을 성취한 정소연씨. 김희원 사진기자
오랫동안 키워온 외교관이라는 꿈을 성취한 정소연씨. 김희원 사진기자

4년 6개월 끝에 긴 수험생활을 마무리한 정소연(사복·22년졸)씨는 2차시험 합격 소식을 듣고 눈물이 흐를 만큼 가슴이 벅찼다. 긴장을 풀기 위해 근처 공원에서 산책을 하고 있던 정씨는 “그 순간 고생했던 지난날이 주마등처럼 스쳐 갔다”고 말했다. 2017년 7월부터 시험 준비를 시작한 그는 수험생활을 무한정 연장할 수는 없다는 생각에 2021년을 마지막 도전의 해로 삼았다.

그해 2차에서도 불합격한 후 정씨는 취업 준비를 시작했다. 금융공기업 최종면접까지 올라갔지만, 오히려 외교관에 대한 열망만 더 커졌다. 그는 “외교관이 아닌 다른 직종에서 진가를 발휘하고 가슴 뛰는 일을 할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며 “덕분에 다시 시험을 잘 준비해 합격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본교 3학년 재학 당시 외교부 서포터즈 활동을 하며 외교관의 꿈을 키웠다. 외교부가 주관하는 행사나 학회를 취재하며 대내외적으로 공적 업무를 담당하는 외교관이라는 직업에 매력을 느끼게 됐다. 특히 한반도 비핵화 전략에 대한 강연을 들으며 외교관으로서 한반도 안보에 기여하고 싶다는 생각을 계기로 시험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박소연씨는 교환학생으로 떠난 프랑스에서 외교관의 꿈을 찾았다. 박성빈 사진기자
박소연씨는 교환학생으로 떠난 프랑스에서 외교관의 꿈을 찾았다. 박성빈 사진기자

3년간의 수험생활 끝에 합격한 박소연(불문·14)씨는 1년 동안 교환학생으로 다녀온 프랑스 시앙스포리옹(Sciences Po Lyon) 대학에서 외교관을 꿈꾸게 됐다. 박소연씨는 “대학에 한국인 학생이 거의 없어 외국인 친구들이 모두 나를 통해 한국이라는 국가를 경험하고 이해했다”며 “자긍심과 동시에 책임감을 느꼈다”고 덧붙였다.

그는 프랑스에서 한국과 외국 사이의 매개 역할을 했다. 감자전, 떡볶이, 불고기 등 한국의 대표 음식을 만들어주며 문화를 소개하고, 뉴스에 나온 한국 소식을 알기 쉽게 설명해줬다. 외교관이 하는 일을 간접적으로 경험하며 박소연씨는 실제 외교관으로서 한국을 대표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시험에 도전했다.

 

합격의 기쁨을 맛보기까지

규칙적인 생활로 외교관의 꿈을 이룬 박보미씨. 제공=박보미씨
규칙적인 생활로 외교관의 꿈을 이룬 박보미씨. 제공=박보미씨

박보미(경제·18년졸)씨는 국가에 이바지하고 싶다는 포부로 수험생활을 시작했지만, 그 과정은 절대 쉽지 않았다. 그는 “2차시험을 치르는 데 필요한 국제정치학, 국제법에 관한 공부 방법을 정착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시험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다 보니 인터넷 강의에만 의존했다.

길어지는 수험생활에 외교관에 합격할 수 있을지 의심은 커져만 갔다. 박보미씨는 이를 극복하고자 기계처럼이라도 규칙적인 생활을 이어갔다. 오전5시에 일어나 새벽 공부를 위해 오전5시30분에는 스터디카페로 가고, 오전7시부터는 독서실에서 공부했다. 오전11시30분에 점심을 먹고 정오부터 30분간 헬스장에서 운동했다. 이후 오후5시30분에는 저녁을 먹고 오후9시30분에는 귀가해 취침 준비를 했다.

 

정소연씨가 시험 준비를 위해 작성한 계획표와 4년 6개월의 수험 생활 동안 매진한 공부 흔적들. 박성빈 사진기자
정소연씨가 시험 준비를 위해 작성한 계획표와 4년 6개월의 수험 생활 동안 매진한 공부 흔적들. 박성빈 사진기자

정씨와 박소연씨의 합격 비결도 꾸준함이었다. 정씨는 주말에도 공부의 흐름을 놓치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일요일 오전에는 쉬더라도 오후에는 다시 공부하며 휴식 시간이 길어지는 것을 방지했다. 공부를 잠시 멈추면 자신을 통제하고 다시 공부를 시작하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멈추지 않고 공부하다 힘이 들 때면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면서 아무 생각 없이 산책하곤 했다.

 

박소연씨가 효율적으로 공부량을 관리하기 위해 직접 만든 학습 체크 리스트. 박성빈 사진기자
박소연씨가 효율적으로 공부량을 관리하기 위해 직접 만든 학습 체크 리스트. 박성빈 사진기자

일요일에도 공부를 이어간 정씨와 달리 박소연씨는 일요일에는 무조건 쉬겠다는 각오로 공부와 관련된 어느 것도 하지 않았다.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먹거나 보고 싶은 드라마나 영화를 정주행하며 자신에게 휴식이라는 선물을 줬다.

대신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는 3년 내내 하루도 빠짐없이 10시간씩 공부했다. 컨디션이 안 좋더라도 쉬지 않고 항상 일정한 공부량을 유지했다. 일상 속 예외를 만들지 않도록 노력한 것이다. 박소연씨는 이 생활을 반복하며 수험생활 동안 지치지 않을 수 있었다.

본교의 외교관후보자선발시험 지원도 큰 도움이 됐다. 5급 공채용 PSAT 시험을 보는 1차의 경우 모의고사를 무료로 지원해주는데, 본교가 배정해준 응시장에 가서 시험을 볼 수 있다. 논문형인 2차 시험에 대해서는 본교 교수가 출제한 모의고사 문제를 제공받았다. 이에 대해 박소연씨는 “교수님이 출제한 시험지를 이용해 실전처럼 연습해볼 수 있었다”며 “이후 특강을 통해 현재 외교 현안이나 관심을 가지고 봐야 할 외교 분야에 대해 더 공부하는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국가와 국민을 위한 외교관을 목표로

이들은 2023년 1월 중순부터 1년간 국립외교원 연수를 거친 뒤 외교관으로 임명된다. 연수 시작 전까지 주어진 휴식 시간, 정씨는 “책상 앞에서만 시간을 보내면서 좁아진 견해를 넓히고 싶다”며 “전국의 주요 명소를 돌아다니며 국내 여행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이들은 모두 국익에 기여하는 외교관이 되고 싶다고 답했다. 박소연씨는 “개인의 이익과 국가의 이익에서 타협하지 않는 외교관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정씨는 한미안보협력과에서 근무하며 한반도 안보에 기여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한국이 분단국가라는 점에서 한반도의 영구적인 평화 체제를 구축하는 데 기여하고 싶다”며 “한반도 주변국과의 협력을 도모해 국제사회 평화를 증진시키는 외교를 펼치고 싶다”고 말했다.

이들은 외교관후보자선발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이화인을 향한 응원의 메시지도 잊지 않았다. 박보미씨는 “수험생활이 쉽지 않겠지만 공직과 자신에 대한 확신을 잃지 않고 최선을 다했으면 한다”며 “내년 1월에 예정된 합격 선배 멘토링을 통해 제 경험을 나눠주고 싶다”고 전했다. 박소연씨도 격려를 남겼다.

“수험생활을 하다 보면 ‘세상에 훌륭하고 똑똑한 사람들이 많은데 과연 내가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면서 자신을 의심하게 됩니다. 그 순간마다 ‘이화라면 못 해낼 게 없다. 절대 기죽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을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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