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3일 인사혁신처는 2022년도 국가공무원 5급 공개경쟁채용시험(공채시험)에서 최종 합격자를 발표했다. 2022년 국가공무원 5급 공채시험 응시자 7495명 중 최종합격자는 263명이 선발돼 경쟁률은 약 31.8대 1이었다. 이 중 5급 공채 일반행정 직렬은 노인영(경제·17)씨, 교육행정 직렬은 이민영(과교·18)씨가 수석 합격자로 선발됐다. 본지는 국가고시에서 성과를 거둔 두 명의 수석 합격자를 만나봤다.

3년 간의 수험생활 끝에 5급 공채에 수석으로 합격한 노인영씨. <strong>박성빈 사진기자
3년 간의 수험생활 끝에 5급 공채에 수석으로 합격한 노인영씨. 박성빈 사진기자

“수석 합격했다는 전화를 받은 순간, 3년이라는 긴 수험생활을 보상받는 기분이었죠.”

노인영(경제·17)씨는 2022년도 국가공무원 5급 공채 일반행정직 선발시험에서 수석 합격의 영예를 안았다. 3년의 수험생활 동안 3번의 5급 공채 선발시험을 응시했던 노씨는 “올해 시험이 가장 어려웠다”며 “수석 합격 결과가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시험장에 나와서도 잘 봤다는 느낌이 정말 하나도 안 들었어요. 솔직하게 떨어지겠다 생각했고 내년에 다시 공부해야 하나 초조한 마음으로 결과를 기다렸죠.”

노씨의 수석합격을 가장 먼저 축하해준 이들은 그의 가족이었다. 서울에서 고시촌 생활을 한 그는 본가가 전북 전주시에 있어 부모님과 멀리 떨어져 지내야 했다. “가끔 부모님께서 저를 보러 서울에 오셨거든요. 계속 서울을 왔다 갔다 하시니까 죄송했는데 이제 그런 고생을 하지 않으셔도 되니 좋아요.” 두 명의 남동생에게도 축하를 받았다. “제게 말로 표현은 안했지만 부모님께서 동생들이 누나 걱정을 많이 했다고 하더라고요. 합격 소식을 누구보다 자랑하고 있다고 들어서 저도 뿌듯합니다.”

공무원은 그가 어릴 적부터 품어온 꿈이다. 부모님으로부터 항상 남을 먼저 생각하라는 이타주의적 가르침을 받아온 노씨는 공무원이 돼 선한 영향력을 베풀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대학교에 입학하고 다른 진로도 고민해봤는데 결국 돌고 돌아 공무원 준비를 하게 됐어요.”

그는 본교 3학년을 마친 겨울방학부터 본격적으로 공무원 준비를 시작했다. 재학 중 합격 하면 졸업유예기간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의 고시생활은 매일이 같았다. 오전7시에 나와 독서실에서 공부하고 오후에는 학원 수업을 들었다. 저녁에는 다시 독서실에서 공부하고 오전12시에 집으로 귀가하는 것이 일상이었다. 조금의 휴식을 위해 일요일에만 오후2시까지 방에서 쉬는 시간을 가진 뒤 다시 독서실에서 공부하는 생활 패턴을 유지했다.

그가 매번 반복되는 일상을 보낸 이유는 긴 수험생활 동안 불안감을 다스리기 위한 익숙함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그는 2020년도와 2021년도 선발시험에서 불합격의 아픔을 경험했다. 초시였던 2020년도 선발시험은 2차시험에서 떨어졌다. 그는 2020년도 시험의 불합격 요인으로 ‘공부량 부족’을 꼽았다. 다음 시험을 준비하기 위해 그는 다시 2차 시험 과목의 개념부터 차근차근 쌓아나갔다.

노트 필기 방식에도 변화를 줬다. 처음에는 학원 강사들이 제공하는 유인물에 가필하는 방식으로 노트 필기를 했다면 2021년도 시험부터는 직접 자신의 언어로 필기 내용을 구성하는 방법으로 바꾸었다. 노씨는 논술형인 2차시험을 대비하기 위해 시험장에서 꼭 써야 하는 키워드만 뽑아 최대한 간결히 정리하려 노력했다. 필기 내용을 반복적으로 읽으며 암기하기 쉽도록 얇은 노트에 정리하기도 했다.

각고의 노력 끝에  5급 공채 수석 합격의 명예를 얻게 된 노인영씨의 비법이 담긴 필기노트.  <strong>박성빈 사진기자
각고의 노력 끝에 5급 공채 수석 합격의 명예를 얻게 된 노인영씨의 비법이 담긴 필기노트. 박성빈 사진기자

공부 방법을 보완한 그는 2021년도 2차 선발시험에 합격했지만 면접 전형에서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공무원 선발시험의 면접 전형 응시자들은 우수, 보통, 미흡 중 하나의 등급을 받게 된다. 우수는 최종합격, 미흡은 불합격 처리되며 보통 등급을 받은 응시자들은 2차 시험 성적이 높은 순으로 나열돼 성적순으로 합격자가 결정된다. 당시 보통 등급을 받았던 노씨는 불합격 처리됐다. 그는 경제학 과목의 2차시험 성적이 현저히 낮았다는 점을 불합격 요인으로 꼽았다. “합격의 문 앞에서 미끄러지니 다음 시험에는 무조건 붙어야 한다는 부담감이 밀려왔죠.”

공무원 선발시험은 2차시험에 합격한 재응시자에게 1차시험을 면제해주고 2차시험부터 준비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공부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많아지자 그는 가장 취약했던 경제학 공부에 몰두했다. 2021년도 시험까지는 이해되지 않는 부분을 그저 암기하려고만 했다. 암기만으로는 새로운 유형을 풀 수 없다는 사실을 시험장에서 체감한 노씨는 개념서를 펼쳐놓고 왜 이런 풀이가 도출됐는지 고민해보며 실력을 키웠다.

공부 방법 외에도 그는 수석 합격의 원동력으로 ‘스터디 활동’을 꼽았다. 스터디 부원들과의 만남은 그의 단조로운 수험생활 속 소소한 행복이었다. 노씨는 같은 목표로 준비하는 부원들에게 고민을 털어놓기도 하고, 실없는 농담도 나누며 고시생활을 버텼다. “독서실 앞에 바베큐 파는 집이 있었어요. 공부가 안될 때 사 와서 스터디 부원들과 함께 옥상에서 나눠 먹었던 기억은 지금도 생생히 기억나요.”

노씨는 2024년 5월부터 공무원 연수를 시작할 예정이다. 연수 기간까지 시간적 여유가 생긴 그는 남은 시간을 어떻게 슬기롭게 보낼지 고민하고 있다. 휴식기 동안 그는 국내와 해외를 가리지 않고 여행을 다닐 계획이다. 다음 학기부터는 다시 학교로 돌아온다. 전공 수업 위주로 수강했던 지난 학기들과 달리 식견을 넓히기 위해 많은 교양 수업을 들어보는 것이 목표다. 외국어를 공부하고 정책 분야 책을 읽으며 공직 생활에 필요한 소양을 기르는 시간도 가질 예정이다.

앞으로 어떤 공무원이 되고 싶냐는 물음에 노씨는 국민들에게 많은 정책적인 도움을 제공하는 사무관이 되겠다고 답했다. “동료 및 상급자뿐 아니라 국민들에게도 궁극적으로 인정받는 공무원으로서 성장하는 것이 제 최종 목표입니다.”

그는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이화인들을 향한 조언 역시 아끼지 않았다. “학교를 다니며 이화인들의 역량이 매우 뛰어나다는 것을 느낍니다. 자신의 역량을 믿고 원하는 바를 두려워 하지 않고 성실하게 준비하신다면 분명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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