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학년도 서울 지역 초등특수교육 수석 이영주씨와 차석 정유씨, 유아특수교육 수석 박세현씨와 차석 성연주씨(왼쪽부터). 이승현 사진기자
2023학년도 서울 지역 초등특수교육 수석 이영주씨와 차석 정유씨, 유아특수교육 수석 박세현씨와 차석 성연주씨(왼쪽부터). 이승현 사진기자

2023학년도 공립 교원임용후보자 선정 경쟁시험(임용시험)에서 본교 졸업생 291명이 합격했다. 특히 특수교육과에서는 2016학년도부터 8년 연속 서울 지역 특수교육 분야 수석 합격자를 배출하고 있다. 

이런 상승세를 타고 2023학년도 서울 지역 유아 특수교육 수석 및 차석, 초등 특수교육 수석 및 차석은 모두 본교 특수교육과 학생들이 석권했다. 유아 특수교육 수석 박세현(특교·23년졸)씨와 차석 성연주(특교·23년졸)씨, 초등 특수교육 수석 이영주(특교·23년졸)씨와 차석 정유(특교·22년졸)씨를 한 자리에서 만나 우수한 성적을 낸 비결을 들어봤다. 

 

수석·차석을 한 소감은

유: 친구들과 여행을 다녀오는 길에 같이 합격자 발표를 봤다. ‘합격만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핸드폰을 가린 손을 조금씩 내려가며 합격 여부를 확인했다. 합격한 것만으로도 기뻤는데 차석을 했다니 너무 감사했다.

영주: 1차 시험을 봤을 때 너무 못 봤다고 생각해 울었던 기억이 난다. 최종 결과가 수석으로 나와서 그때의 속상했던 마음을 보상받는 느낌이었고 가족들도 무척 기뻐했다. 

세현: 시험 공부하면서 합격 문이라도 닫고 들어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수석 합격을 해서 모든 것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월요일에도 즐겁게 출근하고 있다. 

연주: 이번에 유아특수 임용시험에서 9명을 뽑았다. 너무 조금 뽑아서 합격만 하자는 생각으로 결과를 봤다. 근데 차석 합격을 했다니 기뻤다. 엄마께 소식을 전하니 “내가 너 차석 한다고 했잖아”라고 말씀하시더라. 공부하던 모습을 옆에서 오래 지켜봐 오셔서 많이 축하해주셨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은

유: 서울 노원구의 초등학교 특수 학급에서 특수 교사로 일하고 있다. 통합 학급에서 학생들이 다른 학생들과 잘 어울리는지 통합 학급 선생님과 계속 소통한다. 통합 학급은 통합 교육이 이뤄지는 학급인데 이곳에서 특수교육 대상 학생이 비장애 학생과 함께 교육을 받는다. 학부모, 교장·교감 선생님과 개별화 교육 회의도 진행한다. 개별화 교육계획은 각 학생의 발달과 장애 정도에 따라 일상과 교과 측면에서 적합한 교육계획을 세우는 것이다.

영주: 광진학교라는 특수 학교에서 근무한다. 특수학교는 초등학교 과정부터 고등, 성인 전공 과정까지 한 건물 안에 있어서 학생들의 나이대가 굉장히 다양하다. 그중 초등학교 2학년 아이들이 모인 특수 학급 담임을 맡고 있다. 

세현: 서울지역 특수교육지원센터에서 일하고 있다. 장애 관련 서비스나 치료 지원, 장애 진단 평가 등을 하는 곳이다. 특수교육 통계 업무를 맡아 장애 학생이 전국에 몇 명인지, ◆완전 통합 학생이나 ◆부분 통합 학생은 몇 명인지 집계하는 일을 한다. 특수 교사가 없는 학교에 가서 주 1~2회 수업하고 오는 순회 교육도 담당한다.

연주: 공립 단설 유치원의 특수 학급 교사로 일하고 있다. 교사로서의 행정 업무도 하고 현장학습 담당 업무도 맡아서 한다.

 

특수교육과 진학을 꿈꾸게 된 계기는

영주: 초등학교 5학년 때 1년 내내 지적장애를 가진 친구랑 짝을 했다. 함께 지내는 데 어려움이 전혀 없었다. 장애를 가진 친구와 편견 없이 지냈던 이때의 경험이 자연스레 특수교사 일을 하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으로 이어져 특수교육과로 진학하게 됐다.

세현: 중학교 때 1:1 영어 과외를 받으면서 선생님은 학생에게 학습뿐 아니라 정서적 위로도 전해주는 단단한 존재라는 것을 느꼈다. 그래서 교사가 되고 싶었는데 성적을 올리는 교사보단 학생의 삶에 다가가는 교사가 되고 싶었다. 다수의 학생을 맡아야 하는 일반 교사보다 소수의 학생에게 눈 맞추는 교사가 되고 싶은 마음에 특수교육과에 진학하게 됐다. 

 

본교 특교의 명성에 대한 부담은 없었는지

연주: 선배들이 다 줄줄이 수석, 차석 하시고 멘토링 해주실 때도 “너희는 그냥 붙어”라는 식으로 말씀해주셔서 부담이 됐다. 여태까지 이어오던 것을 내가 끊으면 어떡하지 싶었다.

유: 선배님들은 이렇게 방대한 공부량을 어떻게 다 하셨나 싶었다. 그래도 공부 방법을 알려주시고 자료를 나눠주셔서 공부하는 방식을 정립할 수 있었다. 궁금한 게 생길 때 선배님께 연락드리면 흔쾌히 꼼꼼하게 다 알려주셨다. 동기들과 1차, 2차 임용 스터디를 했는데 동기들을 통해서 오히려 더 많이 배울 수 있었다. 

정유씨는 선배들이 준 자료와 가지고 있던 자료를 모아 한 권으로 만들었다. 제공=정유씨
정유씨는 선배들이 준 자료와 가지고 있던 자료를 모아 한 권으로 만들었다. 제공=정유씨

 

본교에서의 배움이 수석·차석 합격에 도움 됐나

영주: 공부하고 있는 서적의 저자가 우리 학교 교수님들일 때 자부심이 컸다. 과제나 팀플로도 수업 실연을 많이 해서 2차 시험 준비할 때도 많이 도움이 됐다. 항상 이대 학생들끼리 스터디 그룹을 꾸리고 수업 실연하니까 상향 평준화된 환경에서 대비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었다.

유: 시야를 넓혀주는 수업과 임용시험 공부의 기반이 되는 수업을 모두 접할 수 있었다. <지적장애학생교육> 등 각 장애 영역에 대한 수업이나 <장애학생가족지원>은 특수교사로서의 시야를 넓혀줬고 <특수교육교육과정>은 임용시험과 좀 더 닿아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본교에서의 배움은 합격을 넘어서 특수교사로서의 정체성을 정립할 수 있도록 이끌어줬다. 

 

임용 준비하는 과정은 어땠는지

유: 3학년 2학기 때 특수교육학만 한 번 훑고 4학년 1학기 때부터 본격적으로 암기하고 기출을 분석했다. 조기졸업을 해서 4학년 2학기는 오직 공부만 할 수 있었다. 임용시험 준비하는 기간 동안 친구를 만나거나 취미 생활을 못 하는 게 힘들었는데 그럴 때마다 스스로를 다독이면서 버텼다. 

영주: 4학년 때 학부를 병행하며 교생 실습 기간을 제외하고 1월 중순부터 11월 초까지 9개월간 공부했다. 1월에 결성한 스터디 동기들 그대로 1~2차 준비를 했다. 스터디를 하면서 공부뿐 아니라 정서적으로 도움을 많이 받았다. 또 기억에 남았던 건 15~16학번 현직 선배들이 직접 오셔서 임용시험 준비 피드백을 해주신 거였다. 교수님들께서도 연락처를 주시면서 준비할 때 어떤 식으로 해야 할지 다 관리해주셔서 큰 도움이 됐다.

세현: 4학년 1학기엔 임용시험 준비와 학부를 병행했고 2학기엔 졸업유예를 해서 공부만 했다. 유아 특수의 경우에는 그 해에 시험을 같이 준비하는 사람들끼리 모여서 1년을 함께 달려간다. 스터디에서는 교수님이나 여러 선배들이 조언해 주시는데 본교 특수교육과에서 배웠기에 얻을 수 있는 행운이었다. 공부량이 매우 방대했는데 선배들이 직접 요약하신 자료를 주셔서 효율적으로 공부할 수 있었다. 

연주: 유아 특수 임용시험을 준비하는 사람들끼리 둘씩 짝지어 스터디를 했다. 중앙도서관(중도)에서 같이 싸온 도시락 먹다가 “우리 그냥 집 갈까?” 해서 집에 간 적도 있다. 둘 다 아기자기한 걸 좋아해서 공부하다가 스티커를 사러 가기도 했다. 그러면 스트레스가 풀리기도 하는 동시에 마음이 엄청 조급해졌다. 놀러 간 다음 날은 둘 다 아침 일찍 도서관에 갔다. 중도에서 열심히 공부하다가 10시에 집에 갈 때면 지하철에 놀다가 집에 가는 술에 취한 사람들이 가득했다. 나 혼자 배낭 메고 모자 쓰고 힘들게 집에 갈 때마다 우울했고 빨리 합격하고 싶었다. 

 

교육계 진출 준비 중이거나 고시 준비 중인 이화인에게 한 마디

세현: 선배들한테 언제든 도움을 요청해라. 우리도 받은 게 너무 많기 때문에 후배들한테 모든 걸 다 줄 마음가짐이 돼있다. 아직 3월이라 갈 길이 먼데 벌써부터 너무 지치지 않길 바란다. 하반기에 쓸 체력을 비축하는 게 정말 중요하다. 스트레스 많이 받지 않았으면 좋겠다. 

영주: 대학 입시 때의 공부 경험이 큰 무기라고 생각한다. ‘이대에 왔는데 이것도 못 하겠나’ 하는 생각으로 공부했다. 그리고 공부에는 때가 있지 않나. 시기를 놓치면 배로 힘들어지기 때문에 1년 바짝 열심히 한다는 생각으로 공부하는 걸 추천한다. 

 

어떤 사명감을 가진 교사가 되고 싶은지

유: 더불어 사는 삶을 가르쳐주고 싶다. 학생들이 ‘나는 도움받는 사람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 어려울 때 도움을 줄 수도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 국어나 수학도 중요한 내용이지만 그보다 중요한 학교 교육의 특징은 전인교육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눔과 사랑을 배워 스스로 도움이 필요할 때 친구들에게 요청할 수도 있고 가진 것을 나눌 수도 있으면 좋겠다. 

영주: 시험 준비할 때는 막연하게 ‘아이들을 사랑하는 교사’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현장에서 일하다 보니 생각이 달라졌다. 아이들이 자립하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교사가 되고 싶다. 언젠가 아이들이 혼자 사회에 나갈 텐데 자기가 할 수 있는 것을 확실히 알려주는 게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세현: 장애 아동과 비장애 아동이 한 공간에서 친구가 될 수 있는 유치원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한 공간 안에서 지내면 비장애 아동들이 장애 아동을 보고 ‘쟤가 저런 행동을 하는데 이런 뜻이구나’, ‘같이 어울려 놀아야지’ 같은 생각을 할 수 있다. 비장애 아동과 장애 아동이 장애에 구애받지 않고 친구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연주: 특수교사의 중요한 업무 중 하나는 비장애 유아들의 올바른 장애 인식을 형성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특수교육 대상 유아뿐만 아니라 비장애 유아들과도 지속적인 상호작용을 하면서 사회의 다양성을 존중하도록 교육하고 싶다.

 

◆완전 통합: 장애 형태나 정도에 상관없이 모든 장애 학생이 일반 학급에 참여하는 것 

◆부분 통합: 장애 학생을 일반 학급에 통합하지만 학교 생활 일부를 비장애 학생과 함께하도록 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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