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3일 인사혁신처는 2022년도 국가공무원 5급 공개경쟁채용시험(공채시험)의 최종 합격자를 발표했다. 2022년도 국가공무원 5급 공채시험 응시자 7495명 중 최종합격자 263명이 선발돼 경쟁률은 약 31.8대 1이었다. 이 중 5급 공채 일반행정 직렬은 노인영(경제·17)씨, 교육행정 직렬은 이민영(과교·18)씨가 수석 합격자로 선발됐다. 본지는 국가고시에서 성과를 거둔 두 명의 수석 합격자를 만나봤다. 

 

이민영(과교·18)씨는 1년6개월 만에 2022년 국가공무원 5급 공채 교육행정직에 수석으로 합격했다. 이씨는 2차시험 점수 발표 후 인사혁신처의 연락을 받고서야 수석 합격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준비 기간이 짧아 합격을 기대하지 않았던 그는 “합격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너무 행복했는데 수석합격은 예상치 못해 꿈만 같았다”고 말했다.

2022년 교육행정직 5급 공채에 수석으로 합격한 이민영씨 김희원 사진기자
2022년 교육행정직 5급 공채에 수석으로 합격한 이민영씨 김희원 사진기자

아이를 좋아해 선생님을 꿈꾸며 사범대에 진학한 이씨. 본교 진학 후 그의 시야는 교실 안에서 세상으로 넓어지기 시작했다. 교육 분야에 다양한 직업군이 있음을 깨달아서다. 특히 코로나19가 확산되자 이씨는 팬데믹에 대응하는 교육 행정가의 역할에 주목했다. “정책을 구축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걸 느꼈고 교육환경을 만드는 건 선생님보다 행정가의 일이라는 걸 깨달았죠.”

교육행정직 준비를 고민하던 이씨는 2020년도 국가공채에서 본교 사범대 출신 5급 교육행정 수석합격자가 나왔다는 사실에 용기를 냈다. 그는 공무원 시험을 함께 준비하는 학생들과 서로 용기와 힘을 전하기도 했다. 이씨는 “학원에서 제 이화 필통을 보고 몰래 간식거리를 주는 분을 만나기도 했고 이화인끼리는 흔쾌히 자료를 공유했다”며 “작은 일들이지만 큰 힘이 됐다”고 추억했다.

2021년 5급 공채에 도전한 이씨는 4학년 1학기가 시작된 2021년 1월부터 본격적인 공부를 시작했다. 예상치 못하게 1차 시험에 합격한 그는 급히 2차시험을 준비했지만 공부량이 부족해 합격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준비 기간이 짧았던 만큼 시험 응시 경험이 부족해 시험장에서 당황하기도 했다. 그는 “경제학 시험에 필요한 삼각자와 직선 자를 챙겨가지 않아 그래프를 그릴 때 신분증을 대고 줄을 긋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이후 그는 신림동 고시촌에 들어가 부족한 영역부터 집중적으로 공부하기 시작했고 모의연습을 통해 실전 감각을 키웠다.

2022년 다시 도전한 이씨는 합격해야겠다는 생각보다는 실전 시험을 통해 실력을 점검해보고자 하는 마음이 컸다. 2023년도 시험을 준비할 때 올해의 경험이 유의미하게 남길 바라서였다. “준비 기간이 짧았고 내년 시험도 염두에 뒀기 때문에 심리적 압박을 덜 가지고 시험에 임할 수 있었죠.”

이씨의 시험 전략 중 하나는 시험이 끝난 후 복기하지 않는 것이다. 남은 시험 준비에 몰두하기 위해서다. 매일 한 과목씩 보는 2차시험에서 그는 “당일 받은 시험지를 챙기지 않고 곧바로 다음날 시험을 준비했다”고 전했다. 특히 그는 올해 ◆과락자가 많이 나온 경제학에서 고득점을 받았다. 과학교육 전공인 이씨가 이공계 교육과정에서 배운 공식이 수리적인 문제가 많은 미시경제에서 유리하게 작용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어려워하는 문제를 이공계에서 배운 내용으로 수월하게 푸는 경우가 있었어요. 배점이 큰 미시경제의 고난도 문제에서 점수를 확보하려 했죠.”

경제학에 대한 자신감은 노력으로 만든 결과다. 2차시험이 한 달 남은 시점에 이전 모의고사를 다시 풀어보던 이씨는 어려움을 느꼈다. 그는 “문제가 풀리지 않아 학원에서 선정한 최고답안을 확인했는데 내가 썼던 답안이었다”며 “과거엔 잘하다가 정작 시험을 봐야 하는 시점에 실력이 떨어진다는 생각에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경제학을 주력과목이라 생각했으나 부족함을 실감한 이씨는 다시 경제학 공부에 몰두했다.

이민영씨의 경제학 필기 노트 제공=이민영씨
이민영씨의 경제학 필기 노트 제공=이민영씨

5급 공채는 1차시험, 2차시험, 면접 순으로 진행된다. 2022년 교육행정직은 2차 합격자와 최종선발인원이 6명으로 동일했다. 교육직렬의 경우 최종선발인원 수에 맞춰 탈락자를 선정하기 때문에 전원합격의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이씨는 이 사실을 알고 면접 준비에 임했지만 안심할 수 없었다. 탈락 예정 인원이 없는데도 떨어질 수는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는 2차 합격자 6명과 스터디를 꾸려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매일 8시간씩 연습했다.

이씨는 면접을 준비하며 스터디원의 평균 실력은 늘었지만 답변이 점점 비슷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연습이 마무리 단계로 접어들자 그는 어떻게 하면 면접에서 돋보일 수 있을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직렬의 특수성을 살려 공무원 중에서 제가 교육직렬 공무원이 되고 싶었던 이유를 중점적으로 준비했죠.”

이씨는 국가고시를 준비하는 이화인에게 “고시공부는 그 어느 시험보다도 하루하루가 누적돼 완성되는 시험인 만큼, 지치지 않게 하루하루 나아가는 이화인이 돼 꼭 학교를 빛내주면 좋겠다”며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끝으로 그는 교육 분야에서 국익을 실현하는 사무관으로서의 포부도 밝혔다. “우리나라에서 교육은 그 어떠한 분야보다도 사람들의 관심을 많이 받는 분야라고 생각해요. 국가공무원으로서 학습자가 헌법상 기본권인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를 실현하고, 더 나은 학습환경을 조성하는 데 기여하는 공무원이 되고 싶어요.”

 

◆ 과락자 : 어떤 과목의 성적이 합격 기준에 못 미치는 사람을 뜻하며 2차시험은 40% 미만 득점 시 불합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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