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 본교는 교육의 산실이기도 하지만 92곳의 연구기관을 보유한 연구터이기도 하다. 이에 본지는 변화를 이끌고 현실을 포착하는 흥미로운 연구들을 소개한다. 1648호에서는 김세완 교수(경제학과)로부터 기후위기가 금융산업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국내 평균 기온이 1985년 이후 현재까지 1.5도 상승했다. 폭우, 폭설 등 자연재해 발생빈도는 시간이 지날수록 증가하는 추세다. 2020년에는 자연재해로 인해 전국에서 75명이 사망 또는 실종됐고, 1조372억 원의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기후변화는 금융산업에도 직간접적인 피해를 준다. 자연재해는 우리에게 재산피해를 입히고, 은행산업과 보험산업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본지는 김세완 교수(경제학과)에게 기후위기가 금융산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기후위기와 경제위기 간의 유의미한 상관 관계를 밝힌 김세완 교수.  이자빈 사진기자
기후위기와 경제위기 간의 유의미한 상관 관계를 밝힌 김세완 교수. 이자빈 사진기자

 

기후위기 심화의 여파

지난 9월6일 태풍 ‘힌남노’로 인해 포스코(POSCO) 포항제철소 대부분 지역이 침수 또는 정전돼 창사 49년 만에 처음으로 가동을 중단했다. 9월16일 포스코는 침수 피해를 복구하는 동안 제품 생산에 차질이 생겨 매출이 약 2조400억 원 줄어들 전망이라고 밝혔다.

포스코의 피해가 장기화될 경우 제철 산업과 상호의존적인 조선산업과 철강산업에도 피해는 전이된다. 금융산업도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은행에서 운영자금을 대출받는 기업의 매출이 떨어지면 원금과 이자 상환이 어렵고 이는 은행의 연체율 상승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많은 기업이 대출이자와 원금을 갚지 않으면 은행은 파산하고, 자금이 연결된 다른 은행들도 연쇄적으로 파산하게 돼 은행권 전체가 흔들린다. 또한 기업이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를 대비해 보험을 들었을 경우 손해보험사는 이를 보상해야 하는데, 이렇게 되면 동시에 여러 기업에게 대량의 보험금을 지급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김 교수는 “본 연구에서 기후위기와 경제 위기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있음을 밝혀 기후위기로 인한 기업과 금융산업의 피해 빈도가 장기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존에도 연구의 필요성은 분명했으나, 데이터가 적을 뿐만 아니라 기후와 경제는 상이한 분야이기에 유의미한 인과관계를 찾기 쉽지 않았다. 김 교수는 STL 추세분리 방법을 이용해 기후 위기를 경제학적으로 분석할 수 있게 했다. 이는 시간적 흐름에 따라 대략적인 경향성과 계절성을 고려해 기후 데이터의 패턴을 추출하는 방법이다.

 

금융산업을 위협하는 기후위기

기후위기와 경제위기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1985년에서 2022년 사이의 기후변수들이 국내 금융 산업 건전성에 악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자연재해로 인한 재산피해액은 1960년대 1조2421억 원이었고 꾸준히 증가해 2000년대에는 20조 원을 넘어섰다. 특히 2006년과 2012년은 잦은 호우와 더불어 에위니아, 삼바 등 강력한 태풍이 발생해 재산피해액이 눈에 띄게 높았다. 

데이터에 따르면 재산피해액이 증가하면서 은행과 보험사도 위기를 맞았다. 시중은행은 기업에게 빌려준 자본의 이자를 받지 못해 연체율이 높아졌고, 위험을 대비해 현금으로 소유하는 자본이 적어져 불안정한 상황이 됐다. 손해보험사의 경우 지급해야 하는 보험금이 늘어나 이익이 줄어들었고, 보험금으로 지급 가능한 자산이 적어졌다. 

현 추세가 지속돼 은행과 손해보험사의 금융 건전성이 낮아지면 장기적으로 국가 경제에도 부담이 된다. 은행과 손해보험사는 대출과 보험을 통해 경제활동의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때문에 이들이 안정적으로 운영돼야 국내 경제도 안정된다. 김 교수는 “2035년까지 국내 은행과 손해보험회사의 경영성과 ◆건전성 변수를 예측한 결과 건전성 변수가 천천히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근본적으로 기후위기 해결 필요

김 교수는 기후위기가 금융산업의 위기뿐만 아니라 지역별, 산업별로 타격을 준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처음에는 농업, 어업 등 1차 산업이 가장 큰 타격을 받는다. 판매가치가 있는 농작물을 당장 수확하지 못하게 되거나, 어선과 수상양식시설이 파손되는 것이다. 1차 산업만 피해를 입는다면 우리나라 전체 GDP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지만, 농어촌의 경우 소득이 생계 유지와 직결되는 경우가 많다. 기후위기는 이들에게 경제적으로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한다.

또한 폭우, 폭설, 태풍 등의 자연재해는 관광 자원을 훼손해 관광업과 서비스업으로 대표되는 3차 산업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해당 지역이 맺은 경제관계에 따라 타 지역과 산업에게도 그 영향은 전이될 수 있다.

최근 코로나19, 우크라이나 전쟁 등 전 세계가 어려운 시기를 지나고 있다. 김 교수는 “지금은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경제 위기가 생겨 환경문제에 대한 관심이 줄었다”며 “당장 사는 게 너무 중요하니까 환경문제는 부차적인 문제가 된 것”이라고 말했다. 환경문제로 인해 경제 위기가 발생했는데 경제위기가 심화되니 환경문제가 다시 잊혀지는 악순환인 것이다. 그는 기후위기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경제위기의 근본적인 해결도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기후위기를 막기 위한 노력이 난항을 겪고 경제위기로 이어지고 있는 현 상황에 대해 학생들의 관심이 중요하다. 기후위기가 경제 위기를 초래하면 우리 생활도 큰 변화를 겪는다. 김 교수는 “경제 위기는 학생들과 가정의 취업, 소득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학생들이 기후위기와 이로 인한 피해에 대해 적극 이해하고 이를 막기 위해 동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건전성 : 재정활동 또는 그 결과가 중장기적으로 해당 기관이 부담할 수 있는 능력 범위 안에 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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