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 본교는 교육의 산실이기도 하지만 92곳의 연구기관을 보유한 연구터이기도 하다. 이에 본지는 변화를 이끌고 현실을 포착하는 흥미로운 연구들을 소개한다. 1649호에서는 본교 다문화연구소 소장 장한업 교수를 만나 ◆상호문화주의를 바탕으로 한 다문화 연구에 대해 들어봤다.

 

캠퍼스에서는 미국인부터 프랑스인, 중국인, 일본인 등 다양한 국적을 지닌 학생들을 흔히 볼 수 있다. 학교도 하나의 다문화 사회인 것이다. 세계화가 진행되고 국가 간의 교류가 활발해지면서 오늘날 국경은 물리적 의미로 존재하는 것이 됐다. 다문화연구소는 이런 사회적 흐름 속에서 2008년에 설립됐다.

다문화연구소의 목표는 학교 안팎으로 나뉜다. 대내적으로는 본교의 모든 학생이 다문화 사회에 필요한 역량을 기르도록 하고, 대외적으로는 한국인과 외국인이 서로 이해하고 존중하며 갈등이 없는 사회를 만들어 나가는 데 일조하는 것이다. 본지는 다문화연구소의 소장 장한업 교수(불어불문학과)를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다. 

 

‘상호문화주의’가 실현되는 한국을 꿈꾸는 다문화연구소 소장 장한업 교수. 권아영 사진기자
‘상호문화주의’가 실현되는 한국을 꿈꾸는 다문화연구소 소장 장한업 교수. 권아영 사진기자

 

다문화 사회는 곧 다언어 사회

다문화연구소는 2012년부터 현재까지 법무부와 협력해 사회통합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이를 통해 외국인을 대상으로 수요자 중심의 한국어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결혼 이민자, 외국인 노동자, 유학생 등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별로 요구되는 한국어 능력이 다르기 때문이다. 장 교수는 이들 각자의 필요에 맞춘 한국어교육을 강조했다. 

그는 “결혼 이민자와 외국인 노동자는 각각 양육할 때와 일할 때 필요한 일상적인 한국어를, 유학생은 교육을 받을 때 필요한 학문적인 한국어를 배우길 원한다”며 “배우고 싶어하는 한국어에 따라 차별화된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장 교수는 이주배경가정에서 태어난 아이의 언어능력 발달에도 주목했다. 다중언어를 구사하는 능력이 중요해진 사회에서 이들은 이중언어 화자가 될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부모 아래서 성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모가 이중언어 교육의 중요성을 인지하지 못하거나, 한쪽 부모가 해당 교육 자체를 탐탁치 않게 여기면 문제가 발생한다. 2020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이주배경가정 중 66.4%는 외국인 어머니와 한국인 아버지로 구성돼 있다. 예를 들어 주양육자가 어머니라면, 그 자녀는 한국어에 서툰 어머니에게 한국어 교육도 받지 못하는데다 이중언어 교육을 부정하는 아버지로 인해 어머니 나라의 언어도 배울 수 없게 된다. 이로 인해 이주배경학생들은 2개의 언어를 동시에 배울 수 있는 환경임에도 불구하고 한 가지 언어도 제대로 구사하지 못하는 안타까운 상황에 처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다문화연구소에서는 경기도 교육청, 상호문화이해 학교와 협력해 유치원과  초·중·고등학교에 이중언어에 관한 교육적 조치를 제시했다. 장 교수는 학부모와 교사를 대상으로 이중언어 교육의 개념과 중요성을 가르치며 교육 현장을 바꾸고자 노력하고 있다. 

장 교수는 교육 현장의 변화 중 하나로 이중언어 동아리를 언급했다. 그는 “자율활동이나 동아리 시간에 이주배경학생을 포함한 모든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이중언어를 사용할 수 있는 분위기를 형성하는게 중요하다”며 “연구소 내에서는 교사를 대상으로 강연 및 연수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문화주의가 아닌 상호문화주의로 

장 교수는 한국의 특성에 맞는 시민권 모델을 제시했다. 가장 대표적인 모형에는 다문화주의와 상호문화주의가 있다. 다문화주의는 주민과 이민자가 서로의 문화를 인정하고 지켜야 한다는 개념이다. 상호문화주의는 더 나아가 주민들이 이민자를 환대하고, 이들이 서로 소통하며 공동의 문화를 만들어내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개념이다. 주로 다문화주의는 영미권, 상호문화주의는 유럽권의 다문화 모형이다. 

그는 한국에는 상호문화주의를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캐나다, 미국, 호주 등 다문화주의를 표방하는 국가에 비해 한국은 국토 면적이 작아 외국인 주민과 곧바로 상호작용하며 살아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또한 한국인들이 가지고 있는 단일의식은 외국인을 배척하는 경향이 있어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다른 문화를 이해하고자 하는 상호문화주의가 필요하다.

본교 다문화연구소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상호문화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문화가 다양하다는 단편적인 사실을 가르치는 다문화교육과 달리 상호문화교육에서는 서로 다른 문화권에서 생활한 사람들이 만났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가르친다. 서로에 대한 편견을 해소하는 것이 목표다. 이는 그가 주임교수로 있는 다문화·상호문화석·박사협동과정에서 중국, 베트남 학생들을 대상으로 교육론, 교수법 등을 가르칠 때도 적용하는 방식이다. 

 

10월26일에 진행된 상호문화대화에서 장한업 교수가 해당 행사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윤채은 기자
10월26일에 진행된 상호문화대화에서 장한업 교수가 해당 행사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윤채은 기자

연구소에서는 본교 외국인 학생과 한국인 학생 간의 상호이해를 높이기 위해 교내 학부생과 유학생을 대상으로 ‘상호문화대화’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본교에 재학 중인 유학생이 자국과 한국에서의 대학생활에 대해 1시간 동안 발표하고, 한국인 학생과 30분간 질의응답을 진행한다. 

장 교수는 “한국인 학생과 외국인 학생이 잘 교류하지 못하고, 아직 물과 기름처럼 섞이지 못하고 있다”며 “상호문화대화를 통해 다른 문화 간의 이해도를 높이고, 상호문화역량을 기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많은 외국인 학생들과 자연스럽게 교류할 수 있는 환경이 이화여대에 마련돼 있습니다. 하지만 많은 학생들이 이 풍요로움을 누리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요. 다문화 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학생들이 미국, 캐나다뿐만 아니라 중국, 베트남, 몽골 등 다양한 학생들과 어울렸으면 합니다. 상호문화주의를 바탕으로 서로의 문화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을 갖길 바랍니다.”

 

 

◆상호문화주의: 다문화 사회를 바라볼 때, 문화 다양성과 이로 인한 문화 융합을 매우 긍정적으로 해석하는 개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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