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 본교는 교육의 산실이기도 하지만 92곳의 연구기관을 보유한 연구터이기도 하다. 이에 본지는 변화를 이끌고 현실을 포착하는 흥미로운 연구를 소개한다. 1646호에서는 박소정, 김진흥 교수(화학·나노과학과)로부터 이산화탄소를 유용한 탄소자원으로 전환한 기술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전 세계적으로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노력이 이뤄지고 있다. 우리나라도 최근 30년 사이에 평균 온도가 1.4℃ 상승하면서 2020년 12월 ‘2050 탄소중립’을 선언했다. 2050년까지 탄소의 배출량과 흡수량을 같게 해 실질적으로 배출되는 탄소를 없애고자 하는 것이다.

이런 노력 속에서 박소정, 김진흥 교수(화학·나노과학과)가 이산화탄소를 유용한 탄소자원으로 전환하는 기술을 1년 6개월에 걸쳐 개발했다. 해당 기술을 통한 이산화탄소 전환 효율은 세계 최고 기록을 달성했다. 박소정, 김진흥 교수로부터 나노물질을 활용해 이산화탄소를 개미산으로 전환한 얘기를 들어봤다.

 

이산화탄소를 탄소자원인 개미산으로 전환하는 기술을 개발한 김진흥 교수 권아영 사진기자
이산화탄소를 탄소자원인 개미산으로 전환하는 기술을 개발한 김진흥 교수 권아영 사진기자

 

자연의 원리를 모방해 한계점을 극복하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이슈는 기후위기다. 박 교수와 김 교수는 기후 문제의 주범인 이산화탄소를 개미산으로 전환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개미산은 화석연료를 대체할 수 있는 탄소자원으로 의약, 농업, 식품, 고무, 섬유 등 다양한 분야에서 공업 및 산업 제품 생산에 활용된다.

박 교수와 김 교수는 자연광합성 원리를 모방해 연구를 진행했다. 자연광합성 과정은 빛에너지가 필요한 광반응과 필요하지 않은 암반응으로 나뉜다. 광반응은 엽록체가 빛에너지를 흡수하고 물을 분해해 산소를 만드는 과정이다.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 ◆조효소가 암반응이 일어나는 자리로 이동해 효소를 도와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포도당을 합성하는 암반응을 일으킨다. 이후 조효소가 광반응이 일어나는 자리로 다시 이동하면서 광반응과 암반응은 서로 번갈아 일어난다.

박 교수와 김 교수가 개발한 이산화탄소 전환시스템도 동일한 원리다. 광반응에서 해당 시스템으로 빛이 흡수되면 촉매가 작용해 조효소를 만들어낸다. 이후 암반응에서 조효소에 의해 효소가 이산화탄소를 개미산으로 전환한다. 이산화탄소를 포도당으로 바꾸는 자연의 원리를 이산화탄소를 개미산으로 전환하는 기술로 응용한 것이다.

기존 이산화탄소 전환 연구에서는 촉매와 효소를 혼합해 실험을 진행했다. 자연 상태와 달리 광반응과 암반응을 일으키는 물질들이 서로의 역할을 방해해 이산화탄소 전환율이 높지 않았다. 박 교수는 연구에서 이 한계점을 해결할 수 있는 나노소재를 개발했다. 촉매와 효소를 분리해 각각 다른 면에 붙일 수 있는 나노물질을 만든 것이다.

자연에서 만들어지는 조효소에는 니켈, 철 등 다양한 금속 성분이 혼합돼 있다. 김 교수는 자연에서의 금속 환경을 고려해 인공환경에서도 이산화탄소를 빠르게 전환할 수 있도록 연구를 진행했다. 해당 기술에는 화석연료 대신 태양광 에너지가 사용돼 온실가스 배출량을 더욱 줄일 수 있다.

 

이산화탄소를 탄소자원으로 전환하는 기술을 개발한 박소정 교수 제공=박소정 교수
이산화탄소를 탄소자원으로 전환하는 기술을 개발한 박소정 교수 제공=박소정 교수

 

기후위기 해결에 효과적인 기술을 개발하다

해당 연구로 조효소 ◆1몰을 사용해 개미산 1360몰을 만들 수 있게 됐다. 개미산 690몰을 만들 수 있었던 기존 시스템의 약 2배에 달하는 수치다. 이는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전환율이다. 김 교수는 “이산화탄소 한 분자에서 개미산 하나가 만들어진다”며 “기체 상태인 이산화탄소를 고체와 액체 상태인 개미산으로 전환할 수 있기에 부피를 더 줄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산화탄소 전환율 최고기록을 달성했지만, 산업현장에서 곧바로 사용하려면 더 많은 실험과 연구가 필요하다. 박 교수는 “지금까지 연구한 내용은 이산화탄소를 빠르게 전환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한 것”이라며 “상용화하기 위해서는 더 저렴한 물질을 이용하고, 지금보다 더 높은 이산화탄소 전환율을 달성할 수 있도록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를 위해 연구팀은 해당 연구에서 개발된 촉매시스템을 활용해 교내 벤처기업인 키텍바이오와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김 교수는 “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경제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산화탄소 전환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어떻게 촉매와 효소를 배치해야 할지 방향을 제시했다고 생각합니다. 온실가스 감축에 가장 이상적이고 효과적인 기술이 될 것은 확실합니다.”

 

 

◆조효소: 효소를 도와 광합성 등 화학반응을 일으키는 물질

◆몰(mol): 물질의 양을 나타내는 화학 단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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