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 본교는 교육의 산실이기도 하지만 92곳의 연구기관을 보유한 연구터이기도 하다. 이에 본지는 변화를 이끌고 현실을 포착하는 흥미로운 연구들을 소개한다. 1651호에서는 본교 통역번역연구소 소장 신지선 교수(통역번역학과)와 부소장 장애리 교수(통역번역학과)를 만나 통번역 분야의 교육과 연구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통번역 서비스를 누린다. 영화관에서 영화를 볼 때, 집에서 넷플릭스로 드라마를 볼 때 외국어가 나오면 화면 아래 자막이 뜬다. 미술관에 가도 다양한 언어로 해석이 제공된다. 이는 모두 통역사와 번역사의 손을 거친 뒤 우리에게 제공되는 것이다.

사람들에게 자막 및 번역 서비스가 제공되기 전에 통번역에 대한 연구와 교육이 선행돼야 한다. 해당 언어를 사용하는 국가의 문화나 정치, 과학 등 여러 분야의 지식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이런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곳이 본교 통역번역연구소다. 본교 통역번역연구소 소장 신지선 교수(통역번역학과)와 부소장 장애리 교수(통역번역학과)를 만나 다양한 통번역 연구를 지원하고 특화된 통번역 분야의 교육을 시행하고 있는 통역번역연구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본교 통역번역연구소 부소장 장애리 교수(왼쪽), 소장 신지선 교수. 이자빈 사진기자
본교 통역번역연구소 부소장 장애리 교수(왼쪽), 소장 신지선 교수. 이자빈 사진기자

국가 정상이 모이는 자리에 대통령 옆에 위치하는 통역사, 환경이나 경제 분야 국제회의에서 일하는 통역사, 외국 영화를 한국어로 옮기는 번역사. 통번역은 외교, 정치, 문화 등 여러 분야를 망라해야 한다. 두 나라 혹은 더 많은 나라 간의 이해관계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고, 각 국가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도 공부해야 하는 것이다.

외국에서 국내로 새로운 물품이나 정보를 들여올 때도 통번역이 필요한데, 이 경우 사회학적 이해가 동반돼야 한다. 외국 문물이 통번역을 통해 유입되는 과정에서 새로운 문화가 생기는 등 사회에 큰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장 교수는 “통번역은 표층적으로, 문자로 드러나는 언어뿐 아니라 사회나 문화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며 “이런 특성에 따라 통역번역연구소에서는 여러 학문과 통번역을 결합한 다학제적 연구를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문 중 하나는 인지심리학 연구다. 즉각적으로 언어를 바꿔서 전달해야 하는 통역사들은 시간 압박이 크기 때문에 인지 과부하에 걸리거나 스트레스를 받기도 한다. 특히 통역 환경이 비대면으로 전환되면서 인지심리학 연구의 필요성이 더욱 높아졌다. 통역사에게 말하는 사람의 몸짓, 눈빛은 매우 중요한 정보다. 하지만 비대면 통역의 경우 한정된 화면에서 얼굴만 크게 보이고 연사의 제스처 등 시각 정보가 누락된다. 불안정한 네트워크 환경으로 목소리가 끊겨서 들리는 경우에는 청각 정보도 완전하지 않다. 이런 변화는 통역사에게 과도한 스트레스로 다가온다.

한편 번역 분야에서는 오랫동안 오역 논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잘 된 번역의 기준이 사람마다 다르고 번역 과정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서다. 신 교수는 “소모적인 오역 논쟁에서 벗어나기 위해 연구소에서는 번역 평가에 대해 연구한다”며 “이를 통해 올바른 번역 비평으로 나아가는 데 이바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본교 통역번역연구소의 책장.  이자빈 사진기자
본교 통역번역연구소의 책장. 이자빈 사진기자

많은 사람이 번역을 할 때 주로 구글, 네이버 번역기를 사용한다. 이와 달리 연구소에서는 본교 통역번역대학원을 졸업한 전문 통번역사들이 기계가 대체할 수 없는 통번역을 수행한다. 신 교수는 “대표적으로 연구소에서 한국 문화를 대표할 수 있는 문화재청이나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수주를 받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며 “이외에도 금융위원회나 국가인원회 등 경제와 인권 분야의 통번역도 수행 중”이라고 말했다. 난이도가 높고 여러 학문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통번역 업무를 전담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졸업생들이 인하우스 통번역사로 취업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특정 조직에 속해 있지 않은 채 일하는 프리랜서와 달리, 인하우스 통번역사는 정부기관이나 회사에서 근무하며 조직 내 통번역서비스를 제공한다. 연구소는 해당 직군을 모집하는 회사에서 모집 공고나 개별적인 문의가 오면 이를 졸업생 커뮤니티 사이트에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연구소에서는 법률, 특허를 중심으로 특화된 통번역 수요에 대응할 수 있도록 비학위 과정도 진행하고 있다. 법률 번역의 경우 법률 문건을 정확하게 번역할 수 있는 전문가를 양성할 목적으로 개설됐다.

최근 특허 번역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지식재산권의 중요성이 강화되면서 특허 출원 및 소송 관련 통번역 수요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신 교수는 “한국 특허 출원 순위가 2년 연속으로 전 세계 4위를 기록한 만큼 특허 출원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며 “이로 인해 연구소에서 특허 번역 비학위 과정을 진행하게 됐다”고 말했다.

‘T&I 리뷰’라는 연구소에서 발행한 학술지가 등재지로 선정되는 성과도 있었다. 장 교수는 “언어학, 사회학 등과 관련된 학술지는 많으나 통번역으로 특화된 학술지는 많지 않다”며 “통번역을 중심으로 다른 학문 간 연계해 진행한 연구와 실무에 필요한 이론에 대해 논한 연구 등이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연구소는 매년 2번씩 해당 학술지를 발행하며 통번역 관련 최신 학술성과를 공유하고 있다.

“통역번역연구소는 통번역 환경 변화에 따라 다양한 업계 종사자들이 현장에서 효율적으로 의사소통할 수 있도록 노력해왔습니다. 앞으로도 통번역 연구 및 교육을 통해 국가 위상을 제고하고, 지식 및 문화 교류 활성화를 위해 그 노력을 이어 나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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