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행렬의 시민들이 924 기후정의행진 ‘다이인(die-in)’ 시위에 참여했다. <strong>박성빈 사진기자
수많은 행렬의 시민들이 924 기후정의행진 ‘다이인(die-in)’ 시위에 참여했다. 박성빈 사진기자
9월24일 광화문 일대에서 일어난 '다이인(die-in)' 시위의 현장.  <strong>박성빈 사진기자
9월24일 광화문 일대에서 일어난 '다이인(die-in)' 시위의 현장. 박성빈 사진기자

 

"여러분, 거리에 누워서 보는 하늘 어떤가요. 너무 아름답지 않나요. 그런데 이 하늘을 언제까지 볼 수 있을지 모릅니다." 

9월24일 오후, 사람이 붐비는 주말 광화문 광장에는 사이렌이 울렸다. 이어 3만5000명의 사람이 광장 옆 도로에 드러누웠다. 924 기후정의행진 프로그램 중 ‘다이인(die-in)’ 시위로, 다가올 우려스러운 미래를 상징하는 행위였다. 사람들은 약 3분간 도로에 누워 비폭력 시위에 동참했다. 행진 인파는 광화문부터 시청역까지의 도로를 빼곡히 채웠다. 

924 기후정의행진은 ‘글로벌 기후 파업'의 일환이다. 매년 9월 셋째주는 전 세계 사람들이 기후위기를 외치며 거리로 나오는 글로벌 기후 파업 주간이다. 2018년 스웨덴에서 당시 15살이었던 그레타 툰베리(Greta Thunberg)가 시작한 ‘기후를 위한 학교 파업’은 바로 다음 해 150개국, 수백만 명의 ‘글로벌 기후 파업’으로 커졌다. 한국에서는 2019년 전국 13개 도시에서 7500명이 시위를 벌이며 시작됐다. 

지난 2년간은 코로나19로 인해 소규모 집회와 1인시위로 대체됐기에, 924 기후정의행진은 3년만에 열린 대규모 기후행동이었다. 시청역과 숭례문 일대에서 오후1시부터 7시까지 24개의 부스, 오픈 마이크 연설과 발언, 행진과 공연이 진행됐다. 약 400개 단체가 조직위원으로 참여했고, 기후위기를 알리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3만5000명의 시민이 모였다. 

 

불평등이 재난이다

“우리는 기후재난과 실패한 농정으로 상처 입은 터전 위에 사는 이들이다. 우리는 삶터를 잃을 위기에 처한 농민과 어민이고, 안온한 삶을 향유할 권리를 위협받는 이들이다.” 

이번 924 기후정의행진의 주요한 주제는 기후불평등이었다. 기후위기로 인한 피해가 개인 소득 수준의 차이에 따라 불평등하게 분배된다는 것이다. 기후정의행동이 발표한 선언문에는 ‘우리’가 기후불평등과 기후위기의 당사자로 표현된다. 기후정의행동 조직위원회 황인철 활동가는 “불평등에 주목할 때 기후위기의 실상이 명확히 드러나고, 그 책임과 해결방향도 명확해진다"고 말했다. 그는 기후불평등에 대한 논의가 “단순히 ‘기후위기가 심각하다'는 인식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며 그 책임의 주체와 해결 방법을 찾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함을 강조했다. 

민배현 교수(기후·에너지시스템공학전공)도 “기후위기와 기후불평등을 해결할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국가나 시민사회만의 노력으로는 불가능하다. 그는 “탄소 배출 절감 기술이 개발될 수 있도록 국가와 기업, 시민사회 간의 협의가 필요하다”며 지구 공동체 차원에서의 지속가능한 협력을 강조했다. 

 

9월 24일 광화문 일대에서 기후정의행진이 열렸다.  <strong>박성빈 사진기자
9월 24일 광화문 일대에서 기후정의행진이 열렸다. 박성빈 사진기자

 

수만명의 사람이 하나의 목소리를 

사람들은 기후불평등 타파를 외치며 광화문으로 모였다. 행진에 참여한 사람들은 다양했다. 전국 각지의 환경 단체가 모였다. 전국 기후행동 단체를 비롯해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지리산사람들, 삼척석탄화력발전소반대투쟁위원회, 새만금신공항백지화공동행동 등 저마다 지역의 자연환경을 지키겠다는 결심이었다. 행진에 참여한 사람 중에는 백발의 노인도 있었고, 초등학교 6학년 학생이 오픈마이크에서 발언하기도 했다. 수많은 다양성이 어우러져 한목소리를 내는 순간이었다. 

시청역과 숭례문 사이는 사람과 휘장으로 빼곡했다. 청년단체의 휘장도 눈에 띄었다. 수많은 대학생 단체와 청소년 단체들이 행진에 함께했다. 본교에서는 ‘이화나비’, ‘바위’ 등이 행진에 참여했다. 대학생기후행동(대기행)에서도 총 140명이 현장에 함께했고, 이대지부에서는 13명 참여했다. 

행진에 참여했던 박지원(국문·19)씨는 “일상에서 친구들과 기후위기에 대해 깊은 대화를 나눌 기회가 별로 없어서 왜 다들 기후위기를 심각하게 여기지 않는지 의문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기후위기에 대해 불안감을 느끼며 시민 참여의 기회를 찾던 도중 기후정의행진에 참여해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기후위기를 문제라고 여기고 있음에 안도했다”고 전했다. 

3만5000명의 사람들은 같은 두려움을 공유했고, 연결돼있음을 느꼈다. 황인철 활동가는 “기후 위기를 온몸으로 겪고 있는 당사자들이 현장에 모여 함께 목소리를 내고, 행진에 참여한 이들이 함께 위로와 힘을 얻는 시간이 되길 바랐다”고 말했다. 메시지는 행진에 참여한 시민들 사이에서 역동했고, 그 속에서만 머물지 않았다. 

대기행 이대지부장 이가은(독문·21)씨는 “행진에 함께 참여해 다른 시민들에게 기후위기를 심각한 문제로 인식하는 사람이 많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며 행진 참여 이유를 설명했다. 

서울시청역부터 안국역, 종각역을 지나 다시 숭례문으로 돌아오는 5km의 행진이 진행될 동안, 끊이지 않는 행렬은 주변 시민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지나던 시민들도 행렬의 피켓과 플래카드, 차량에 걸린 현수막 등으로 행진의 메시지를 인식했다. 중간중간 자녀에게 행진의 의미와 기후위기 상황을 설명해주는 부모의 모습도 보였다. 

924 기후정의행진 현장에는 다양한 휘장과 플래카드가 등장했다. <strong>박성빈 사진기자
924 기후정의행진 현장에는 다양한 휘장과 플래카드가 등장했다. 박성빈 사진기자
924 기후정의행진에서 대학생기후행동 이대지부의 깃발이 휘날리고 있다. <strong>박성빈 사진기자
924 기후정의행진에서 대학생기후행동 이대지부의 깃발이 휘날리고 있다. 박성빈 사진기자

 

축제 같던 집회의 의미

3만5000명의 사람과 10대의 인솔 차량, 신나는 음악과 구호가 이어졌다. 멸종위기에 처한 생물, 전통적으로 재난을 막는다고 여겨지는 새, 탈핵을 상징하는 드럼통 등을 형상화한 조형물이 행진을 이끌었다. 행진 중간중간을 잇던 10대의 인솔 차량에는 ‘기후재난, 이대로 살 수 없다’, ‘우리가 길이고 우리가 대안이다’ 등 다양한 구호가 붙어있었다. 

인솔 차량에서는 행진 내내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 콜드플레이의 ‘Viva La Vida’ 등 다양한 노래가 흘러나오기도 했다. 사회 곳곳에서 투쟁해온 여러 의제와 운동을 적극적으로 연결짓고자 참여자의 신청을 받아 각 운동에서 상징성을 가진 노래를 선정했다. 

행진에 참여했던 자연의벗연구소 김래영 부장은 집회가 축제처럼 평화적으로 진행됐음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퍼포먼스를 통해 사람들이 얼마나 절박하게 환경보호와 기후위기에 대한 메시지를 전하고자 하는지 시민들이 알아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924 기후정의행진을 단순히 서울 시내의 도로를 막아 불편했던 것, 혹은 사람들이 나와서 축제처럼 퍼포먼스했던 것만으로 기억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기후위기를 막고자 하는 시민들의 노력에 공감해주시고 사회를 바꾸는 데 동참해 주시기 바랍니다."

924 기후정의행진 현장의 사람들은 각자의 플래카드로 메시지를 전했다. <strong> 강동주 기자
924 기후정의행진 현장의 사람들은 각자의 플래카드로 메시지를 전했다. 강동주 기자
924 기후정의행진 현장의 사람들은 각자의 플래카드로 메시지를 전했다. <strong> 강동주 기자
924 기후정의행진 현장의 사람들은 각자의 플래카드로 메시지를 전했다. 강동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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