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이화인의 네트워크는 대학을 졸업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각자의 위치에서 사회의 일원으로 바쁘게 살다가도 이화를 위해서라면 한순간에 모인다. 본지는 코로나19 사태에도 학교 선후배 교류가 지속된 이화인 클럽들을 조명한다. 1653호에서는 여성 회계사 네트워크와 후배 사서 양성을 지원하는 ‘이화회계사회’에 소속된 회계사 두 명을 만났다.

이화회계사회의 회장 서지희(경영·85년졸)씨와 차기 회장인 김재신(경영·89년졸)씨 (왼쪽부터). <strong>김희원 사진기자
이화회계사회의 회장 서지희(경영·85년졸)씨와 차기 회장인 김재신(경영·89년졸)씨 (왼쪽부터). 김희원 사진기자

“공인회계사의 업무 자체는 공익을 위한 것입니다. 다만 아직 회계업의 정체성이 충분히 홍보되지 않았다고 생각해요. 공인회계사가 하는 일의 공익적 측면이 더 널리 알려졌으면 합니다.”

이화회계사회(회계사회)는 본교 출신 회계사들로 구성된 동문 모임으로, 회계사 간 유대감 및 협력을 강화하고 회계사 후배를 양성하고자 노력한다. 본지는 회계사회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고자 회장인 삼정 KPMG 회계법인 부대표 서지희(경영·85년졸)씨와 차기 회장인 새두레회계법인 공인회계사 김재신(경영·89년졸)씨를 만나봤다.

 

이화라는 울타리로, 회계사 선후배 간 끈끈한 연대

회계사회는 현직 공인회계사 간의 네트워킹 활성화를 위해 설립됐고 현재 약 730명이 활동하고 있다. 한국공인회계사 시험에 합격한 이화인은 자동으로 회계사회의 일원이 된다. 회계사로 활동하는 이화인만이 소속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교수나 일반 기업 재무 담당자 등 다른 직업을 가지고 있더라도 공인회계사 시험을 통해 얻을 수 있는 CPA 자격증만 있다면 누구나 회계사회의 일원이 될 수 있다.

회계사회 내부에서는 회원 간 유대감 강화를 위해 다양한 행사를 진행한다. 공인회계사 시험이 끝나면 신입 회계사 환영 모임을 열어 동문의 합격을 축하한다. 매년 연말에는 홈커밍데이를 개최해 사회 곳곳에서 활동하는 이화의 회계인들이 한자리에 모인다. 홈커밍데이에서는 서로의 근황이나 고민을 나누거나 선후배 간 상호 멘토링을 진행한다.

14일 오후7시에 본교 ECC 극장에서 ‘이화회계사회 홈커밍데이'가 열렸다.  <strong>김희원 사진기자
14일 오후7시에 본교 ECC 극장에서 ‘이화회계사회 홈커밍데이'가 열렸다. 김희원 사진기자

회계사회는 더 많은 후배들이 회계업에 진출할 수 있도록 꾸준히 노력한다. 2013년에는 본교 경영대학 50주년을 기념해 장학금 1억을 기부하기도 했다. 회계사회에서 기부한 장학금은 본교 공인회계사 준비생을 위한 장학금이나 수험 준비를 위한 지원 용도로 쓰인다. 현직 회계사들은 수시로 멘토링을 진행하고 합격 수기를 작성해 공인회계사 준비반으로 전달한다. 회계사 준비생들은 선배들의 합격 수기를 보며 동기부여를 받고 시험 준비 팁을 얻기도 한다.

매년 ‘CPA DAY’를 여는 것도 후배 양성을 위한 일 중 하나다. 회계사 업무를 궁금해하는 재학생들의 질문을 해소하고자 매년 회계사 동문을 초대해 강연을 진행한다. 회계사를 희망하는 사람에게는 공부 방법을 알려 주고, 회계사가 생소한 사람에게는 긍정적인 직업 인식을 가지도록 홍보하기도 한다.

 

기업 재무의 파수꾼, 공익 실현 기여하는 회계사

회계사는 공익 실현에 기여하는 직업이다. 회사의 투자자들이 자본시장에서 기업이 제공하는 재무제표나 기업 정보에 신뢰할 수 있으려면, 독립된 외부 전문가의 인증이 선행돼야 한다. 이때 투명성을 입증할 권한을 국가로부터 위임받아 독립적으로 회계 감사를 진행하는 직업이 회계사다. 회계사가 전문가로서 인증하는 업무의 영역은 기업의 회계감사 뿐 아니라 매우 다양하다. 예를 들어 미국의 아카데미 시상식 등 이목이 집중되는 행사도 공인회계사가 참여한다. 회계사는 심사 과정이 투명하고 공정하게 진행됐는지를 확인함으로써 공익에 기여하는 것이다.

작은 조직부터 큰 조직까지, 회사 경영에 있어 회계가 없는 조직은 없기에 회계사의 존재는 필수적이다. “측정되지 않으면 관리되지 않는다”는 경영학자 피터 드리커(Peter F. Drucker)의 말처럼 회사가 의사결정을 내리기 위해선 정량적 근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매출액 향상이든 경영 관리든 목표를 달성했는지 기업의 투입량과 산출량을 비교하는 과정에서 회계가 반드시 들어가요.” 회사의 신뢰성을 평가할 수 있는 건 회계사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는 점에서 경쟁력을 갖는 셈이다.

객관적 위치에서 회사의 성과를 평가해야 하는 회계사에게 필요한 자질은 무엇일까. 두 회계사 모두 ‘전문가적 의구심’을 강조했다. 회계사의 전문가적 의구심은 재무제표 감사 과정에서 빛을 발한다. 회사의 재무제표가 맞았다는 가정하에 감사하는 것이 아니라 수치가 틀릴 수 있다고 경계하는 태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만약 회사 매출액이 늘었다면 원인을 밝히는 것에 그치면 안 돼요. 회계사는 회사의 수출 향상이 객관적으로 입증될 때까지 회사에게 증거자료를 끈기 있게 요구할 책임이 있어요.”

 

여성 회계사가 회계업계를 선도하는 그날까지

회계법인 첫 여성 부대표인 서 회계사, 한국여성공인회계사회 회장인 김 회계사는 여성 회계업계를 선도해왔다. 하지만 이들이 회계사를 준비할 때만 해도 공인회계사 자격증을 딴 여성은 1~2명에서 많으면 10명꼴로 매우 드물었다. 회계사로 진출한 여성의 수도 매우 적어 여성 회계사로서 근무하기도 쉽지 않았다. 김 회계사는 동기 회계사로 만난 남편이 있지만 육아 시간을 벌기 위해 증권회사로 잠시 이직한 경험이 있다. 당시에는 가정을 위해 본업을 포기하는 건 여성이라는 인식이 자연스러웠기 때문이다.

서 회계사 역시 여성 회계사로서 어려움을 겪었다. 그가 회계법인에 입사할 당시 여성 회계사는 서 회계사뿐이었다. 출산 휴가라는 개념 자체가 없어 출산 이후 퇴사를 고민하기도 했다. 업무 공백으로 조직에 피해를 입힐까 우려돼 마음 놓고 휴가도 쓰지 못했다. 육아와 병행하기에 쉽지 않은 일이라 생각돼 1년에 한두 번 정도 퇴직을 생각했던 기간도 있었다. 하지만 서 회계사는 회계사를 꿈꾸는 여성 후배들을 위해 현업을 이어가기로 결심했다.

“오히려 ‘여자 회계사를 뽑아놨더니 결혼하면 바로 그만두더라’는 인식이 생기면 안 될 것 같았어요. 여성이 회계사로 근무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려면 저부터 한 해 한 해 버티는 것이 우선이었죠.”

현재는 여성회계사 합격 비율이 35%를 초과하며, 전체 공인회계사 중 여성회계사의 비중이 20%를 넘어섰다. 김 회계사는 “지금은 여성이 회계 감사를 하러 가도 낯설게 보는 문화는 없어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근무 환경의 변화는 여전히 필요하다. 남성이 대부분이었던 과거 회계업계의 조직 문화가 아직 남아 있기 때문이다. 서 회계사는 “이제는 여성 회계사가 기존 조직 문화에 적응하는 데 머무는 것이 아니라 혁신적인 조직 문화를 만들어가는 선구자의 역할로 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후배들이 아직 변화가 필요한 회계업계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네트워킹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서 회계사는 회계사로서 힘든 상황에 직면하면 선배들에게 먼저 자문을 구할 것을 권했다. “회계사를 준비하다 보며 생기는 고민은 나만 겪는 것이 아닌 경우가 많아요. 선배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스스로 해결책이 나오게 되기도 하는데, 이것이 함께 어려움을 나눌 수 있는 네트워킹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김 회계사 역시 동의했다. “여러분에겐 든든한 730명의 선배들이 있어요. 더 열린 환경에서 준비할 수 있도록 선배들이 지원할 테니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시험에 임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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