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2030의 가장 큰 관심사는 취업을 비롯한 커리어 활동이다. 이러한 관심을 반영해 본지는 사회 각지에서 커리어를 쌓고 있는 이화인들의 이야기를 담은 ‘이화잡(job)담’을 연재 중이다. 1633호부터는 본지의 온라인 독자패널단 ‘학보 메이트’의 궁금증을 인터뷰 질문에 반영해 독자 참여를 확대한다. 이번 호에서는 국립한글박물관의 전시 운영과 교육 업무를 담당하는 학예연구직 공무원의 삶을 다룬다. 국립한글박물관 전시운영과 소속 문영은(국어교육학 박사·14년 수료)씨를 만났다.

 

국립한글박물관 소속 학예연구직 공무원 문영은씨 <strong>제공=문영은씨
국립한글박물관 소속 학예연구직 공무원 문영은씨 제공=문영은씨

현재 소속 회사와 맡은 업무는

국립한글박물관에서 연구직 공무원인 학예연구사로 2017년부터 근무 중이다. 국립한글박물관은 의사소통의 매개이자 문화유산인 한글의 문자적, 문화적 가치를 널리 알리기 위한 기관이다. 한글 자료들을 수집 및 관리하고 전시와 연구, 교육을 통해 한글문화 보전에 힘쓴다. 입사 후 3년은 전공을 살려 박물관 관람객 대상으로 한글문화 체험 교육을 기획, 실행했고 이후에는 특별전시 기획, 한글 자료 관리 업무를 맡았다.

 

학예연구직 공무원이란

연구직 공무원은 국가 공무원의 다양한 직렬 중 하나로 소속기관에 따라 국가직과 지방직으로, 수행 직무에 따라 학예 연구와 기술 연구 직군으로 나뉜다. 학예연구직 공무원은 문화재청이나 국립 박물관, 미술관 등 각 기관에서 실시하는 공무원 시험인 경력경쟁채용시험을 통해 선발된다. 일반적으로 학예연구사는 국공립 혹은 사립 박물관, 미술관에서 전시를 기획하거나 문화재를 관리하는 직업을 말한다. 흔히 ‘큐레이터’(curator)라고 부르지만 담당 업무에 따라 학예연구사를 세분화한다. 전시를 기획하고 운영하는 큐레이터, 전시 교육하는 ‘에듀케이터’(educator), 전시품과 자료를 보존 처리하고 관리하는 ‘컨설베이터’(conservator), 자료를 구입해 수집하는 ‘레지스트라’(registrar), 기록물을 정리해 관리하는 ‘아키비스트’(archivist)로 분류된다.

 

학예연구직 공무원의 주요 업무는

학예연구직 공무원은 보통 학예연구사로서 전시와 교육 업무만 하면 될 것이라 생각하지만 공무원으로서의 행정 업무도 일과의 큰 비중을 차지한다. 한글문화의 가치를 널리 알리기 위한 신규 사업을 기획하고, 이에 필요한 예산이나 인력을 새로 받기 위해 고군분투하기도 한다. 사업 수행에 따른 각종 경비 지출이나 통계 자료 등을 작성하며, 국정감사 때에는 국회에서 요구하는 자료들을 만들어 보내기도 한다.

본인은 국어교육 전공자였기에 입사 후 3년간 박물관 교육을 담당했다. 유아부터 청소년, 성인, 외국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나이와 국적의 관람객을 만났다. 이들이 한글박물관에서 의미 있는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유물을 가까이에서 보여주고 체험 교육 프로그램을 기획해 진행하기도 했다. 이후 전시 업무를 맡아 전시의 주제와 메시지를 기획하고 이를 잘 보여주는 유물을 선정, 조직하며 전시를 만들어 나갔다. 문자 혁명을 주제로 독일의 구텐베르크 박물관, 라이프치히 대학 도서관과 해외 교류 전시를 진행했다.

 

국어교육학 전공에서 학예연구사를 꿈꾸게 된 계기는

보통 사범대를 졸업하면 당연히 교사가 되는 것으로 많이들 생각한다. 학생들과 함께 호흡하는 교사도 매력적인 직업이지만 전공을 깊게 배우고 싶어 국어교육과 졸업 후 문법교육 전공으로 대학원 진학을 결정했다. 석사 과정을 밟으며 내 지식과 생각을 다양한 사람들과 나누는 것을 좋아하니 학예연구사가 되면 어떨까 생각해보게 됐다. 국립한글박물관의 학예연구사가 되면 한글 국어 자료를 가장 날것의 모습으로 만날 수 있기에 이를 연구해 한글의 문화적 가치를 발굴해보고 싶어 진로를 결정했다. 대다수의 학예연구사는 사학, 고고학, 미술사학 전공자이지만 국어교육학을 전공한 덕분에 한글 자료를 볼 때 문자의 정체성과 변천사를 분석할 수 있는 나만의 강점을 갖게 됐다. 단순히 ‘중세국어가 이렇게 생겼구나’라는 생각을 넘어 ‘한글 이데올로기는 어떻게 생겨났으며 어떻게 재생산됐나’, ‘여성들은 한글을 통해 어떤 정체성을 드러내고자 했나’와 같이 주제 의식을 갖고 언어 현상을 탐구하는 것이다.

 

학예연구직 공무원 준비 과정은

경력경쟁채용시험은 관련 분야 석사 학위 취득자나 3년 이상 경력자를 대상으로 서류 전형, 필기 전형, 면접 전형을 거쳐 합격자를 선발한다. 석사 학위 조건을 충족해 시험에 응시했지만 세 번의 불합격 통보를 받았다. 보통 1년에 1번 시험이 있으며 전공에 따라 1명만 뽑거나 뽑지 않고 거르는 해도 있어 경쟁률이 매우 높다. 면접 전형까지 가려면 필기 전형에서 전체 지원자 중 3등 안에 들어야 했다. 필기시험이 가장 중요하기에 준비에 많은 시간을 쏟았다. 필기시험은 공통과목과 전공과목으로 이뤄져 있고 시험 범위가 정해져 있지 않아 직무 관련 중요한 문화사적 사건을 공부하며 지식을 넓혀 나가는 데 집중했다. 면접에서는 전공 지식과 공무원으로서 태도에 관해 묻는다. 박물관의 보도자료와 뉴스를 통해 현안이나 주요 사업을 파악했고 이를 답변에 활용해 직무에 대한 열정을 표현했다.

 

학예연구사가 갖춰야 할 자질은

아는 만큼 전시를 기획하고 조직할 수 있기 때문에 문화사적 지식과 더불어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두고 있어야 한다. 공무원 시험 합격 후에도 여러 분야를 공부하며 나의 지식 곳간을 채우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 전시 기획은 유물이나 현상을 보고 본인만의 논리를 도출해 관람객에게 보여주는 일이다. 그냥 지나칠 수 있는 일상 속 현상도 의미를 찾아보고 다른 각도에서 생각해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일방적인 전시나 교육이 되지 않기 위해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전시를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일지도 고민해야 한다.

 

학예연구직 공무원을 꿈꾸는 이화인에게

시험의 경쟁률과 난도가 높아 학예연구직 공무원이 되기 쉽지 않다. 그럼에도 많은 이들이 도전하는 것은 분명히 이 직업이 주는 매력이 크기 때문이다. 공무원 합격 전까지 중학교 기간제 국어 교사와 국립국어원 연구원으로 일하면서 시험 준비를 병행했고 꾸준히 도전해 합격할 수 있었다. 힘든 과정을 거쳐온 만큼 직업이 주는 기쁨이 정말 크다. 학예연구직 공무원은 높은 전공 지식을 요구하며 선발되기도 어렵기 때문에 도전을 두려워하는 분들이 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를 연구하며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는 보람을 느낄 수 있으니 포기하지 말라고 전하고 싶다. 학예연구사에 관심이 있다면 현장 업무를 경험해보기를 추천한다. 이러한 경험들은 본인만의 역량이 될 뿐만 아니라, 합격 후 실무를 할 때도 자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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