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2030의 가장 큰 관심사는 취업을 비롯한 커리어 활동이다. 이러한 관심을 반영해 본지는 사회 각지에서 커리어를 쌓고 있는 이화인들의 이야기를 담은 ‘이화잡(job)담’을 연재 중이다. 1633호부터는 본지의 온라인 독자패널단 ‘학보 메이트’의 궁금증을 인터뷰 질문에 반영해 독자 참여를 확대한다. 이번 호에서는 에듀 테크 스타트업을 창업해 운영하는 이사의 삶을 다룬다. 영어 스피킹 학습 플랫폼 ‘투덥’을 운영하고 있는 허예린(운동생리학 석사·13년졸)씨를 만났다.

에듀 테크 스타트업 ‘투미유’(2MEU)의 공동 창업자이자 대표이사인 허예린씨 김나은 사진기자
에듀 테크 스타트업 ‘투미유’(2MEU)의 공동 창업자이자 대표이사인 허예린씨 김나은 사진기자

현재 운영하고 있는 회사와 맡고 있는 업무는

에듀 테크 스타트업 ‘투미유’(2MEU)를 2016년에 구도영 대표와 공동 창업해 COO(이사)로 근무 중이다. 투미유는 영어 스피치 교육 플랫폼 ‘투덥’(2DUB)을 제공한다. 투덥은 해외 영화와 TV 프로그램 영상 더빙을 통해 영어 스피킹 학습을 돕는다. 현재 20만 회원을 보유하고 있으며 1000군데 이상의 국내외 학교, 학원에서도 투덥 클래스를 활용해 영어 스피킹 교육을 진행한다.

 

에듀 테크 스타트업 창업 계기는

처음부터 스타트업 창업을 계획한 것은 아니었다. 운동 처방과 관련된 일을 하고 싶어 본교 체육학부를 졸업 후 운동생리학 석사 과정까지 밟았다. 이후 2014년에 자전거 관련 스타트업에 입사했고 이때 한 지원 사업 선정을 계기로 3개월간 독일에 머물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당시 타 회사 소속이던 구 대표도 지원 사업에 선정돼 함께 베를린에 가서 창업 아이디어를 조사했다. 한국에 돌아와 구 대표와 공동 창업에 도전했고 여러 번의 시도 끝에 영어 스피킹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투덥 서비스를 기획했다.

 

전공과 무관한 분야로 창업해 어려웠던 점이 있다면

구 대표와 운동 관련 스타트업을 시도했지만 잘되지 않았고 뒤이어 에듀 테크 스타트업에 도전했다. 전공 분야는 아니었지만 몸소 체득한 경험을 중심으로 서비스를 개발했기에 큰 어려움은 없었다. 창업 이전, 영어를 구사할 줄은 알았지만 원어민 수준은 아니었다. 스피킹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인 뉘앙스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던 것이다. 예컨대 ‘hello’라는 단어를 ‘안녕하세요’ 외에도 전화받을 때 ‘여보세요’의 의미로, 혹은 대화 중간에 ‘왜 내 말을 못 알아들어’라는 의미로도 사용할 수 있다. 상황에 따라 뉘앙스를 적절히 활용할 줄 알아야 원어민과의 대화에서 용어를 이해할 수 있고 TV 프로그램의 유머에 웃을 수 있다는 생각에서 서비스 기획을 시작했다. 영어권 문화를 이해하는 과정에서 나온 창업 아이디어였기에 에듀 테크 분야에 두려움을 느끼지는 않았던 것 같다.

 

회사를 운영하며 성취감을 느낀 순간은

투덥 서비스를 통해 영어 스피킹 실력이 향상됐다는 소식을 들을 때 가장 큰 성취감을 느낀다. 2021년 말, 우리 서비스가 실제 영어 스피치에 도움이 되는지 궁금해 투덥으로 영어 말하기 대회를 준비할 초등학생 두 명을 모집했다. 투덥 클래스를 통해 학생들이 스피치를 문장별로 녹음하면 우리가 영어 억양과 뉘앙스에 대해 지도하는 방식으로 연습을 진행했다. 10일간의 교육 끝에 두 학생이 세계예능교류협회 주최 ‘대한민국 학생 영어 말하기 대회’에서 최고상과 우수상을 수상했다. 특히 한 학생은 해외 방문 경험이 없음에도 대회에 입상해 놀라웠다. 서비스 기획 의도에 맞게 영어 스피킹 학습 플랫폼이 제대로 구현됐음을 인정받은 것 같아 뿌듯했다.

 

대학 생활 동안 도움이 됐던 경험이 있다면

다양한 경험이 현재의 나를 만들었다. 체육 전공이었지만 타 전공 수업도 많이 들어둔 게 도움이 된 것 같다. 자신의 전공으로 평생 밥 벌어먹고 살 것이라 확신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최대한 내가 경험해볼 수 있는 것들을 다 해보자고 생각했다. 도전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진로를 결정할 수 있을 것이라 믿었기 때문이다. 학부 시절 의학에 관심이 많아 보건의학 수업을, 방송과 영화를 좋아해 미디어 수업을 들었고 컴퓨터공학 전공 수업도 들었다. 학교 안에서 다양한 전공을 배운 경험이 사회에 나가 다른 분야에도 스스럼없이 도전할 수 있는 용기를 줬다.

 

스타트업 운영 시 직면하는 가장 큰 난관은

흔히 회사 운영 계획이나 서비스 개선 방안을 설계하는 데 어려움을 느낄 것이라 생각하는데 창업에서 가장 힘든 것은 비용과 사람 문제다. 회사를 어떻게 홍보하고 서비스를 어떻게 만들어가면 좋을지에 대한 고민은 24시간 내내 한다. 워낙 당연한 고민이고 늘 하는 고민이라 힘들지 않고 오히려 재밌다. 그러나 업무에 부수적으로 따라오는 자금난과 인력난은 꽤 어려운 문제다. 창업은 투자나 지원을 받아야 시작할 수 있기 때문에 비용 문제는 스타트업이 초기에 대개 맞닥뜨리는 난관이다. 그 이후에는 마음 맞는 사람을 찾는 것이 어렵다. 구직자의 입장에서는 일할 회사가 없다고 느끼겠지만 스타트업에는 일할 사람이 부족하다. 회사의 브랜딩도 중요하지만 유능한 인재를 영입하기 위해서는 팀원들에게 좋은 근무 환경을 제공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

 

창업을 꿈꾸는 이화인에게 하고 싶은 말은

투미유 창업 당시에는 창업에 관심 있는 사람이 많지 않았고 창업 지원 시스템이 거의 없었기에 맨땅에 헤딩하듯 덤벼들었다. 현재는 정부 지원 사업이 많기에 여러 지원 사업에 도전해보라고 말해주고 싶다. 요즘에는 학교 안에서도 창업 이야기가 활성화됐기에 마음 맞는 친구들을 금세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창업을 하고 싶은 학생들끼리 모여 도전하는 건 분명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아이디어를 계속 구상만 하며 품고 있지 말고 끊임없이 시도해야 한다. 창업 아이템을 발전시켜 지원 사업에 신청해 봐야 그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고 유용한 창업 경험을 쌓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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