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로 투어 해설사 김미경(56 여 서울 서대문구)씨가 투어의 첫 순서로 ‘여기로’의 뜻을 설명하고 있다. 김지원 사진기자
여기로 투어 해설사 김미경(56 여 서울 서대문구)씨가 투어의 첫 순서로 ‘여기로’의 뜻을 설명하고 있다. 김지원 사진기자

“권기옥, 이태영, 강주룡, 박완서, 김마리아,… 이 여성들은 차별없이 자신의 능력에 따라 대우받고 기회를 얻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도전한 여성들이랍니다.”

‘여기로 투어’ 해설을 맡은 김미경(56·여·서울 서대문구)씨가 자기소개와 함께 운을 뗐다. 여기로 투어는 안산 자락길 만남의 장소부터 조성된 여성친화테마길을 둘러보며 설명을 듣는 프로그램으로, 2017년부터 시행됐다. 투어는 워크온(Walkon) 앱을 활용한 스탬프 투어로 8일부터 21일까지 서대문구 주민을 대상으로 6회 진행됐다.

본지는 16일 오전10시 투어에 참여했다. 투어 시작 전 서대문구청 앞에 모여 인원을 확인하고 워크온 앱 활용 방법을 안내받았다. 선선한 가을 날씨와 울긋불긋한 낙엽 길이 더해져 투어 시작 전부터 투어객들의 들뜬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투어는 구청에서 안산 자락길로 함께 이동하면서 시작됐다. 김씨는 안산자락길 만남의 장소 한 켠에 마련된 스토리보드 앞에서 해설을 시작했다.

“여기 길 이름이 서대문 ‘여기로’예요. 예쁘죠. 처음에는 저도 ‘여기로 오라’는 의미라고 생각했는데 ‘여성에 대한 기억을 담고 있는 길’이라는 깊은 뜻이 있답니다.”

여성친화테마길은 안산자락길에서 안산 내 북카페쉼터까지 약 2.2km에 걸쳐 조성돼 있다. 기자는 약 1시간30분 동안 구간 내 7곳에 설치된 스토리보드 앞에서 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 걸었다. 스토리보드는 ▲서대문 ’여기로’ ▲역사 속 위인 중 여성인물은 ▲여성독립운동의 수가 적은 이유 ▲기억해야 할 여성독립운동가 ▲슬픈 우리의 역사 ‘위안부’ ▲양성평등의 길을 연 ‘이태영’ ▲현대문학의 대표작가 ‘박완서’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으로 구성됐다.

투어 참가자 이여은(왼쪽부터)씨, 김지예씨, 투어 해설사 김미경씨. 김지원 사진기자
투어 참가자 이여은(왼쪽부터)씨, 김지예씨, 투어 해설사 김미경씨. 김지원 사진기자

평일 오전이었지만 안산자락길은 산행객들로 북적였다. 길이 대부분 평탄해 어렵지 않게 걸으며 해설을 들을 수 있었고, 투어는 해설사와 참여자가 적극적으로 대화하는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제가 여성친화테마길 해설을 위해 공부하기 전에는 여성독립운동가 딱 한 분만 알았어요. 누구일까요?”

김씨의 질문에 모두 입을 모아 유관순 열사를 답했다. 이어 그는 2019년 기준 독립유공자 서훈을 받은 15,689명 중 여성은 2%도 미치지 못하는 이유를 언급했다.

“왜 이렇게 여성들의 수는 적을까요? 맞아요. 국사 시간에 배운 적이 없어요. 여필종부라는 사회적 인식. 여성들은 그냥 조금 도왔을 뿐이라는 식으로 여성들의 역할이 과소평가 됐다는 거죠.”

김씨는 안내판에는 없는 해설을 추가해 설명하기도 했다.

“종로 5가 지하철 역에서 대학로 방향으로 가다 보면 연동교회가 나와요. 김마리아 선생님이 졸업하신 연동여학교가 있던 곳인데, 연동교회부터 김마리아 길이 조성돼 있어요.”

투어에 참여한 이여은(47∙여∙서울 서대문구)씨는 “투어를 듣지 않았다면 지나가더라도 몰랐을 것”이라며 소감을 전했다.

“이렇게 안산자락길을 걸으면서 여성 독립운동가나 부당했던 인권에 대해 이야기하고 여러 여성들의 삶을 볼 수 있어서 뜻깊었어요.”

함께 투어에 참여한 김지예(57∙여∙서울 서대문구)씨는 “투어가 굉장히 재밌었다”며 “무료로 이런 투어를 들을 수 있다는 데에서 한국이 문화강국이 됐다는 자부심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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