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한 영향력 가게인 수라를 운영하는 홍정미씨(왼쪽)와 홍지연씨. 김나은 사진기자
선한 영향력 가게인 수라를 운영하는 홍정미씨(왼쪽)와 홍지연씨. 김나은 사진기자

코로나19로 상황이 어려워져 장사를 쉬어가거나 심지어는 폐업하는 가게들이 먼 곳의 이야기가 아니다. 당장 본교 앞에도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가게들이 줄줄이 문을 닫았다. 운영이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그럼에도 아이들이 먼저인 이들이 있다. 바로 ‘선한 영향력 가게’ 모임에 가입한 본교 앞 가게들이다. ‘밥이꿀바비꿀’, ‘수라’, ‘위샐러듀’, ‘에어플레인모드’, ‘데몬헤어’는 결식아동에게 무료로 음식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 중 본지는 ‘밥이꿀바비꿀’과 ‘수라’, ‘위샐러듀’를 만났다.

‘선한 영향력 가게’는 결식아동을 자발적으로 지원하는 가게 모임이다. 2019년 서울시 마포구의 한 파스타 가게에서 시작해 지금은 전국 각지의 소상공인이 동참하고 있다. 음식점부터 카페, 학원과 안경원까지 매우 다양한 분야의 가게가 가입돼있어 각자의 위치에서 ‘선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해당 모임에 가입한 가게 입구에는 미소짓는 얼굴의 노란색 스티커가 붙어있다.

현재 서대문구의 결식아동은 구에서 제공하는 꿈나무카드를 이용해 7000원으로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다. 한창 커야 할 아이들에게는 충분하지 않을 수 있는 금액이다. 이런 아이들을 위해 학교 앞 ‘선한 영향력 가게’에 가입한 가게들은 모든 것을 무료로 내어준다.

밥이꿀바비꿀 입구에 선한 영향력 가게 스티커가 붙어있다. 김나은 사진기자
밥이꿀바비꿀 입구에 선한 영향력 가게 스티커가 붙어있다. 김나은 사진기자

신촌 박스퀘어 근처에 위치한 식당 ‘밥이꿀바비꿀’을 운영하는 고유리(28·여·서울 강서구)씨는 동사무소나 구청 등을 통해 다른 이들을 도울 방법을 찾다가 선한 영향력 가게를 알게 됐다. 고씨가 학생이었을 때 꿈나무 카드를 이용한 경험이 있는 것도 선한 영향력 가게 모임에 가입하는 데에 영향을 끼쳤다. 고씨는 “현재 지원 금액이 그때 당시 지원 금액과 너무 비슷해서 놀랐다”며 “생각해보면 전혀 창피한 일이 아니지만 카드를 쓰는 데 제한적인 것이 많아서 일일이 물어봐야 했던 게 당시에는 부끄러웠다”고 말했다.

학교 주변 한식당 ‘수라’를 운영하는 홍지연(46·여·서울 서대문구)씨와 홍정미(49·여·서울 서대문구)씨도 개인적으로 구청이나 동사무소를 통해 아이들을 도울 방법을 찾던 중 ‘선한 영향력 가게’ 인스타그램 계정을 발견했다. 전부터 늘 다른 이들을 돕고 싶었기에 바로 해당 계정에 메시지를 보내 선한 영향력 가게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선한 영향력 가게 중 하나인 위샐러듀. 이주연 사진기자
선한 영향력 가게 중 하나인 위샐러듀. 이주연 사진기자

선한 영향력 가게가 되기 전부터 선행을 실천했던 가게도 있다. ‘위샐러듀’를 운영하는 김태겸(35·남·서울 서대문구)씨는 자신이 다니던 교회와 연결돼있던 센터의 아이들에게 식사를 제공해왔다. 그러던 중 ‘선한 영향력 가게’ 가입 식당 중 한 곳이 음식을 사 먹기 어려웠던 한 형제에게 무료로 음식을 제공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가입했다. 김씨는 “코로나19로 매출이 많이 떨어져 있었지만,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해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들의 선행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코로나19 이후 매출이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확산 이전과 비교했을 때 ‘밥이꿀바비꿀’은 매출의 약 30% 이상, ‘수라’는 약 60%의 타격을 입었다. ‘위샐러듀’는 기존 매출의 2~30% 정도까지 떨어져 2020년부터 가게를 부동산에 내놓기까지 한 상태다. 이렇게 힘든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선한 영향력 가게를 계속 유지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엔 모두가 하나같이 “당연히 할 것”이라는 답변을 전했다. 

가게를 찾은 아이들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아이들은 누구냐고 묻자, 한식당 ‘수라’를 운영하는 홍씨 자매는 단골손님인 삼 남매를 떠올렸다. 삼 남매 중 첫째와 둘째는 중학생이고 막내는 초등학교에 다닌다. ‘선한 영향력 가게’에 가입하고 2년 동안 꾸준히 오던 이들이 최근 수개월째 가게에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처음에는 그러려니 생각했지만, 이유가 궁금해 한참 뒤에야 삼 남매의 어머니께 전화해본 홍씨는 눈물을 펑펑 쏟았다. “사장님도 힘들 텐데, 저희 아이들 셋씩이나 보내는 게 죄송해서 못 갔다”는 답변이 돌아온 것이다. 인터뷰 도중에도 홍씨의 눈시울이 종종 붉어졌다. 이 전화 이후로 삼 남매는 다시 가게에 오기 시작했고, 홍씨는 “아이들이 가게 밥을 좋아해서 정말 맛있게 먹는데 다행이고 좋다”며 매우 흐뭇해했다.

그러나 세 가게 모두 “찾아오는 아이들이 너무 없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수라’의 경우 삼 남매 같은 단골도 있고 가끔 찾아오는 학생들이 있긴 하지만 여전히 너무 적은 수이고, ‘위샐러듀’는 지금까지 찾아온 이들이 한두 명에 불과하다. ‘밥이꿀바비꿀’은 지금까지 단 한 명의 아이도 찾아오지 않았다.

아이들이 ‘선한 영향력 가게’를 많이 찾을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위샐러듀’를 운영하는 김씨는 “아이들에게 이러한 가게의 존재가 잘 알려져 있지 않은 것 같다”며, 본교 학생들이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봤다. 본교 봉사 동아리에서 활동하는 학생들은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과 상대적으로 쉽게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씨는 “이렇게 무료로 식사를 할 수 있는 곳이 있으니 자유롭게 이용해달라고 아이들에게 전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아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밥이꿀바비꿀’을 운영하는 고씨는 “아이들이 이건 절대 창피한 일도 아니고 자기 잘못도 아니라는 것을 알았으면 한다”며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하는 일이기 때문에 부담 갖지 않고 편하게 찾아와달라”고 말했다. ‘수라’의 홍씨 자매도 “아이들이 아무 때나 부담 없이 와줬으면 한다”고 전했다.

한편, 가게를 운영하지 않는 사람들도 ‘선한 영향력 가게’ 홈페이지(선한영향력가게.com)에서 후원을 통해 이들과 동행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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