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0원 김치찌개로 지친 청년들에게 어깨를 내어주다

단골이 그려준 그림을 들고 있는 청년밥상문간 이문수 사장. 이주연 사진기자
단골이 그려준 그림을 들고 있는 청년밥상문간 이문수 사장. 이주연 사진기자

지친 청년들에게 든든한 식사를 제공하는 식당이 있다. 단돈 3000원에 따뜻한 김치찌개와 무한리필 밥을 먹을 수 있는 ‘청년밥상문간’이다. 어떻게 이 가격으로 식당을 운영할 수 있으며 코로나19로 어려운 현 시점에 2호점을 낸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야기를 듣고자 식당을 운영하는 사장이자 신부인 이문수(47∙남∙서울 성북구)씨 31일 청년밥상문간 이화여자대학교점에서 만났다.

2015년 서울에 위치한 고시원에서 한 청년이 지병과 굶주림으로 고독사 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문수 사장은 “수도회에서 어려운 청년들에게 도움을 줄 새로운 무언가를 찾고 있던 시기에 이 안타까운 사건을 뉴스를 통해 알게 됐다”며 지금의 ‘청년밥상문간’이 세상에 나오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이씨는 “힘든 사회 속에서 청년들이 식사라도 든든하게 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식당을 차리게 됐다”고 했다.

가게 이름 중 문간은 ‘문간방’ 할 때 문간을 의미한다. 문간방은 집 밖과 안 사이에 위치한 공간으로 사람들이 모여 담소를 나누거나 편히 쉬는 공간이다. 이씨는 식당 이름이 식당을 운영하는 자신의 취지와 맞다며 “우리 식당이 문간방처럼 세상과 청년들 사이에 위치해 할 일을 하다가 언제든 잠깐 들러 휴식을 취하는 공간이길 바란다”고 말했다.

청년밥상문간 입구. 이주연 사진기자
청년밥상문간 입구. 이주연 사진기자

이씨는 서울 성북구 정릉시장에 위치한 1호점에 이어 다른 지역의 청년들에게도 식사를 제공하고자 여건이 된다면 2호점을 열 생각이었다. 그가 이 생각을 하자마자 tvN ‘유 퀴즈 온 더 블록’(유퀴즈)에서 연락이 왔다. 해당 방송 덕분에 식당 운영 취지가 사회에 알려지면서 약 80명이었던 정기 후원자가 약 1200명으로 늘어났다. 

또 해당 상가 성안나빌딩 소유주인 재단법인 성안나 재단에서 공동 사업을 제안해 2호점을 쉽게 열 수 있었다. 성안나재단 이사장 ㄱ씨는 “’청년밥상문간’의 사정이 어렵다는 소식을 듣고 재단에 건의해 공동 사업을 하기로 했다”며 “재단은 임대료와 월세를 받지 않고 이문수 신부는 식당을 관리, 운영하기로 협약을 맺음으로써 청년들을 격려하는 식당을 어렵지 않게 열 수 있도록 도와줬다”고 전했다. 

김치찌개와 각종 사리를 판매하고 있다. 이주연 사진기자
김치찌개와 각종 사리를 판매하고 있다. 이주연 사진기자

‘청년밥상문간’은 두부와 고기가 들어간 김치찌개가 3000원, 라면, 어묵, 스팸 등 각종 사리는 1000원, 밥은 무한리필로 제공되는 형식으로 운영된다. 주머니 사정이 어려운 청년들을 위한 식당이기에 매우 저렴한 가격으로 식사를 제공한다. 물론 매출은 적자다. 이씨는 “가게가 ◆박리다매로 운영되다 보니 최소 120~130명이 와야 수익이 난다”고 말했다. 

그는 식당의 지속가능한 운영을 위해 형태를 개인사업에서 사회적 협동조합으로 전환했다. 그는 “협동조합으로 식당을 운영하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후원자들을  모집했고 유퀴즈에 식당이 방영된 이후 더 많은 후원을 받게 됐다”고 말했다. 

이씨는 후원금을 청년들에게 돌려주기 위해 곧 3호점을 열 생각이다. 그는 식당을 150개까지 늘릴 계획도 전했다.

“굳이 먼 곳까지 식당을 찾아가지 않는 배고픈 청년들을 위해 그들이 있는 곳으로 직접 찾아가고자 한다.”

이전 가게의 인테리어를 유지해 공사비를 절감했다. 이주연 사진기자
이전 가게의 인테리어를 유지해 공사비를 절감했다. 이주연 사진기자

이씨는 청년들의 목소리에도 항상 귀 기울인다. 그는 2호점을 오픈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본교 재학생으로부터 온 인스타그램 다이렉트 메시지(Instagram Direct Message)가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채식주의자를 위해 젓갈을 넣지 않은 김치를 사용하는 건 어떻겠냐는 제안이었다. 그는 “식당에 찾아오는 청년들의 요구에 맞는 김치찌개를 만들고자 고민중”이라고 말했다.

식사 제공 외에도 청년을 위한 여러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2019년에는 청년들을 모집해 산티아고 순례를 다녀왔고 9월27일부터 10월16일까지는 ‘청년희망로드-올레길 걷기’ 프로그램이 진행될 예정이다. 이씨는 “실패 상황에서도 도움을 청할 용기를 낼 수 있었던 이유는 인생을 살아오면서 겪어온 시간이 내적 경험을 만들었기 때문이다”라며 “‘청년희망로드’를 통해 그러한 경험을 만들어 주고 싶었다“고 전했다. 이어 “청년들이 성취감을 통해 자신감과 용기를 가졌으면 하는 마음에서 행사를 계획했다”고 밝혔다. 

코로나19 단계가 격상한 가운데 이씨는 “기대하는 만큼은 아니지만 학생들이 이용해주니 다행”이라며 “우리 식당의 존재 이유는 청년들이니 언제든지 편히 와서 쉬어가길 바란다”는 마음을 전했다. 

 

◆박리다매 : 하나하나의 이익은 적게 보는 대신 물량을 많이 팔아서 큰 이익을 남기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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