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 아니면 졸업 전에 다시는 기회가 없을 것 같았어요.”

코로나19 중에도 해외 파견을 결심한 학생들이 있다. 국제처 국제교류팀에 따르면 2021학년도 1학기 약 50명이 교환학생으로 해외에 파견됐다. 북미, 아시아 지역은 각 10명 미만, 유럽 지역은 40명 미만의 인원이 파견됐다.

본지는 미국, 오스트리아, 중국, 홍콩으로 파견 간 학생들을 줌(Zoom)과 위챗(WeChat)을 통해 만났다. 각자 다른 파견 대학(파견교)에서 생활 중이지만 모두 “지금이 마지막 기회일 것 같아 해외 파견을 결심하게 됐다”고 입을 모았다. 코로나19 확산이 시작된 지 약 1년이 지난 지금, 해외로 나선 본교 학생 4명의 생활을 들어봤다.

 

코로나19 속 오스트리아에서 찾은 여유로움

제공=임정연씨
제공=임정연씨

“원래라면 클림트(Gustav Klimt)의 ‘키스’를 보기 위해 2시간은 기다려야 했을 거에요. 그런데 코로나19로 관광객이 줄어 작품을 오랫동안 가까이서 볼 수 있었죠”

오스트리아에서 교환학생 생활을 보내고 있는 임정연(커미∙18)씨가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키스’가 전시된 비엔나의 벨베데레 궁전미술관(Belvedere Palace)은 코로나19로 관광객이 적어 한산했다. 미술관 내 인원은 임씨를 포함해 약 10명이었다. 사람이 적어 3시간 동안 여유롭게 미술관을 둘러볼 수 있었다.

임씨는 오스트리아 린츠의 요하네스 캐플러 대학(Johannes Kepler University Linz)으로 파견됐다. 2020년도 2학기 이탈리아 밀라노로 파견될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출국 3달을 앞두고 파견이 취소됐다. 결국 유럽 국가 중 비교적 코로나19 상황이 괜찮은 오스트리아에 파견 가기로 결심했다.

파견교에서의 수업은 전면 비대면으로 진행되고 있다. 임씨는 비대면 수업이 수업에 대한 심리적 부담을 덜어줬다고 전했다. 그는 “영어 원어민이 아닌 입장에서 단어를 쓰거나 찾으면서 말할 수 있어 수업이 덜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한국은 오스트리아에 안전 국가로 분류돼 있다. 안전 국가로 분류된 나라의 경우 오스트리아 입국 시 코로나19 검사 결과를 제출하거나 자가격리를 하지 않아도 된다. 임씨는 별 다른 검사 절차 및 자가격리 없이 오스트리아에 입국할 수 있었다.

오스트리아는 현재 락다운(Lockdown)을 실시하고 있다. 오후8시를 기준으로 통행금지가 시행되고 음식점 및 카페 내 취식이 금지된다. 임씨는 “곧 부활절이라 강도 높은 락다운이 시행될 수도 있다는 소식을 들어 걱정”이라고 전했다.

오스트리아에 파견된 본교 학생들은 임씨를 포함해 4명이다. 임씨는 카카오톡(Kakaotalk) 단체 채팅방을 통해 연락하고 지낼 수 있어 의지된다고 했다. 채팅방에서 다진 마늘을 파는 마트와 위치를 공유하거나 코로나19 이슈에 대해 이야기하기도 한다. 그는 “처음 보는 사이였는데 만난지 10분만에 친해진 것 같다”며 “구체적인 계획없이 만나서 비엔나에서 3일 간 여행했다”고 말했다.

 

드라이브 스루로 백신 접종

미국 방역 체험하기

제공=남규아씨
제공=남규아씨

남규아(커미∙18)씨는 미국 텍사스 주 앤젤로 대학(Angelo State University)으로 파견됐다. 파견교의 수업을 한국에서 온라인으로 들을 수도 있었지만, 남씨는 직접 부딪혀 보기로 했다.

코로나19 상황에서 미국으로 향하는 것이 걱정도 됐다. 하지만 남씨는 “걱정했던 것보다는 캠퍼스의 방역 수칙이 잘 지켜지고 있는 것 같다”며 “인종차별도 지금까지는 경험한 적이 없다”고 전했다.

앤젤로 대학은 수업 전 학교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건강 상태를 체크하고 있다. 학교 어플리케이션 내 웰니스 체크(Wellness Check) 기능을 통해 건강 상태를 보고한 뒤 건물을 드나들 때마다 확인 화면을 조교에게 보여준다. 건물 출입 시 체온을 재는 과정도 거치고 있다. 남씨는 “본교에서 열을 체크하고 나눠주는 팔찌와 비슷한 개념”이라고 말했다.

수업은 최대한 대면으로 진행된다. 남씨는 대부분 20~30명 정도 정원의 소규모 강의를 수강하고 있다.

남씨는 친구들의 기숙사나 집에도 종종 놀러간다. 그는 “친구들이 방에 보드게임이나 DVD를 쌓아놓고 있다”며 “기숙사 방에서 TV로 영화를 보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훌루(Hulu), 디즈니 플러스(Disney +) 등의 OTT 서비스도 이용해 볼 수 있었다.

남씨는 코로나19 백신도 접종했다. 노약자, 교육 종사자 등이 접종 우선 순위지만 파견교에서 사귄 친구 덕분에 백신을 접종할 수 있었다.

남씨는 친구의 고향인 텍사스 주 랭킨(Rankin)의 한 병원에서 화이자 백신을 맞았다. 백신의 여분을 선착순으로 접종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친구와 함께 차를 타고 학교에서 약 1시간 거리의 병원로 향했다. 그는 “외국인이라 백신 맞는 데에 복잡한 절차가 있을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절차 없이 무료로 맞을 수 있었다”며 “드라이브 스루로 진행된 것도 신선했다”고 전했다.

신체 반응은 2차 접종 이후 느낄 수 있었다. 접종 다음 날 근육통과 두통을 느꼈다. 하지만 타이레놀을 먹고 하루가 지나지 않아 괜찮아졌다. 그는 “여기서는 대부분 백신을 맞을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맞겠다는 생각이 대중적이다”고 말했다.

 

전면 비대면 수업이지만 홍콩으로

시위 흔적 마주치기도

 

제공=윤여원씨
제공=윤여원씨

윤여원(동양화∙17)씨는 홍콩 성시 대학(City University of Hong Kong)으로 파견됐다.

파견 과정이 순탄치는 않았다. 출국을 계획할 당시 필수 자가격리 기간이 2주였지만, 홍콩 도착 직후 영국발 변이 바이러스로 인해 자가격리 기간이 3주로 늘어났다.  도착 후 코로나19 검사도 3번이나 받았다.

윤씨는 “3주간 자가격리를 하던 당시 흰 색깔의 팔찌를 차고 있었다”며 “팔찌를 강제로 끊어내거나 호텔 밖으로 나가게 되면 홍콩 방역당국에 알림이 가게 되는 체계”라고 전했다.

수업방식도 예상과 달라졌다. 출국 전 대면 수업이 진행될 예정이라고 전달받았지만 자가격리 7일차에 수업이 전면 비대면으로 전환됐다는 파견교의 연락을 받았다.

윤씨는 학교 근처에서 2019년에 있었던 홍콩 민주화 시위 흔적을 목격했다. 그는 “도로를 걷다 보도블럭이 빠진 자리가 시멘트로 메워진 모습을 볼 수 있었다”며 “이후에 학생들이 보도블럭을 도로에 쌓아 경찰 차량을 막기 위해 사용됐다는 것을 듣고 놀랐다”고 전했다. 교내에서도 시위 흔적을 찾을 수 있었다. 그는 “처음에 왔을 때 학교 건물이 공사 중이었다”며 “알고 보니 시위 당시 불타고 깨진 부분이었다”고 덧붙였다.

약 한달 전까지 홍콩은 오후6시까지 최대 2명만이 함께 식당에서 식사를 할 수 있었다. 현재는 인원 제한 규제가 풀리면서 오후10시까지 최대 4명이 같이 식사를 할 수 있다. 영화관, 체육시설 등의 운영 제한 규제도 해제됐다.

윤씨는 홍콩 현지인 대부분이 마스크를 잘 착용하고 다닌다고 전했다. 윤씨는 “마스크를 턱에 걸치는 사람들이 없어 놀랐다”며 “백화점과 같은 상점에 드나들 때는 항상 체온을 재고 마스크를 착용한다”고 말했다.

 

한 달 자가격리 버틴 중국 생활

“후회는 없어요”

제공=정민주씨
제공=정민주씨

“너 한국인이야? 나 BTS 좋아하는데, 한국어 배우고 싶어”

중국 베이징대학교(Peking University)에 파견 간 정민주(중문∙17)씨는 출국 전 친구를 사귀는 데 어려움을 겪을까 걱정했다. 파견교에 배정된 인원이 정씨 혼자인데다 수업도 홀로 들어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걱정이 무색하게 10명이 넘는 파견교 학생들이 한국에 관심을 보이며 정씨에게 먼저 다가왔다. 중국 현지 친구들은 BTS가 전세계적으로 인기가 있다며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했다.

학교에서의 순탄한 생활만큼 중국 입국 절차가 쉽지는 않았다. 베이징의 경우 외부인은 3주간 자가격리를 해야 한다. 정씨의 파견교에서 자가격리 1주일을 추가로 요구해 그는 약 한 달간 자가격리를 해야 했다.

또 정씨는 출국 48시간 전 코로나19 검사와 혈청 검사를 했다. 중국에 도착해서는 코로나19 검사를 5번 진행했다. 자가격리를 하며 거의 매주 검사를 진행했기 때문이다.

정씨는 엄격한 자가격리 과정을 거치며 ‘베이징이 한국보다 오히려 더 안전하다’고 느끼기도 했다. 베이징에 오는 모든 외부인이 동일한 절차를 밟아야 하기 때문이다. 중국 내 다른 도시에서 베이징으로 이동할 때도 자가격리 과정을 거쳐야 한다.

수업은 대면, 비대면 방식이 혼용되고 있지만 대면수업을 기본으로 한다. 정씨가 듣는 대면 수업의 경우 강의실에 모이는 인원이 약 90명 정도 되는 수업도 있다.

정씨는 “오기 전까지 많은 고민을 했지만 휴학을 하면서까지 파견 신청을 한 거라 마지막 기회였다”며 “현재 배정받은 파견교가 좋아 놓치기 싫은 이유도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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