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시대, 대학만의 차별성을 가지려면

코로나19로 갑작스럽게 한 학기 전면 온라인 강의가 시행됐지만, 사실 대학가는 사이버 대학으로의 전환을 꾸준히 시도해왔다. 본교를 비롯한 국내 대학들은 온라인 강좌 K-MOOC을 2015년부터 제공하고 있다. 미국의 미네르바 스쿨은 고정된 공간 없이 온라인 강의와 비대면 소통만으로 수업이 진행된다.

대학의 온라인화가 시작되던 때, 이번 코로나19로 인한 온라인 강의 시행은 이른바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 어떠한 현상이 서서히 진행되다가 작은 요인으로 한순간 폭발하는 것)가 됐다. 언택트(Untact) 시대에 대학도 비대면 체제로 변화할까. 본지는 앞으로 대학이 나아갈 방향을 알아보기 위해 대학의 온라인화에 대한 학생들과 교수진의 이야기를 들었다.

한 학기 전면 온라인 강의를 시행한 본교는 많은 변화를 맞았다. 교수와 학생은 얼굴이 아닌 컴퓨터 화면을 두고 마주했다. 강의뿐만 아니라 실험, 조별 과제 등 다양한 학습 활동도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초반엔 어려움과 불만족스러운 점들도 있었지만, 어느덧 교수와 학생 모두 온라인 강의 방식에 익숙해졌다. 온라인만으로 한 학기가 진행되자 ‘대학은 실질적인 공간을 필요로 하는가’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박주영(호크마·20)씨는 “대개 일방적으로 지식 전달식 강의를 하는데 교수와 학생이 대면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라며 “토론식 수업도 피드백만 확실히 해준다면 온라인 강의 방식이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역적·국가적 한계를 뛰어넘는 비대면 수업의 역할을 강조했다. “온라인 강의로 누구나 지식에 접근할 수 있는 상태가 되면 현대 사회에 팽배한 학벌주의가 사라질 것”이라고 박씨는 기대했다.

이어진(심리·20)씨도 비대면 수업 방식으로의 전환 자체는 긍정적으로 봤다. 이씨는 통학으로 드는 시간과 돈을 절약하고, 편안한 수업 분위기로 경직성이 줄어 유연하고 창의적인 생각도 많이 할 수 있게 됐다. 다만 “비대면 교육과정과 수업방식, 성적 산출 등 세부 사항에 있어 확실한 체계와 매뉴얼이 필요하다”고 이씨는 말했다.

이원복 교수(법학과)는 실습이나 실험이 필요하지 않은 경우, 온라인 강의의 확대는 고무적이라는 입장이다. 그는 이번 학기 실시간 화상 프로그램 줌(ZOOM)으로 실시간 강의를 진행하며 오히려 대면수업보다 집중도를 높일 수 있었다. “강의실에서 수업할 땐 앞자리에 앉은 학생이 질문하면 뒷자리 학생이 잘 들리지 않았어요. 그런데 줌은 화자가 바로 화면 중심에 뜨니까 학생들이 수업에 더 참여할 수 있더라고요.” 이 교수는 대면 강의가 시작돼도 종종 줌으로 실시간 강의를 하는 것도 좋겠다고 밝혔다.

대학이 온라인화되면 일반인들에게도 대학 강의를 수강할 기회가 생긴다. 이 교수는 “대학의 문제 중 하나가 일반인들의 문턱이 높다는 것인데 물리적 제약이 없어지면 많은 사람이 강의를 들을 수 있다”며 “지식을 많은 사람이 전달받으면 인류와 사회가 더 윤택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출처=이대학보DB
출처=이대학보DB

반면, ‘대학’이라는 실제적 공간에서 이뤄지는 학습은 여전히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정경은(독문·19)씨는 “오로지 비대면 수업만으로 이뤄진 대학은 학원과 다를 바가 없다”고 말했다. 대학은 단순 지식 전달뿐만 아니라 ‘사회로 진출하기 전 또래와 상호작용을 거치는 단계’라는 것이 정씨의 설명이다.

교육혁신단 교육혁신센터 천윤필 팀장은 “온라인 수업에도 분명 장점이 있으나 오프라인 수업만의 장점을 완벽히 대체하기엔 한계가 있다”며 “오프라인 수업에 기반을 두고 온라인 수업의 장점을 융합하는 교육 방법이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본질적으로 더 이상 수업이 교수의 일방적인 강의 중심이 아닌 학생의 학습 활동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천 팀장은 온라인 강의가 연장되거나 K-MOOC처럼 온라인으로 수업하는 강의가 확대될 것을 대비해, ▲원격수업 교수법 및 콘텐츠 제작 인력 보완 ▲콘텐츠 제작 시설 보완 ▲셀프제작 스튜디오 단과대별 1실 구축 ▲실시간 화상 강의 솔루션 도입 등의 대안을 고려하고 있다.

K-MOOC <의생명과학기술과법>을 수업하는 이 교수는 “시간과 비용을 생각할 때 모든 강의를 K-MOOC처럼 제작할 수는 없다”고 진단했다. K-MOOC의 경우 전문적인 스튜디오와 기술자의 도움으로 정제된 환경에서 강의를 제작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앞으로 대학의 온라인화에 대해선 “원하든 원하지 않든 대학은 온라인으로 전환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온라인 강의 확대에 대비해야 하는 것으로 이 교수는 ‘교수의 강의력’을 꼽았다. 오프라인에서는 수강인원 제한 때문에 강의력이 부족한 교수의 강의라도 학생들이 수강했다. 하지만 온라인에서는 이런 제한이 없어져 양극화 현상이 생긴다는 것. 이에 “수업력이 부족한 교수들은 보강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이서영(디자인·18)씨도 같은 문제를 제기했다. 대학이 K-MOOC, 유튜브 등 넘치는 인터넷 강의들과는 차별화된 경쟁력을 키울 것을 요구했다. 이씨는 “미네르바 스쿨은 비대면 수업인 동시에 토론처럼 능동적인 참여를 이끌어내는 것이 목표라고 한다”며 “이처럼 단순한 강의식 수업이 아닌 실시간으로 얻는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대학의 기능은 교육에만 있지 않다. 이 교수는 교수의 강의력과 연구력은 비례하지 않기 때문에 연구에 집중하는 교수들이 불이익을 받을까 우려했다. 그는 “대학이 온라인으로 전환되면 수입이 줄어 교수의 연구를 위해서만 대학이 존립하기 어려워질 것”이라며 “학교 측은 연구 전담 교수와 강의 전담 교수가 비슷한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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