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임영현 기자
그래픽=임영현 기자 dladudgus99@ewhain.net

“오늘 해야 할 것: 강의 45개, 과제 3개, 빨래 널기. 현재 한 것: 과식.”

“나는 놀게, 싸강은 누가 들을래?"

2020학년도 1학기 본교에 재학 중인 대학생들이라면 모두 공감할 이야기. 이번 학기 수업은 코로나19 여파로 대부분 온라인으로 진행된다. 온라인 강의에는 화상 프로그램 줌(Zoom) 등을 통한 실시간 강의, 녹화 강의, PPT자료에 음성을 넣은 강의 등 다양한 방식이 있다. 이러한 강의 방식으로 학생들은 교수와 마주하지 않고 강의실이 아닌 ‘자택에서’, ‘스스로 시간표에 맞춰’ 수업을 들어야 한다.

집에서 듣는 온라인 강의는 강제성이 없고 강의실에 비해 자유롭고 편안하다. 그러나 온라인 강의가 지닌 시간적·공간적 유연성 때문에 학생들은 강의를 미루거나 놓치기 일쑤다.

개강한 지 벌써 11주 차, 하지만 곽주영(국문·19)씨의 한 과목 학습 진도는 아직 3주차에 머물러 있다.

“저는 실시간 강의를 들을 때 딴짓을 해요. 멀티(한 번에 여러가지 일을 하는 것)가 된다고 자부하며 강의를 틀어놓고 휴대폰을 하는데, 사실 멀티가 전혀 안 됩니다.”

녹화 강의를 들을 때도 집중이 안 되는 건 마찬가지다. 그가 듣는 6개 수업 중 유일하게 실시간 강의가 아닌 한 수업은 3주차부터 10주차까지 약 30개 강의가 밀렸다. 곽씨는 의지를 불태우기 위해 ‘강의 시간을 계산해 몇 시까지 이거를 다 듣자!’ 다짐해 미션을 달성하듯 온라인 강의를 듣고 있다.

곽씨는 “좋아하는 수업이라 완벽하게 잘 해내고 싶은데 아직 준비가 안 돼 손도 못 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실시간 강의가 아니어서 나태해지는 마음”도 공존해 자꾸 미루게 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밀린 강의는 많지만 출석률은 좋은 편이다. “그래도 스트리밍(streaming)은 잘 돌려서 출석체크는 하고 있어요. 출석을 2주 놓친 적이 있는데, ‘미래의 제가 과거의 저를 원망하는 것밖에 더 있나’ 싶어 초연한 마음으로 있습니다.”

녹화 강의는 강의 영상을 스트리밍해 다 들으면, 출석도 되고 다시 들을 땐 배속으로 재생할 수 있다. 그래서 곽씨는 녹화 강의는 한 번에 끝까지 들은 적이 거의 없다고 한다.

강의가 30개 밀린 수업은 곧 첫 시험을 앞두고 있다. 곽씨는 이번 주까지 밀린 모든 강의를 수강하는 것이 목표다. 그는 이번 주 목요일부터 일요일까지 4일간, 하루에 7~8개의 강의를 들을 계획이다. 곽씨는 “그래도 한 강의당 20~30분 내외라 가능한 계획인 것 같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어 “올해는 계획을 잘 실천하는 사람이 되기로 했다”고 다짐을 밝혔다.

“한 과목은 영어 강의인데 너무 듣기가 싫어 출석만 하고 안 들은 상태예요. 중간고사 전날이랑 그 전날에 밤새워서 몰아 들었는데, 하루에만 약 8~9개의 강의를 들었죠.”

최세은(경영·19)씨도 강의가 밀려 시험 직전 몰아 듣는 경험을 했다. 자주 밀리게 되는 한 과목이 있었는데, 중간고사 전까지 밀린 강의를 모두 수강했다. 하지만 중간고사 이후 5월 초부터 10주차까지 다시 약 15~17개 강의가 밀렸다.

최씨는 학기 초반엔 진도표도 작성하며 온라인 강의를 수강했지만, 중간고사 후 더 게을러졌다고 한다. 중간고사 전엔 출석은 잘 했는데, 시험 후 한 과목을 두 번이나 결석한 적도 있었다.

“중간고사가 끝나고 놀고 싶다는 생각에 긴장이 풀어져 강의를 안 듣고 있었어요. 그런데 갑자기 싸한 느낌이 들어 확인해보니 2개나 결석해버린 거예요.”

그는 “이렇게 계획 없는 생활을 지속하다간 2학기 오프라인 수업에서도 집중하기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어 진도표를 성실히 작성하기로 다짐했다. 강제성을 위해 친구와 함께 ‘온라인 강의 수강 인증 스터디’를 하는 것도 고려중이다.

끝으로 최씨는 “저 같은 벗들이 있다면 앞으로는 꼭 강의를 밀리지 말고 제때 출석을 해 좋은 성적을 받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싸강: 사이버 강의의 줄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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