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중순까지 교수님 얼굴과 목소리를 몰랐어요."

ㄱ(소비·20)씨는 개강 후 한동안 수강하는 교양 수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다고 느꼈다. 4월 둘째 주까지 교수의 설명이 녹음된 자료나 실시간 강의 등 수업이 없었기 때문이다. 수업은 과제로 대체됐다.

2020학년도 1학기 전면 온라인 강의를 시행한 지 중반이 넘어섰지만, 여전히 일부 수업에서 온라인 강의 질이 떨어졌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학생들은 부족한 강의 자료, 수업시간 단축 그리고 소통 부족을 문제점으로 꼽았다.

ㄱ씨는 수업 없이 과제를 수행하며 어려움을 겪었다. 과제는 오전에 안내된 후 당일 오후5시까지 제출해야 했다. 짧은 과제 제출 기한으로 인해 학생들은 충분히 학습한 다음 과제를 수행하기가 어려웠다. ㄱ씨는 “기계적으로 수업 내용을 읽고 시간 안에 많은 양의 과제를 해야 했다”며 “수업 내용은 물론 과제에 대한 설명도 불충분해 모든 활동을 알아서 해야 했다”고 말했다. ㄴ(국문·20)씨 역시 같은 상황이다. 수강 중인 문학 수업에서 담당 교수는 PPT 자료만 제공했다. PPT는 따로 음성이 녹음돼 있지 않고 글과 이미지로만 구성돼있었다.

ㄴ씨는 “교수님이 PPT 자료를 바탕으로 자율 학습할 것을 요구했다”며 “교수님의 직접적인 설명이 없어 혼자 공부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문학 작품을 배우는 수업 특성상 교수의 설명 없이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이 많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2020년 1학기에 한해 대학에서 온라인 강의 대체 시 오프라인 강의 1시간 기준, 25분 이상 분량의 콘텐츠를 제작해야 한다는 기준을 없앴다. 최소한의 기준이 사라지면서 강의시간 단축으로 수업 내용이 축소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실제 강의시간 단축으로 충분한 수업이 이뤄지지 않은 사례도 있었다. ㄴ씨의 문학 수업은 4월 셋째 주부터 녹화된 강의로 진행됐는데, 75분이었던 수업이 30분까지 단축됐다. “한 번 강의할 때 3개의 작품을 다루기 때문에 30분은 작품을 충분히 설명하기에 부족한 시간”이라는 게 ㄴ씨의 설명이다.

3월21일~26일 진행한 본지 자체 설문조사 중 ‘온라인 강의 진행 시 가장 우려되는 문제’에서 61.8%(55명)를 차지했던 ‘교수·학우와의 소통 부족’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김지아(철학·20)씨는 “교수님께 질문을 즉각적으로 할 수 없다”며 “교수님들도 학생들의 반응을 보면서 수업하는 게 아니다 보니 어려운 부분에 대한 보충 설명이 미흡하다”고 답했다. 김씨는 수업이 녹화된 강의로 진행돼 이메일이나 사캠을 통해 질문한다.

질문을 문자로 보내면서 생기는 어려움도 있다. 김씨는 “말로 하면 바로 여쭤볼 수 있는데 문자로 표현하기 모호한 부분이 있다”며 “교수님의 답변이 이해되지 않을 때 다시 메일을 보내야 하는 점이 불편해 질문을 하지 않게 된다”고 토로했다.

이지인(융콘·20)씨는 “학생 간 상호작용이 이뤄지지 않는 것도 단점”이라고 말했다. 이씨의 교양 수업은 학생들과의 토론이 주된 활동이다. 하지만 녹화된 강의 형식으로 바뀌면서 토론 주제에 대한 학생들의 의견을 원활하게 들을 수 없게 됐다. 이씨는 “전자기기 활용도를 높여 학생 간 소통 문제가 개선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그래픽=이화원 기자 xnsxns200@ewhain.net
그래픽=이화원 기자 xnsxns200@ewhain.net

온라인 강의, 학생과 교수 모두 어려움 겪어

갑작스러운 온라인 강의 시행으로 혼란스러운 건 교수진도 마찬가지다. 특히 기술적 문제로 인한 혼란이 크다. 교단에서 수업하던 교수들이 낯선 온라인 프로그램을 다루며 학생들과 소통해야 하기 때문이다.

민병원 교수(정치외교학과)는 수업을 녹화해 업로드하는데 영상 제작에 어려움을 겪었다. 개인 노트북으로 수업을 녹화하고 인코딩해야 해 영상이나 음성 품질이 저하되는 문제가 생겼다. 또 녹화 프로그램인 ‘SmartRecorder’의 UI(User Interface, 사용자에게 컴퓨터를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설계 내용)가 좋지 않아 제작 환경이 원활하지 못했다. 민 교수는 “학기 초반에 이 프로그램 때문에 고생을 많이 했고, 동일한 강의를 두세 차례 녹화해야 하는 난감한 상황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완성된 녹화본을 편집하려면 전문적인 기술 분야에 해당할 정도로 높은 수준의 프로그램 활용 능력이 요구된다”며 “교수들이 편집까지 직접 맡아서 하기에는 시간과 에너지 손실이 무척 클 것”이라고 전했다.

수업시간 단축에 대해 민 교수는 집중적으로 강의를 진행한 결과라고 답했다. 녹화 강의의 경우 비대면으로 이뤄져 학생들과의 소통이 불가능하고 에피소드나 농담, 질의응답 등을 주고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수업자료에만 집중하게 된다는 것.

민 교수는 “녹화 강의나 실시간 강의에서 느슨한 방식으로 수업하기는 쉽지 않고 대부분 PPT에 집중해 빠른 속도로 진도를 나가게 된다”며 “만약 온라인 수업시간을 늘리면 집중도가 떨어지는 상황에서 대면 강의보다 많은 콘텐츠를 다뤄 교육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홍영예 교수(호크마교양대학)는 “오프라인 수업에서는 수업을 산만하게 만드는 요소들이 많아 중간중간 잔소리를 하게 되는데 온라인 수업에서는 이런 일이 거의 없다”며 “특히 출석 체크의 경우 전체 참여자 수를 확인하고 결석 인원이 없으면 그냥 넘어갈 수 있어 시간이 단축된다”고 답했다.

유의선 교수(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 역시 온라인 강의 수업을 준비하는데 애로 사항이 많았다. 그는 “그림이나 요약 도표, 해설 동영상을 추가해 온라인 강의가 오프라인 강의보다 준비 시간이 많이 든다”고 말했다.

실시간 화상 강의 진행 시 학생들이 수업에 집중하는지 확인하기도 어렵다. 화상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한 화면에 모든 학생들의 모습이 한 번에 띄워지지 않기 때문이다. 유 교수는 “수업 중 학생이 무엇을 하는지 알 수 없고 자리를 뜨는 경우도 일일이 지적하기 쉽지 않다”고 전했다.

홍 교수는 4월 셋째 주부터 화상 프로그램 줌(Zoom)을 통해 실시간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이전까지 홍 교수는 학생들에게 수업 자료를 제공하고 과제를 점검하는 방식으로 수업을 진행했다. 하지만 글로 소통하다 보니 교수와 학생 간 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학생들의 불만이 있어 실시간 강의를 시작했다. 홍 교수는 “화상 강의에 익숙지 않아 여러 기술적인 실수가 있기도 했다”며 “학생들의 전체적인 반응을 볼 수 없어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알기 어렵다”고 답했다.

전자기기마다 다른 프로그램 기능을 사전에 인지하지 못해 수업에 차질을 빚은 적도 있다. 홍 교수는 “평소에 사용하던 컴퓨터가 아닌 아이패드(iPad)로 실시간 강의를 진행 한 적이 있었다”며 “아이패드로는 줌의 소그룹 회의 기능을 진행할 수 없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아 당황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온라인 강의를 지원하는 교육혁신 센터는 실시간 화상 강의를 위해 줌 라이센스 60개, 웹 엑스(Webex) 라이센스 300개를 확보해 요청한 교수들에게 배포했다. 교육혁신센터 천윤필 팀장은 “줌의 경우, 학교 계정(ewha.ac.kr)을 사용하면 일반 계정에 적용되는 40분 시간제한이 없어 모든 교수진이 사용하는 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구글 행아웃 미트(Google Hangout Meet), 스카이프(Skype) 등 툴 사용 안내를 진행했다.

온라인 강의 활용 매뉴얼도 제공했다. 이번 학기 강의를 하는 모든 교수와 강사는 사이버 캠퍼스(사캠) ‘원격수업 활용 매뉴얼’이라는 강의에 가입됐다. 이 강의에서 동영상 제작하는 법, 실시간 화상 강의 사용법, 사캠에서 온라인 활동 진행하는 법 등을 안내한다.

천 팀장은 “온라인 강의 진행에 관한 교수와 학생들의 문의를 신속하게 처리하고 있다”며 “효과적인 온라인 수업을 위한 티칭 팁을 제공하는 등 수업의 질을 떨어뜨리지 않도록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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