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톡 메신저 단체 채팅방에서 조별 회의가 시작됐다. 임원진이 프로젝트 안건을 제시한 후 “이제 준비해온 자료를 보내주세요”라고 채팅방에 말했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채팅창이 조용해졌다. 약 30분이 지났을까, 조원들이 하나둘 자료를 보내기 시작했다.

배소정(정외·19)씨가 대외활동 온라인 팀플(팀플레 이의 줄임말) 도중 겪은 일이다. 배씨는 “준비하지 않았다가 그제야 찾아서 보낸 것”이라며 “온라인의 경우 따로 얼굴을 보지 않으니 무임승차하는 사람이 늘어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 여파로 2020학년도 1학기 팀플이 대부분 온라인으로 진행되면서 학생들은 원활한 소통이 더 힘들어졌다고 말한다. 기존 팀플은 대면으로 진행하며 카카오톡 회의 등 온라인 방식을 병행하는 형태였다. 하지만 현재는 일면식도 없는 팀원과 온라인으로만 팀플을 해야 하는 실정이다.

배씨는 질문시간 중 이미 언급한 것을 한 팀원이 다시 질문한 경험, 동시다발적으로 여러 사람이 채팅을 입력해 흐름이 끊긴 경험도 언급했다. 그는 “온라인 회의에만 의존해야 하는데 팀원들이 집중하지 않아 전체적으로 회의 질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김수현(기후에너지·19)씨는 화상으로 온라인 팀플을 진행하지만 답답함은 여전하다. 김씨가 듣는 강의는 정규 수업시간에 화상 프로그램 줌(Zoom)을 통해 팀플을 한다. 줌 전체 회의실에서 교수가 수업을 진행한 후, 학생들을 줌 프로그램 내 조별 소회의실로 보내면 그곳에서 팀플이 시작된다.

해당 강의는 본래 수업시간에 팀플을 진행해왔다. 덕분에 학생들은 교수의 즉각적인 피드백을 받을 수 있었고, 어려움이 생기면 바로 도움을 요청했다. 교수와 학생 간의 쌍방향 의사소통이 가능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교수님이 소회의실에 들어오시지 않는 이상 교수님 말씀은 모니터 속 팝업창으로 받아 볼 수밖에 없어요. 도움이 필요할 때 교수님께 즉각적으로 여쭤보기가 힘들더라고요.” 이외에도 김씨는 조원 얼굴을 본 적이 없어 소통에 어려움을 느꼈다. “의견을 피력할 때, 말하고 있는 조원의 얼굴이 화면에 나오지만 매번 명확하게 화자를 인식하기는 어려워요.”

김씨는 ‘온라인 팀플의 저조한 참여’도 문제로 지적했다. “한 번은 수업을 듣고 조별 소회의실로 옮겨지는 과정에서 조원 한 명이 이탈한 적이 있었어요. 해당 조원은 어떤 이유로 팀플을 빠졌는지 사전에도 그 후에도 설명이 없었어요.” 얼굴도 연락처도 모르기에 이탈한 조원을 다시 참여시킬 방법은 없었다.

이명지(건축·18)씨도 정규 수업시간에 줌 프로그램 내 소회의실에서 실시간 온라인 토론에 참여하고 있다. 이 씨는 “토론 특성상 서로 의견을 나눠야 하는데, 현재는 단순히 자신의 의견을 차례대로 말하는 것에 그치고 있다” 며 “온라인으로 하니 인터넷 연결이 끊겨 소통이 원활하지 않고 집중력도 떨어진다”고 말했다. 이어 “토론이 끝나지 않았는데, 이용시간이 만료돼 소회의실이 자동으로 닫힌 적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학생들은 코로나19로 어쩔 수 없는 상황임을 이해하지만, 온라인으로만 진행되는 팀플이 혼란스럽기만 하다. 배씨는 “온라인 팀플이 본인의 자발성과 열정이 없으면 상당히 비효율적인 방법임을 깨닫게 됐다”며 “보이지 않는 공간에 있다고 해도 모두 맡은 바 최선을 다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남겼다. 이어 김씨도 “온라인으로만 진행되는 팀플 특성상 조원의 이탈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한 번쯤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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