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술집 만석 ··· 감성주점 기준은 제각각

코로나19 상황이 장기화되며 지난 3월부터 20대의 ‘겁 없는 활보’는 지속적으로 논란의 중심에 있다. 하지만 이번 이태원 클럽처럼 유흥 업소에서의 대규모 감염 사례는 전례 없는 일이었다. 코로나19가 잠잠해지며 국민들 모두 바이러스가 종식되길 바라던 시기였기에 비난은 상당히 거셌다. 이후 신촌의 유명 술집인 ‘다모토리 5호점’이 확진자 동선에 포함된 것이 알려지며 본교 커뮤니티 내에서도 경각심을 가지고 생활방역을 준수하라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이에 본지는 신촌 이대거리와 신촌 연세로를 중심으로 서울시의 집합금지 명령과 방역 당국의 생활 속 거리두기 지침이 잘 지켜지고 있는지 살펴봤다.

김서영 기자
코로나19확진자가 나온 신촌의 밤. 거리는 한산한 반면 유흥가 안은 사람들로 가득했다.
김서영 기자 toki987@ewhain.net

“야. 자리 없대. 딴 곳 가자.”

5월15일 오후9시, 신촌 대학가. 신촌의 밤은 여전히 밝고 시끄럽다. 유명 술집들은 평소와 다를 바 없이 인산인해를 이뤄 만석으로 아쉬운 발걸음을 돌리는 이들도 있었다. 길거리에는 술을 마시다 담배를 피우러 나온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었고, 그중 일부는 담배를 끄며 침을 뱉기도 했다.

5월9일 서울시는 이태원 클럽 관련 확진자 수가 급증함에 따라 클럽, 콜라텍, 감성주점, 룸살롱 등 관내 모든 유흥시설에 ‘집합금지’ 명령을 내렸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위반 시 엄중한 처벌을 내리겠다”고 경고했다.

서대문구청에 따르면, 현재 서대문구에는 27개의 유흥시설이 있다. 그중 유흥시설 19개소가 신촌 이대거리와 신촌 연세로 중심 대학가에 위치해 있다. 서울시의 집합금지 명령으로, 신촌 대학가 내 유흥시설 19곳과 다모토리 5호점을 포함한 '춤을 추는 행위 허용 일반음식점' 5곳이 모두 문을 닫았다. 그러나 사람들이 다시 신촌 일부 유명 술집으로 모이면서 ‘생활 속 거리두기’의 의미는 퇴색되고 있다.

신촌의 한 술집 앞에서 담배를 피우던 대학생 ㄱ(21·남)씨는 “코로나19에 감염될까 걱정은 되지만 친구들과의 친목도 중요하다”며 “아무래도 술을 마시며 노는 것과 안 마시는 건 달라 술집에 왔다”고 말했다.

이어 ㄱ씨는 “시간이 지나며 술집에 점점 사람들이 찼지만 사람이 찼다고 우리가 중간에 나갈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술집 안에서도 옆 테이블과 거리를 두고 앉는 등 조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삼삼오오 모여 앉아 즐겁게 술을 마시는 사람 중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은 찾아볼 수 없었다. 테이블과 테이블 사이도 사람 한 명이 간신히 지나갈 수 있는 간격이었다. 창문도 없는 밀폐된 공간에서 약 40명 넘는 사람들이 웃고 떠들며 분위기를 즐기고 있었다.

신촌에 거주 중인 이지원(중문·17)씨는 "대학가 특성상 사람이 계속 모이는 것 같다"며 "바이러스 확산이 우려돼 확진자가 나온 신촌 대학가로는 잘 가지 않는다"고 전했다. 이씨는 대규모 감염 사례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의 경각심이 줄어드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며 안타까움을 전했다.

일각에서는 유흥시설을 중심으로 업종에 따라 일괄적 제한을 하는 '집합금지' 명령이 실효성과 공평성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이태원 확진자들이 대규모 감염된 6개 업소 중 유흥시설은 2개였다. 나머지 4개 업소는 모두 일반 음식점이기 때문에 유흥시설로 등록된 2개 업소만이 집합금지 명령으로 현재 영업중지 상태다. 

신촌 역시 확진자가 나온 다모토리 5호점을 포함한 다모토리 8개 업소 모두 일반음식점으로 분류된다. 5월15일 확인 결과 신촌 다모토리 1~7호점 중 1, 2, 4, 7호점은 집합금지 명령이 내려지지 않았고, 그 중 1, 2호점은 영업을 이어가고 있었다.

이에 서대문구청 보건위생과 관계자는 “다모토리 3, 5, 6호점은 구청의 허가를 받은 ‘춤을 추는 행위 허용 일반음식점’”이기 때문에 “‘감성주점’으로 분류돼 집합금지 명령 처분이 내려졌다”고 설명했다. 반면 다모토리 1, 2, 4, 7호점은 춤이 허용되지 않은 업소(일반음식점)이기 때문에 행정 명령을 내리지 않았다는 것이 서대문구청의 설명이다.

그러나 최세은(경영·19)씨는 “다모토리 5와 7 모두 가봤지만 이들 간의 차이가 크게 없었다”며 “춤 허용 여부에 대한 차이가 있을 것이라 생각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일부 술집 간판에는 ‘감성포차’, ‘썸포차’라고 쓰여있지만 모두 일반음식점이라는 이유로 영업을 이어가고 있다.

이러한 일괄적 제한에 대해 유흥시설 업계는 반발했다. 역학조사가 가능하게끔만 조정해 운영한다면 일반음식점 같은 업소와 크게 차이가 없다는 것이 유흥시설 업계 측 설명이다. 서대문구에서 유흥시설을 운영하는 ㄴ사장은 "코로나19의 위험성은 충분히 인지하고 있지만 이러한 업종 분류는 크게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같은 유흥시설이더라도 클럽은 사람들이 대량으로 접촉하는 것에 반해 룸살롱 등의 경우 일반 술집보다도 사람들 간의 접촉이 더 적다"는 것이 그의 입장이다. 

업소에 가해지는 일방적 규제로는 한계가 있다는 입장 역시 존재한다. 최근 확진자가 나온 신촌 ‘오렌지 룸’ 사장 고형덕씨는 “이태원 클럽 같은 밀집된 공간에 다녀왔던 사람들은 증상이 없더라도 조심성을 가져야 한다”며 “자영업자 입장에선 손님의 발병 여부를 알 수 없기 때문”이라고 호소했다.

미생물학 전공인 윤주천 교수(의학과)는 개인 방역의 중요성에 관해 설명하며 “개인 방역은 자신뿐만 아니라 타인을 보호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술집에서는 음주를 위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게 되므로, 환기를 제대로 하지 않거나 사람 사이의 거리를 최소 1m 이상으로 조정하지 않은 술집은 되도록 가지 않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한편, 몇몇 술집들에 사람들이 쏠리는 현상에 관해, 서대문구청 보건위생과 관계자는 “집합금지령과 연관시킬 것은 아니다”라며 “장사가 잘되는 집이 있고, (손님이) 없는 집이 있는데 쏠렸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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