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학기 미네르바 스쿨 학생들과 인도 칼라불가리에서 시빅 프로젝트를 진행한 조예영씨 제공=조예영씨
지난 학기 미네르바 스쿨 학생들과 인도 칼라불가리에서 시빅 프로젝트를 진행한 조예영씨 제공=조예영씨

미네르바 스쿨 학생들은 7개 도시에서 공부한다. 1학년 때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2학년 때부터는 학기마다 대한민국 서울,  인도 하이데라바드, 독일 베를린,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영국 런던, 대만 타이페이로 옮겨 다닌다. 캠퍼스가 없는 학교, 7개의 도시. 미네르바 스쿨의 ‘도시를 캠퍼스로 활용한다’는 말은 과장이 아니다. 학교 강의실, 도서관, 운동시설, 실험실 등이 없는 대신 도시의 인프라를 최대로 활용해 캠퍼스가 제공하는 그 이상의 교육을 받을 수 있게 한다.

입학 첫 주, 김문섭씨와 임지엽씨는 학교 측이 준비한 파운데이션 위크(Foundation Week) 행사를 치렀다. “새로운 학교, 도시와 친해지라고 학교가 마련한 프로그램이에요. 며칠 전에는 샌프란시스코 공립 도서관에 가서 도서관 카드를 발급받는 미션을 했어요.” 1학년 학생들은 샌프란시스코의 시립 도서관 27개를 이용하고, 학술자료를 열람할 수 있다. 박지원씨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자연과학을 전공한 학생들의 경우, 사회에서 ‘온라인으로 공부한 학생’이라는 편견을 마주한 적이 있다고 해요. 하지만 사실은 다른 학교에서처럼 똑같이 실험하고 공부해요. 해당 지역에 있는 대학이나 연구소와 결연을 맺어, 그 학교의 실험실에서 공부하죠.” 서울 지역의 경우 미네르바 스쿨은 한양대와 파트너십을 맺어 시설을 이용하고 있다.

학생들은 머무는 도시별로 특색있는, 강점을 가진 분야 산업을 접할 기회를 얻게 된다. 미네르바 스쿨의 도시 경험 매니저(City Experience Manager) 김은영씨는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개발하고 싶은 역량과 흥미에 관해 설문 조사를 한 후, 해당 도시가 대표하는 분야는 무엇인지 알아본다”며 “이를 바탕으로 학생들과 파트너십 기업을 연결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신입생들이 거주하는 샌프란시스코에는 실리콘밸리가 있다. 김씨는 “기숙사 근처만 둘러봐도 트위터(Twitter)와 우버(Uber), 구글(Google) 본사가 있어요. 학교가 이런 회사들과 파트너십을 맺어서 같이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게끔 도와주고 있죠.” 한국의 경우 카카오와 결연 맺어 앱 개발 협업 프로젝트를 마련하기도 했다. 조예영씨는 “경영학을 전공하는 저로서는 각국의 스타트업 사업자들을 만나보고 그들과 아이디어를 나눌 기회가 많아 좋았다”고 말했다. “저희가 공부하는 내용을 세계 여러 도시에서 프로젝트를 통해 실천할 기회가 주어지는 거죠. 글로벌한 인적 네트워크를 키워나가는 것. 미네르바 대학의 강점이에요.”

조씨는 지난 학기 인도 하이데라바드에서 공부하며 동기들과 학교에서 주선한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인도의 마을 ‘칼라불가리’에서 비즈니스를 배우고자 하는 여성들을 위한 스타트업 인큐베이터를 설립하는 프로젝트였다. 미네르바 학생 7명과 함께 여성 사업자와 만나며 조씨는 “그곳 사람들에게 벤처 사업이란 실리콘 밸리에서처럼 거창하고 화려한 것이 아니었어요. 소박하지만 현실적이고 그 마을에 꼭 필요한 작은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수단이었죠.. 열악한 상황 속에서도 많은 여성이 하나의 목표를 위해 노력하는 것을 보고 영감과 감동을 받았습니다.”

 물론 캠퍼스가 없어 마주하는 한계도 있다. 임씨는 “학교라는 울타리가 주는 안정감”이 그리울 때가 잦다고 한다. 좀 더 생활적인 측면에서 보면, 다른 대학들의 ‘학식’도 부러운 요소다. “학생들은 보통 밥을 해 먹어요. 사 먹기에는 물가가 너무 비싸거든요.” 하지만 캠퍼스의 부재는  미네르바만의 생존 방식이기도 하다. “캠퍼스 유지 비용을 없애 교육에 투자해요. 미국의 다른 대학들은 대부분 큰 규모의 운동팀과 운동장, 시설이 있지만 미네르바 스쿨은 이 비용을 줄이고 학생이 찾아서 도시 인프라를 이용하는 식이죠.”

 이처럼 미네르바 스쿨은 도시와 공생한다. 그만큼 새로운 도시에서의 적응이 중요하다. 박지원씨는 자신만의 도시 적응 방식이 있다. 바로 춤이다. ”춤을 배우는 게 취미라, 각 도시에 갈 때마다 배우러 다니고 있어요. 배우는 것 자체도 즐겁고 그 도시에서 친구를 사귈 기회도 되고요.” 학생들은 새로운 나라에서 도시를 알아보고 경험하려 노력한다. 현지 문화를 알아보고 현지인들과 친구가 되고자 하는 것이다. 

조씨도 “지역사회 이벤트에 참여하는 등 수업, 프로젝트 외에 많은 시간을 그 나라를 탐구하는 데 보낸다”고 전했다. 김씨는 미네르바에서는 “금요일은 무조건 공강”이라며, 대신 금요일에 열리는  “코커리큘럼(co-curriculum) 행사에 3번씩 필수적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말한다. “도시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살펴보고, 도시의 구성원이 돼 직접 참여도 하기 위해서예요. 봉사활동일수도 있고, 현장학습처럼 특정 장소로 떠날 때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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