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Y 가야만 성공하나요, 틀 벗어난 교육 알린다 ‘프롬 미네르바’
SKY 가야만 성공하나요, 틀 벗어난 교육 알린다 ‘프롬 미네르바’
  • 샌프란시스코=허해인 기자, 김수현 기자, 글=허해인 기자
  • 승인 2019.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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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9월 미네르바 스쿨에 입학한 김문섭(자유전공·19)씨와 임지엽(자유전공·19)씨는 ‘프롬 미네르바’라는 뉴스레터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미네르바 스쿨의 교육 방식에 관한 글을 한국의 독자들에게 전달하는 것이다. 남다른 학교에서 남다른 프로젝트를 시작한 이들은 관습적으로 따라온 ‘교육 제도’에 반기를 들고 다른 경로를 제시하고자 펜을 들었다. 최근 뉴스레터는 미네르바의 교내 인턴인 ‘워크 스터디(work study)’와 미네르바 학생만의 공부법을 다뤘다. 뉴스레터에서 각각 에디터 ‘섭’과 ‘엽’으로 불리는 이들을 9월8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만났다.

 

9월8일 인터뷰 중 ‘프롬 미네르바’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김문섭씨와 임지엽씨(왼쪽부터) 허해인 기자 heohaein@ewhain.net
9월8일 인터뷰 중 ‘프롬 미네르바’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김문섭씨와 임지엽씨(왼쪽부터) 허해인 기자 heohaein@ewhain.net

 

-전통적인 대학이라는 선택지를 두고 미네르바 스쿨에 들어온 계기는 무엇인가.

: 한국에서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나왔다. 한국 입시를 준비하면서 부모님이 미네르바 스쿨을 소개해줬는데 지원하지 않으면 후회할 것 같아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성균관대, 한양대 5개 학교를 다 포기하고 왔다. 고등학생의 시각에서는 한국에서 명문대 사회학과를 가면 로스쿨, 대학원, 행정고시 준비 중에서 진로가 결정되겠다는 생각밖에 안 들더라. 틀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살면서 위태롭게 도전해보는 경험을 하고 싶었는데 가려고 했던 한국 대학은 그런 부분에서 부족할 것 같다는 생각이 있었다.

: 교육 분야에 관심이 많아 미네르바 스쿨을 설립 때부터 알고 있었다. 그러다가 원래 가려 했던 미국 대학을 재정적 문제 때문에 못 가게 됐고, 1년간의 갭이어(gap year)를 갖기도 했다. 이후 영국 대학과 중국 대학을 옮겨 다녔다. 이때 철학과 심리학을 전공했는데 전통적인 학교생활이 마음에 들지 않았고, 교육 체계 자체에 의문을 품던 중 미네르바 스쿨을 다시 보게 됐다. 많은 혁신학교가 생기고 없어지던 터라 미네르바도 없어질 줄 알았는데, 5년 동안 살아남았을 뿐 아니라 성공 대로를 달리고 있더라. 교육에 뜻이 있는 사람으로서, 교육 혁신의 실제 사례를 가까이서 볼 수 있는 좋은 경험이 되리라 생각해 진학을 결심했다.

 

-프롬 미네르바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 친구들을 통해 ‘문구점 응’이라는 1인 스튜디오 에디터를 알게 됐는데, 이분은 유명한 자율형 사립 고등학교 선생님으로 활동하다가 교육 이상과 현실의 괴리감을 느껴 학교를 떠났다. 이후 ‘문구점’이라는 이름을 걸고 독립 출판 프로젝트를 하고 있다. 이분이 내가 미네르바 스쿨에 가게 된 것을 알고, 새로운 교육 시스템을 보여주는 실험을 해보면 좋겠다고 제안해서 프롬 미네르바를 기획하게 됐다. 해외에서 공부한 나의 관점과 한국에서 공부한 지엽이의 관점이 어우러지면 다양한 이야기를 담을 수 있을 것 같아 함께 시작하게 됐다.

 

 -에디터들의 교육 철학은.

: 미네르바 뉴스레터가 추구하는 주제가 교육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는 거다. 다양한 나라에서 여러 교육 모델을 보고 경험하면서  교육자가 되겠다는 다짐을 했다. 그리고 한국 교육이 정체돼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미네르바 스쿨 같은) 이런 교육도 존재할 수 있다는 걸 알리고 싶다. 학교라는 틀에 얽매이지 않고 다양한 교육적 시도를 해볼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기 때문이다.

고등학생 때까지 드라마 ‘스카이캐슬’처럼, 대학 안 가면 인생이 망하고, 대학을 가서 무조건 이렇게 살아야 한다는 계획 아래에 살고 있었다. 그런데 재정적 문제 때문에 학교를 못가게 되면서 ‘아무리 노력해도 다른 변수 때문에 학교를 못 가는 경우가 있다’는 배신감과 충격이 있었다. 그때 여러 고민을 하면서, 4개국에서 학교를 다닌 경험으로 나도 모르게 각 나라의 교육 시스템을 비교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다 보니 ‘꼭 하나의 길로 살지 않아도 된다, 공부를 하는 데는 여러 길이 있다’는 걸 깨닫게 됐다. 누가 “꼭 이렇게 살아야 해”라고 하면 “아닌데? 내가 해봤는데?”라고 답할 수 있게 된 거다.

: 한국 고등학교와 대학교는 학생들에게 체력, 시간상으로 많은 걸 요구하기도 하지만, ‘이 길이 아니면 내가 어떻게 되나’하는 걱정을 주입한다. 그래서 고등학생 때 교육 정책이라는 주제에 몰입하게 됐고, 이로 인해 미네르바 스쿨에 오고 뉴스레터를 쓰게 된 것 같다. 너무 관습화되고 한 길만 바라보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미네르바 스쿨에 온 후 두려울 때도 많지만 홀가분하기도 하다. 한국에서는 ‘성공으로 가는 길은 하나’로 정해져 있고 대학 합격증으로 모든 인생이 재단 당하는 느낌을 받았는데, 지금은 다른 길이 있다는 걸 몸소 체험하고 있기 때문이다.

 

-구독자와 구독층은 어떻게 되나.

: 구독자는 약 70명으로, 대부분은 학생들이고 학부모와 교육계 종사자도 많다. 교육계 종사자들이 현장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궁금해하는 것 같다. 미네르바 서울 기숙사 건물 설계자가 ‘학교 이야기가 재미있어 보인다’며 프롬 미네르바를 읽고 있다고 전해주기도 했다.

 

-앞으로 프롬 미네르바가 목표하는 바는.

: 가까운 미래로는 4년 동안 연재 하는 게 목표다. 내년에 서울로 학교를 옮겨가면 각종 행사도 열 계획이다. 최종 목표는 우리나라 메이저 언론사에 실리는 것?(웃음) 어차피 우리의 이야기를, 이런 대학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리는 게 목표니까. 다양한 교육 방식이 존재할 수 있다는 걸 더 많은 사람이 알았으면 좋겠다.

: 교육계의 메이저 언론이 되고싶다.(웃음) 교육이라는 주제에 있어서 우리 이야기가 영향력이 있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대안적인 교육 방식이 있다는 것과 성공의 길이 이렇게 다양할 수가 있다는 걸 많은 부모가 알고 아이들에게 한 길을 강요하지 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