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A 국장, 미국의 대북정책이 정치가 될 때
VOA 국장, 미국의 대북정책이 정치가 될 때
  • 이수빈 기자
  • 승인 2019.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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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보영 기자 b_young@ewhain.net

 

11일 오전11시 이화·포스코관 110호에서 통일학연구원이 주최하는 ‘통일학 열린 강의’가 진행됐다. 이날 행사에서 국제 방송사 미국의 소리(VOA∙Voice Of America) 이동혁 한국어 방송 국장은 미국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행정부(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정책을 설명하며 두 차례에 걸쳐 진행된 북미 정상회담에 관한 개인적 견해를 학생들과 나눴다.

VOA는 미국 연방정부가 운영하는 국제방송사로, 미국 워싱턴 DC에 본부를 두고 1942년 첫 라디오 전파를 송출한 이래 현재까지 미국의 제도와 정책을 전 세계 약 40개의 언어로 전달한다. 이동혁 국장은 현재 VOA에서 북한 취재를 총괄하는 선임기자로 1992년부터 북한을 취재했다.

미국 국무부에 매일 20개 이상의 질문을 보내는 언론사는 VOA밖에 없을 것이라는 이 국장은 “대북 정책 고위 담당자들과 단독 인터뷰를 하기 위해 밤늦은 시간까지도 끈질기게 취재 요청을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그는 미국 정부를 오랜 시간, 끈질기게 지켜보며 느낀 생생한 취재기를 들려줬다.

이 국장은 이전 미국의 정부들에 대해 “북한 핵 문제는 정부 부처의 의견과 부딪히는 별다른 목소리가 없어 언론인으로서 어떤 의미로는 재미가 없던 시기”라며 “미국에서 북한을 바라볼 때 사람들 간의 큰 이견이 없고 안정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는 공화당 출신의 대통령이 두 번이나 북한 최고 지도자와 정상회담을 통해 만나며 판도가 바뀌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며 국외 문제로 여겨졌던 북한 이슈가 정치화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전 정부까지는 북한과의 관계에 차질이 생긴 것이 국내 정치적 입지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그는 이것이 양날의 검이라고 말했다. 대북 정책이 주목을 받을 수는 있겠지만 대통령의 모든 말과 행동이 정치적 계산과 동떨어져 나올 수 없기 때문이다. 북한 이슈가 정치화되고 있는 이유에 대해서는 톱-다운(Top down) 방식의 정상회담과 같이 대통령이 직접 개입하는 모습을 대중에게 보여주고, 관련 과정을 끊임없이 증명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많은 이들이 과거 행정부와 현재 정부의 대북 정책이 대조될 거로 예측하지만 그는 현재 트럼프의 대북 정책도 과거 오바마 행정부의 정책과 같은 선상에 있다고 말했다. 그가 취재했던 오바마 행정부 최고위급 관계자에 따르면 오바마 행정부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추구하기 위해 중국을 압박하는 방안을 고안했지만, 임기 말기라 큰 자극이 되지는 못했다고 전했다. 현재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중국 기업들을 압박하는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 이 국장은 “두 정부의 정책이 유사하지만, 차이가 있다면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 수위가 2~3배 이상은 강하다”고 말했다.

중국만 압박하는 것은 아니라며 지난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의 주요 결렬 원인이었던 대북 제재에 관해 그가 취재한 내용을 밝혔다. 이 국장은 “국제 사회 입장에서도 협상하면서 제재를 강화하는 게 앞뒤가 맞지 않고, 북한도 이전부터 제재의 모자를 쓰고 대화를 하지 않겠다고 말하지만, 트럼프 행정부에게 대북 제재는 유일하고 강력한 방안”이라며 “대화 중에도 ‘큰 몽둥이’를 옆에 두는 것이 현 행정부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또한 지난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된 상황에 대해 빅딜(Big deal), 스몰딜(Small deal) 등 다양한 이야기가 나왔지만 노딜(No deal)까지는 북한도 전혀 예상치 못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상들의 비언어적 표현을 통해 예측한 견해였다. 허나 그는 “톱-다운 방식의 대화에서 정상 간 케미스트리(조화)가 생겼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소셜 미디어를 통해 대화가 완전히 끊기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해당 일자로 발표된 북한 미사일 발사장 복구 움직임 등과 관련해 “하루 이틀 만에 국가가 계속 표명한 태도를 바꿀 수는 없다”며 “우려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러시아 타스 통신은 북한의 최선희 외무성 부상이 15일 평양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우리는 미국의 요구에 어떤 형태로든 양보할 의사가 없고, 이런 종류의 협상에 참여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했다고 보도했다. 기자회견에서 최 부상은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에서 미국은 황금과 같은 기회를 날렸다”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하노이 회담 이후 북한의 향후 행동 계획을 담은 공식 성명을 곧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