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융합 교육, 어디까지 왔나
국내 융합 교육, 어디까지 왔나
  • 한채영 기자
  • 승인 2018.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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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학에서 찾은 과학·예술 융합의 길

지난 여름 대전시립미술관은 세 달에 걸쳐 생명과학을 주제로 ‘대전 비엔날레 2018 바이오’ 전시 행사를 진행했다. 올해 행사에 발걸음 한 관람객 수는 약 5만6500명으로 재작년보다 1만 명 가까이 증가했다.

행사에는 일찍부터 과학기술을 예술의 영역으로 끌어들인 예술가 수잔 앵커(Suzanne Anker), 헤더 듀이 해그보그(Heather Dewey Hagborg) 등 바이오아트의 선구자들이 참가했다. 발광다이오드(LED) 불빛으로 식물이 자라는 작품 ‘우주농업, 담배꽁초나 껌에서 추출한 유전자(DNA)‘와 3차원(3D) 프린트를 활용해 물건의 주인과 거의 비슷한 얼굴 모습을 만들어낸 작품 ‘스트레인저 비전스(Stranger visions)’. 이들이 모두 비엔날레에 전시된 작품이다.

대전시립미술관 관계자는 “아티스트 프로젝트로 10회 이상 진행해온 행사인데 올해 비엔날레로 승격했다”며 “과학을 통해 작품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방식이 대다수이기에 과학과 예술을 어렵다고 느끼던 사람도 즐겁게 관람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처럼 국내에서 과학예술을 융합한 연구와 작업이 활발해졌다. 그러나 대학에서는 여전히 두 영역의 융합 교육이 미진하기만 하다.

 

△국내 대학 융합 교육 시도 증가했지만

현장에서 과학과 예술을 융합한 사례가 증가하면서 국내 대학 역시 융합 교육을 다양하게 시도했다. 서울대는 통합창의디자인학과를 운영하고 있다. 2009년에 지식경제부와 한국디자인진흥원에서 추진하는 ‘융합형 디자인 대학 육성사업’에서 국비를 지원받아 시작했으며 5년간의 지원이 끝난 후 자생적으로 운영 중이다.

서울대 내 통합창의디자인학과는 일반전공이 아닌 ‘연계 전공’ 개념으로 운영되고 있다. 운영 초반에는 일부 학과 학생들만 이수 가능했으나 2018년 기준 디자인학부, 경영학과, 기계항공공학부, 컴퓨터공학부, 산업공학과, 건축학과, 전기·정보공학부 등 다양한 학과 학생들이 참여할 수 있게 됐다.

카이스트는 2013년부터 재학생의 예술적 감성과 창의력을 자극해 새로운 연구 아이디어를 얻게 해주겠다는 취지로 ‘아티스트 레지던시’(예술가 상주) 프로그램인 ‘엔드리스로드’를 운영하고 있다. 이공계 학생을 예술에 노출해 유연한 사고를 교육하고, 참여 작가에게는 캠퍼스 개방으로 창작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기획됐다.

연세대는 ‘한국판 MIT 미디어랩’을 표방해 2011년 3년제 학부와 석·박사 통합 과정의 4년제 대학원으로 이뤄진 글로벌융합공학부를 설립했다.

그러나 여전히 과학·예술 협업이 증가하는 속도에 비해 국내 대학의 융합 교육은 잘 이뤄지고 있지 않다. 서울대, 카이스트, 연세대, 성균관대 등 일부 학교를 제외한 대다수 대학에서 융합 교육의 시도는 미진하다. 

관련 교육이 시행되고 있는 학교에서조차 융합 교육이 ‘제대로’ ‘활성화’됐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서울대 정의철 교수(통합창의디자인학과)는 “우리나라 대학의 경우 융합의 지향점이 모호한 상태로, 융합이 ‘방법’이 아닌 ‘목표’ 가 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또한, 국내 융합 교육이 미진한 원인으로 그는 “국내 융합 교육의 걸림돌은 경제적인 여건뿐만 아니라 분야 간 장벽과 융합 동기 부족”을 꼽았다. 융합 교육의 평가 체제가 불분명할 뿐만 아니라 다수 인원과 협력해 융합하는 교육이 개인적으로 공부할 때보다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 사고가 보편화돼 ‘굳이’ 융합하지 않으려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본교, 아직 융합 교육 활성화되지 않아

본교 역시 아직 과학·예술 융합교육이 활성화돼있지 않다. 조형예술대학(조예대)과 엘텍공과대학(공대)이 공동개발해 팀티칭으로 진행되는 수업이 있긴 하지만 그 외 학부생을 대상으로 한 단과대학 차원의 교류 수업, 프로젝트는 드물 뿐만 아니라 홍보가 부족하다. 자연과학대학(자연대) 행정실 관계자는 “현재 자연대 차원에서 조예대와 협력 혹은 교류하기 위한 시도는 거의 없는 것 같다”며 “교양 과목 외 전공 수업에는 개설된 융합 강좌가 없다”고 설명했다.

공대 역시 필수적으로 큐브 과목을 이수해야한다는 것 외의 융합 교육 시도는 드물다. 큐브 과목 필수 이수는 2018학년도 휴먼기계바이오공학부, 사이버보안전공, 기후·에너지시스템공학전공 입학생을 대상으로 적용된다. 창의융복합 과정 중 ‘큐브’에 개설된 3과목을 의무적으로 이수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인문학큐브, 콘텐츠큐브, 디자인큐브 세 영역으로 구분된 교과목 중 디자인 큐브에 해당하는 과목은 10개다. 그러나 이 중 실질적으로 과학과 예술을 융합한 내용을 다루는 강의는 ‘디지털매체와 예술’ 등 약 3개 과목뿐이다. 공대 행정실 관계자는 “큐브 외에 공대 내에서 개설된 융합 과목이나 프로그램은 없다”며 “융합 관련 교육은 호크마 교양 대학에 일부 개설된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본교 내 융합 교육 양성에 대해 김남시 교수(예술학전공)는 “과학 예술 융합 과목의 정규 교과 과정 및 프로그램이 보편적으로 마련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외 작가를 초빙해 하나의 실험적인 수업을 만들 수는 있지만 성공 여부와 학생 수요가 불투명해 당장 보편적으로 활성화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는 것이다.

그러나 김 교수 역시 교내 융합 교육이 활성화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과학자와 예술가가 장기간 영향을 주고받는다면 서로 긍정적인 자극을 받을 것”이라며 “대학 현장에서 융합 교육의 기회가 확대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