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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취재] 섹스티벌 개최하고 생리용품 무료 배치… 학생들이 변화 이끌다
미국 대학에서 찾은 성평등 실천론
2017년 11월 13일 (월) 권소정 기자 bookjr@ewhain.net

 

실천적으로 접근한 성차별 문제… 자신과 맞닿아 있는 문제부터 고민 필요

   
 
  ▲ 스카치씨가 만든 ‘뉴욕대의 히포쉬’ 영상 캡쳐  
 

  미국 뉴욕대(New York University) SSR(Students for Sexual Respect) 에밀리 호켓(Emily Hockett) 회장은 외출할 때 항상 펑퍼짐한 옷만 입는다. 캣콜링(Cat Calling)을 피하기 위해서다. 캣콜링은 남성들이 거리를 지나는 여성들에게 성적 농담을 건네는 행위다.

  호켓 회장은 “몸에 달라붙는 옷을 입고 조깅할 때, 캠퍼스를 혼자 돌아다닐 때 항상 캣콜링을 당한다”며 “내가 여성이라는 이유로 겪는 캣콜링이 불쾌해 되도록 낮에 친구들과 함께 이동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보다 상대적으로 성평등 인식이 높다고 여겨지는 미국에서도 대학 내 성차별은 존재한다. 강의실에서 남학생과 여학생을 차별하는 등 차별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다는 게 미국 학생들의 말이다.

  캠퍼스 성평등을 위한 움직임이 최근 시작된 한국과는 달리 미국에선 대학 내 성차별을 없애기 위한 활동이 활발히 진행돼왔다. 미국 대학생들은 대학 내 성차별을 없애기 위해 어떤 활동을 하고 있을까.

 

△ 영상제작, 축제로 성평등 인식을 높이다

 “성평등 논의의 진정한 가치는 우리가 성차별을 인지해 바꾸려 한다는 것과 아직 오지 않은 평등한 미래를 상상을 통해 엿볼 수 있다는 것에 있다.”

  뉴욕대 3학년 나탈리나 스카치(Natalina Schappach·국제사무)씨와 그의 동료들이 만든 ‘뉴욕대의 히포쉬’(HeForShe at New York University) 영상에 나오는 말이다. 7분 남짓 흑백영상에는 11명의 뉴욕대 학생과 뉴욕대 교수들이 나와 자신의 시각으로 바라본 성평등 논의의 필요성을 이야기 한다. 히포쉬(HeForShe)는 유엔여성(UNWomen) 산하 단체로 성평등 실현을 위한 강연 등을 주최하고 있다.

  스카치씨는 영상을 통해 학생들에게 사람마다 성평등에 대해 가진 생각이 다를 수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었다. 그는 “대학 내에서만 성평등이 논의되면 학생들의 입장에 갇힌 논의가 이뤄질 수 있다”며 “학생들에게 다양한 연령대, 계층의 사람들이 성평등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 영상에는 뉴욕대 학생이자 영화배우로 활동 중인 애나소피아 로브(Annasophia Robb), 수라지 샤르마(Suraj Sharma)도 출연한다. 애나소피아 로브는 영화 ‘찰리와 초콜릿 공장’(2005)의 조연으로, 수라지 샤르마는 영화 ‘라이프 오브 파이’(2013)에서 주연을 맡은 배우들이다.

  로브는 영상에서 영화배우로서 자신이 겪었던 성차별 경험을 풀어냈다. 그는 “나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지 주인공의 상대역이 되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에 영화나 프로젝트가 마음에 들지 않을 때도 있었다”며 “성평등 활동인 히포쉬를 접한 후에야 이런 이야기를 꺼낼 수 있게 됐고 처음엔 이런 대화가 어색하고 고통스럽기도 했다”고 말했다.

  스카치씨가 만든 영상은 뉴욕 현대 미술관(Museum of Modern Art)에서 상영됐다. 그 자리에는 캐나다 총리 쥐스탱 트뤼도(Justin Trudeau) 등 영향력 있는 정치인들과 기업의 고위 인사들이 참석하기도 했다.

  스카치씨는 “유명 인사들이 영상을 보러 왔다고 해서 극적인 변화가 일어나지는 않는다”며 “다만, 그들이 내뱉는 한 마디가 가지는 무게를 알기 때문에 그들이 성평등을 지지하면 정책이나 경영방침에 분명히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 PPGA 학생들의 모습. 제공=PPGA 페이스북  
 

  뉴욕 코넬대(Cornell University) PPGA(Planned Parenthood Generation Action)는 학생들의 인식 변화를 위한 축제 ‘섹스티벌(Sextival)’을 매년 기획한다. PPGA는 여성들에게 피임과 낙태 등의 정보를 제공하는 뉴욕의 비영리 단체 Planned Parenthood 산하 학생그룹이다.

  매년 9월 말 열리는 섹스티벌은 성(sex)과 축제(festival)의 합성어로, 축제 형식을 빌려 학생들이 자신의 몸을 정확하게 인식할 수 있도록 돕는다. PPGA 조에 마셀(Zoe Maisel) 회장은 “대학생들이 입학 전 받은 성교육이 불충분하기 때문에 신체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자는 차원에서 이런 축제가 열리고 있다”며 “정확한 신체 인식을 통해 자신의 몸부터 이해해야 다른 사람의 성을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축제에는 학생들이 자신의 성에 대해 편하게 이야기하고 관련 정보를 얻어가는 장이 마련된다. 작년에는 성과 관련된 퀴즈를 맞춰보는 테이블, 섹스토이를 직접 볼 수 있는 테이블, 피임기구로 장미를 만들어보는 테이블 등이 설치됐다.

  PPGA 마셀 회장은 “퀴즈 테이블에서는 참여한 학생들에게 ‘미국인이 보통 어느 시기에 성관계를 처음 맺을까’ 등의 문제를 냈다”며 “섹스토이가 놓인 테이블에서는 학생들이 성관계를 통해 행복을 얻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했고 섹스토이를 직접 만져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행사에서 학생들은 직접 초록색, 빨간색의 콘돔을 이용해 장미를 만들기도 했다. 이는 콘돔을 처음 보는 학생들,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학생들이 보다 편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PPGA 학생들이 고민한 결과물이었다.

  마셀 회장은 “축제에 와서 피임기구와 섹스토이를 처음 보거나 새로운 사실을 알아가는 학생들이 많은데, 나도 PPGA에 들어와서 이런 것들을 처음 접하게 됐다”며 “성에 대해 편하게 이야기하는 자리가 많아진다면 단순히 정보를 알아가는 것뿐 아니라 성소수자를 포함해 나와는 다른 배경을 가진 사람을 이해하는 폭이 넓어진다”고 말했다.

 

△ 직접적인 건의로 학교를 바꾸다

  학생들은 인식개선 활동 외에도 학생들에게 필요한 비품을 대학에 요청하기도 하고, 부당한 대학 제도가 있으면 바꾸기도 했다.

  뉴욕대 SSR은 작년, 교내 화장실에 무료 생리 용품 배치 캠페인을 진행했다. 이들은 캠페인을 통해 학생 약 3000명의 서명을 모아 학교에 청원서를 제출했다. SSR은 뉴욕대 학생들이 만든 단체로 학교가 올바른 성평등 제도를 유지하도록 돕고 문제가 있는 제도는 개선할 수 있도록 문제 제기한다.

  캠페인은 생리 때문에 학업에 지장이 오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시작됐다. SSR 에밀리 회장에 따르면 미국 학생들은 생리 용품을 사기 위해 한 달에 평균 10$씩 지출하고 있다. 그는 이 비용을 부담스러워하는 학생과 언제 생리가 시작할지 몰라 불안해하는 학생을 도우려 했다.

  호켓 회장은 “여성이 한 달에 한 번씩 생리를 하는 것은 사람이 화장실을 꼭 가야 하는 것처럼 어쩔 수 없이 겪어야 하는 현상”이라며 “생리대는 학생들의 고정지출 물품이 아니라 대학 내 화장실에서 무료로 제공되는 화장지처럼 여겨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 결과 뉴욕대는 올해부터 학생들이 사용하는 화장실에 무료로 생리대와 탐폰을 배치했다.

  이들은 2014년, 성폭력 관련 대학 제도를 개정하기도 했다. 이전까지는 학내에서 성폭행 사건이 발생했을 경우 피해자가 관련 보고서에 사건 당시 자신이 입고 있었던 옷을 기술해야 했다. SSR은 보고서에 복장을 적는 것이 성폭행의 원인을 피해자의 옷차림으로 돌릴 가능성이 있다고 여겨 개정을 요구했다. 결국 성폭행을 당한 후 제출하는 학교 보고서에는 피해자의 옷차림을 적는 칸이 사라졌다.

  SSR은 현재 신입생들을 위한 성교육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호켓 회장은 캠퍼스 내에서만 지낼 수 있는 타 대학과는 달리 뉴욕대 학생들은 캠퍼스 밖 성차별에도 많이 노출돼 있다고 말한다.

실제로, 뉴욕대 캠퍼스는 도심 곳곳에 퍼져있다. 건물에 걸린 보라색 깃발로만 학교를 구분할 수 있을 만큼 학교와 외부의 경계가 희미하다. 이런 환경 때문에 학생들이 보다 성차별, 성폭력에 대응하는 자세한 방식을 알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호켓 회장은 “캠퍼스에서 일어나는 성평등 움직임은 인권을 보호하거나 여성의 참정권을 얻는 데 크게 기여했다”며 “대학은 사람을 키워내는 공간이기 때문에 대학에서 생각을 나눌 수 있는 대화를 계속하면 사회 변화의 시작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하버드대 페미니즘 동아리 RUS 엠마 시티 회장 인터뷰

“대학 내 성평등 논의가 학교 밖 인식 변화로 이어질 수 있어요.”

   
 
  ▲ RUS 엠마 시티 회장의 모습  
 

  펭귄프로젝트 등 우리나라의 대학 내 성평등 활동은 세미나가 주를 이루고 있다. 미국에도 꾸준히 세미나를 열어 학생들의 성평등 인식을 높이고 있는 단체가 있다. 바로 하버드대(Harvard University) RUS(Radcliffe Union of Students)다. 이들은 1990년대부터 세미나를 개최해왔다. RUS의 세미나는 어떤 모습일까. 8월22일 하버드 교정에서 RUS 엠마 시티(Emma City) 회장을 만났다.

- RUS는 어떤 단체인가

  RUS는 하버드대 페미니즘 활동 단체로 6~10명의 학생이 활동하고 있다. 일 년에 3번 성교육 세미나, 음악회, 페미니스트 커밍아웃 데이 등 정기적인 행사를 개최한다. 페미니스트 커밍아웃 데이에는 참여를 원하는 학생들이 카페 등에 모여 페미니즘에 대해 논의할 수 있다. 이외에도 비정기적으로 페미니즘 영화상영회, 강연 등을 열고 있다.

 ‘모든 젠더는 동일하다’가 RUS 페미니즘의 정의다. 많은 사람이 페미니즘을 여성우월주의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이는 RUS가 추구하는 페미니즘이 아니다. RUS는 성별을 남성과 여성으로 양분하지 않고, 성소수자를 포함한 모든 학생들에게 열려있다.

기억에 남은 활동은 무엇인가

  신입생 때 RUS를 포함한 12개의 페미니즘 단체를 모아 연 토론회다. 컴퓨터공학전공여성(Women in Computer Science), 경제전공여성(Women in Business), 흑인여성단체(Black Women’s Associations), 국제여성권리단체(International Women’s Rights Collective) 등에서 소속 학생을 한 명씩 초청했다.

초청한 학생들에게 페미니즘을 어떻게 정의하는지, 각자 속한 단체가 왜 페미니즘 단체라고 생각하는지 등을 물었다. RUS에 속한 학생들은 페미니즘에 대해 비슷한 정의를 갖고 있기 때문에 초청한 단체가 가진 페미니즘에 대한 다양한 견해를 들을 수 있어 즐거웠다.

  나는 여성을 헌신적으로 돕는 활동이 페미니즘이라고 생각했었는데 다른 그룹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고 있었다. 시야가 트였던 경험이라 가장 기억에 남아있다.

오르가즘 세미나(Orgasm Seminar)를 개최하고 있는데 어떤 세미나인가

  오르가즘 세미나는 RUS의 성교육 세미나다. 전문적인 강사를 초빙해 성에 대한 기초적인 지식을 논의하고, 트렌스젠더에 대해서도 배운다. 더불어 남성보다 여성이 오르가즘을 더 느끼기 힘들다는 사실에 기반해 오르가즘에 대한 지식도 전달하고 있다. 성관계에 있어서 상호 간 동의의 중요성도 강조해 가르친다. 생각보다 성 관련 전공자가 없어 강사를 섭외하는 데 힘들었다.

  논의시간이 끝나면 강사에게 궁금한 점을 질문할 수 있는 시간도 주어진다. 참여한 학생들은 평소 누구에게도 물어보지 못했던 성에 관련된 질문을 한다. 보통 ‘이게 정상인가요?’라고 물어보는 학생들이 많다. 질문이 사적이기 때문에 익명으로 미리 질문을 받기도 한다. 물론 원한다면 손을 들고 현장에서 직접 질문할 수도 있다.

세미나 이름을 자극적으로 지은 이유는 무엇인가

  이름을 자극적으로 지은 이유는 학생들의 주의를 끌기 위해서다. 이름 때문인지는 몰라도 오르가즘 세미나는 매년 많으면 100명의 학생이 참여하는 큰 행사로 자리 잡았다.

이름에 오르가즘이란 단어를 사용하니 세미나에 참석한 남학생이  “오르가즘은 여성에게만 해당하는 언어”라며 비판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에 이름을 ‘여성 오르가즘 세미나’(The Female Orgasm Seminar)로 바꿨다. 그러자 이번에는 트렌스젠더 여학생들이 “우리는 포함하지 않는 이름”이라며 불만을 표해 결국 처음의 이름으로 돌아갔다.

하버드대 페미니즘은 어떤 성향을 보이는가

  하버드의 커다란 페미니즘 단체들은 급진적인 논쟁을 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RUS도 급진적인 논쟁 보다는 캠퍼스 내부에서 성평등 행사를 개최하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급진적인 활동을 하는 단체는 소수다. 예를 들어 국제여성권리단체 등은 성차별에 저항하는 데에 목적이 있고, 또 다른 단체는 재생산 문제에 집중해 부모가 받는 지원금 삭감 등의 정책에 항의하기도 한다.

캠퍼스에서 이뤄지는 성평등 논의는 어떤 의의가 있나

  대학에서 성평등이 논의되면 학교 밖에서도 인식 변화가 계속되기 때문에 중요하다. 한 사람의 생각만 바뀌어도 그가 가족을 꾸렸을 때, 직장을 얻었을 때 속하게 되는 집단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 RUS는 대학에 다니고 있는 학생들을 미래의 리더라고 생각하고 있다. 이들이 사회에 나가 만들 법, 정책 등에서 연쇄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길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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