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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취재] 인식 변화부터 제도 개선까지… 움트기 시작한 대학 내 성평등
미국 대학에서 찾은 성평등 실천론
2017년 11월 06일 (월) 권소정 기자 bookjr@ewhain.net

  성평등은 사회 전반에서 이뤄져야 하는 과제다. 특히, 대학 내 성평등은 대학의 역할 때문에 특히 중요하다. 한국에서 대학은 단순히 배움의 공간이라기보다 준사회의 기능도 함께 담당하고 있는 복합적 공간이기 때문이다.

  대학생 약 30명을 대상으로 길거리 설문조사한 결과 성평등이 지켜지고 있다는 답변과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답변은 비슷한 비율로 나타났다. 대학 내 성평등이 지켜져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묻는 질문에는 모든 학생들이 그렇다고 대답했다. 성평등의 필요성을 인식하고는 있지만 대학을 변화시키기 위한 노력은 이제 갓 시작한 단계다.

  이에 이대학보사, 이화보이스(Ewha Voice), EUBS로 구성된 이화미디어센터 해외취재팀은 미국 대학 내 성평등을 이루기 위한 학생들의 노력을 알아보기 위해 미국 뉴욕의 뉴욕대(New York University), 코넬대(Cornell University) 그리고 보스턴의 하버드대(Harvard University)를 찾았다. 한국보다 성평등 활동을 일찍 시작한 미국에서 성공적인 대학생 성평등 사례를 통해 한국의 성평등 활동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이번 주에는 성평등 움직임이 시작되고 있는 한국 대학의 모습을 담았다. 

 

   
 
  ▲ 여름방학 세미나를 진행하고 있는 펭귄프로젝트 회원들 모습. 제공=EUBS  
 

수면위로 부상한 성차별 사례들

  작년 한 해 대학가를 뜨겁게 달군 이슈는 ‘단체 채팅방 성희롱 사건’이다.

  단체 채팅방 성희롱 사건이 이슈가 되자 사람들은 여성의 몸을 품평하거나 여성 혐오적인 발언이 오가고 있었다는 사실에 공분했다. 이런 이야기가 오갔다는 사실은 지탄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채팅방의 내용을 사람들이 알 수 있었던 이유에 주목해보면 또 다른 해석이 가능하다.

  본교 양성평등센터 김진희 연구원은 단체 채팅방 성희롱 사건은 작년부터 시작된 일은 아니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채팅방 성희롱 사건이 최근에서야 수면위로 떠오른 이유가 무엇일까.

  김 연구원은 사건들이 수면위로 드러났다는 사실 자체가 성평등 의식이 성장했다는 표지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그들끼리 단체 채팅방에 모여 한 이야기가 내부에서만 오가는 단계에서 그쳤다면 아무도 알지 못했을 것”이라며 “단체 채팅방에 있는 모두가 성인지 감수성이 떨어지지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예시”라고 말했다.

  단체 채팅방에 속해있는 누군가가 불편함을 느끼고 적극적으로 문제 제기했기 때문에 성희롱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오히려 아무런 사건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더 심각한 문제가 이면에 있을 수 있다. 사건을 은폐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김 연구원은 “이런 공론화는 해당 기관이나 구성원이 내부에서 고인 물을 정화시키려 하는 움직임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 4월 진행된 펭귄프로젝트 행사 중 ‘달빛행진’ 현장. 제공=이대학보 DB  
 

성평등을 위한 실천적 움직임

  이제 학생들은 성평등을 필요하다고 인식하는 단계에서 한발 더 나아가 어떤 변화를 직접 만들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

  작년 1월 강남역 살인사건을 계기로 시작된 펭귄프로젝트는 이 변화를 이끌어가는 단체 중 하나다. 펭귄프로젝트는 12개 대학 26개 단위가 함께하는 첫 대학생 연합 단체다. 이들은 자발적인 모임을 통해 대학 내 성평등을 이룰 수 있는 실질적인 방법을 모색한다.

  펭귄프로젝트 이명아 단장은 성평등에 대한 이야기가 대학 사회 전반에서 논의돼야 할 주제라고 생각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전 이 단장은 이미 사회적인 문제에 관심이 많은 친구들과 함께 작은 소모임을 만들어 활동하고 있었다. 그러다 대학 내 성차별 사건의 빈번한 발생, 성평등 교육의 미비 등 문제를 인식하게 돼 사람들의 목소리를 하나로 모아 대책을 마련하려는 펭귄프로젝트를 탄생시켰다.

  이들은 행동은 하고 싶지만 방법을 고민하고 있는 학생들에게 실마리를 제공하기도 한다. 세미나와 영화 상영회 등을 통해 학생들과 어떤 성차별이 우리 주변에 있는지 논의하기도 하고 페미니즘 동아리를 만드는 데 직접적인 도움을 주기도 했다.

  펭귄프로젝트의 도움을 받아 페미니즘 동아리 ‘빛글’을 만든 고은희 회장은 “서울여대에 페미니즘 동아리가 없어 페미니즘 동아리를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동아리를 만들고 어떤 식으로 운영할지 감이 안 잡혔는데 이런 부분에서 펭귄프로젝트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이 단장은 “지금보다 함께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서로 끈끈하게 연결되면 지금보다 할 수 있는 일이 훨씬 많아질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 펭귄프로젝트에서 제작한 성평등 스티커 등의 굿즈. 제공=이대학보 DB  
 

성차별에 민감해진 대학 제도

  대학 본부 역시 제도 개선을 통해 성평등을 위한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다. 예방교육, 성차별을 해결하기 위한 기구 설치 등이 그것이다. 그중 최근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교수 강의 평가에 학생들이 성차별을 겪었는지 답변할 수 있는 질문이 마련된 것이다.

  6월22일자 본지 기사에 따르면 서울 시내 10개 대학 중 고려대, 서강대, 연세대, 중앙대, 한양대 등 6곳이 강의 평가에서 ‘교수가 성차별 발언을 했는지 혹은 성희롱을 했는지’를 묻는 질문을 추가했다.

  평가 항목에 성차별 관련 질문이 들어간 이유는 강의 중 발언에 좀 더 경각심을 가지게 만들어 성차별 문제를 예방하려는 의도가 들어가 있다. 일각에서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는 비판도 있지만, 성차별 여부가 강의 평가에서 고려 대상이 됐다는 의의가 있다.

  대학본부와 학생들의 다양한 노력이 있지만 성평등을 이루려면 아직 가야할 길이 멀다. 여전히 교내 곳곳에는 성차별이 만연해 있기 때문이다. 학교 내 성평등 활동에 장애를 겪었던 이 단장은 “아직 대학 내 페미니즘 동아리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존재하고 있는 것 같다”며 “내가 만들었던 페미니즘 동아리가 중앙동아리 승격 심사를 받을 때 잘 묻지 않는 승격 후 활동내용에 대한 질문을 받기도 했다”고 말했다.

여성혐오 발언 역시 계속되고 있다. 추계예대 재학 중인 A씨는 수업 중 교수에게 “여학생은 나중에 아기를 낳아야 하는 몸이니 적당히 피우라”는 설교를 듣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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