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분홍색 동성애 지지 포스터를 붙인 버나드대 기숙사 창문
▲ 마운트 홀리요크대의 토론 수업 교실
▲ 스미스대 승마장
▲ 교수와 담당 학생 이름이 붙어있는 마운트 홀리요크대 게시판


<편집자주> 이화인들은 본교 교육 환경에 만족하고 있을까. 세계 최대의 여자 종합대학으로 1만9000명의 재학생을 품은 이화 속에서 오히려 학생들은 교육 환경을 고민하고 있었다. 본교에 재학 중인 45명을 인터뷰한 결과, 많은 학생 수 때문에 직접적으로 교수와 유대할 수 있는 기회가 적다는 점에 아쉬움을 느끼고 있었다. 또 교내 스포츠 수업이 부족할뿐더러 다양한 스포츠를 즐기기에는 시설이 미흡하다는 점을 지적한 학생도 있었다. 그러나 미국 여대생은 달랐다. 가족만큼 교수와 자주 만나며 학업 뿐 아니라 사적인 고민도 이야기하며 각 대학의 교육 환경에 대해 아쉬움을 표하는 학생이 없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7번출구팀은 학생처 학생지원팀이 주최한 ‘2013 자기설계 해외탐사 프로그램’을 통해 작년 12월24일~2014년 1월4일 미국 북동부에 위치한 명문 여대 4곳을 방문해 본교가 벤치마킹할 점이 무엇인지 탐방했다. 본지는 이들 대학에서 ▲소통 ▲교육 ▲연대를 큰 특징으로 꼽았다. 이번 주는 지난 호에 이어 교육을 주제로 본교가 나아갈 방향을 살펴보고자 한다.

△학교 곳곳에 마련된 토론공간
  미국 여대는 토론 수업을 장소에 구애 없이 활발하게 행하고 있었다. 마운트홀리요크대 학교 내부에는 토론할 수 있는 공간이 많았다. 강의동, 도서관을 불문하고 건물 곳곳에는 의자, 소파가 둥글게 배열된 방이 마련돼 있다. 이 방에서 교수와 학생은 수업을 진행할 뿐 아니라 비정기적인 토론도 진행한다.

 마운트홀리요크대의 다양한 인종 구성은 적극적 토론 분위기를 조성한다. ‘다양성’을 중시하는 마운트홀리요크대는 외국인 학생이 전체 학생수의 10분의 1이다. 각자 자라온 환경이나 문화가 다르기 때문에 토론에서 자유로운 발언이 가능하다. 학교 자체에서 ‘차이’를 상호 존중하는 분위기이기 때문에 학생들은 토론에 적극 참여함으로써 상대를 존중하고, 스스로 사고하는 힘을 기른다.

  토론 주제 또한 다양하다. 문·이과에 관계없이 학생들은 자신의 관심사를 토론으로 승화한다. 마운트홀리요크대 학생들은 교수들과 함께 ‘여대의 남녀공학 전환’에 대해 토론을 하기도 했다. 마운트홀리요크대에 재학 중인 박혜진씨는 “마운트홀리요크대가 세계 최초의 여대로서 의미가 있다는 입장과 마운트홀리요크대 수업을 남녀 관계없이 개방해야 된다는 입장이 갈리면서 흥미 있는 이야기가 오갔다”며 “교수와 자유롭게 장소와 주제에 구애받지 않고 토론할 수 있는 분위기를 통해 더욱 성장하는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모든 학문에 여성학을 접목하다
  미국 여대는 여성학을 다른 학문에 자연스럽게 접목함으로써 여성학을 보다 실용적인 학문으로 발전시키고 있었다. 

  교양수업으로 여성학 강의가 있는 우리나라 여대와 달리 미국 여대는 전공마다 여성학을 바탕으로 한 수업이 개설돼 있다. 버나드대는 학과 별로 여성학과 연계한 과목을 개설해 굳이 여성학(Womans and gender studies) 과목을 따로 듣지 않아도 여성학에 대해 수업을 들을 수 있다. ‘Economics of gender(성 경제학)’, ‘Politics of Gender(성 정치학)’ 등의 강의를 통해 일반 사회과학의 내용을 ‘여성학’의 시선에서 바라볼 수 있다. ‘Gender and Empire(성과 왕국)’ 수업을 들은 버나드대 글로리아 노엘(Gloria Noel)씨는 “여성학 강의 수강생의 절반은 바로 옆 학교인 콜롬비아대(Colombia University)에서 온 남학생들이었다”고 말했다.

  미국 여대생들은 학생이 여성학이 가르치는 가치를 캠퍼스에서 행동으로 직접 실현하는 모습도 보여줬다. 우리나라의 동성애 지지 모임이 대부분 익명으로 활동하는 것에 반해 미국 여대는 동성애 지지 운동이 익명의 소수 학생이 아닌 다수의 학생에 의해 공개적으로 이뤄지고 있었다. 웰즐리대는 페미니즘을 지지하는 학생들이 사용하는 학내 건물도 따로 마련돼 있다. 버나드대 학생들은 본인이 동성애를 지지하거나 동성애자임을 밝힐 때, 기숙사 창문에 분홍색 종이를 붙인다. 웰즐리대를 졸업한 이은지씨는 “여대를 다니면서 동성에 지지에 관해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며 여성학 수업을 통해 학문뿐 아니라 현실에서 바르게 의견을 주장하는 방법을 배웠다”고 말했다.

△또 하나의 일상, 스포츠
  미국 사회에서 스포츠가 가지는 힘은 크다는 것은 미국 정부에서도 인정하고 있다. 대통령직속스포츠위원회(PCPFS)는 스포츠 참여가 인성, 자신감, 행복 등에 영향을 미친다고 언급했다. 미국 여대생은 우리나라 여대보다 더 활발하게 스포츠 활동을 하고 있었으며, 학교 차원에서도 적극적으로 학생의 스포츠 활동을 지원했다.
 
  미국 여대는 넓은 학교 부지가 강점으로, 학교 내부에 다양한 스포츠 시설을 갖추고 있었다. 미국 여대의 캠퍼스 내에는 승마장이 마련돼 있다. 스미스대는 실내·외 승마장에서 한 학기 약 3만원만 내면 자유롭게 승마를 즐길 수 있다.
 
  학교 차원에서 스포츠 수업을 적극 권장하기도 한다. 마운틴홀리요크대의 졸업 요건 중 하나는 스포츠 수업 6학점 이수다. 졸업 전에 필수적으로 스포츠 수업을 듣게 규정해 놓은 것이다. 스포츠 수업 커리큘럼도 짜임새 있기 때문에 수업을 듣다가 취미를 붙여 선수 활동을 하는 학생도 있을 정도다.
 
  배우는 스포츠 수업의 종류도 다양하다. 웰즐리대는 발레, 줌바 등 댄스 같이 여학생이 선호하는 과목은 물론이고 요트, 카누, 다운힐 스키 등 다채로운 과목이 체육 수업으로 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무술 수업이 있다는 것이다. 학생들은 수업을 통해 쿵푸, 태극권, 호신술을 배울 수 있다.
 
  학생들은 스포츠 수업, 시설이 잘 갖춰 있기 때문에 여가 활동으로 스포츠를 즐긴다. 마운트 홀리요크대 마르타 체코(Marta Checko)씨는 “학교에서 다양한 수업을 배울 수 있어서 좋다”며 “여가 시간이 되면 요가를 하러 간다”고 말했다.

△가족과 다름없는 친밀한 교수  
  미국 여대는 우리나라 여대와 달리 교수와 학생이 끈끈한 유대를 보인다. 학생은 교수와 유대를 통해 고민을 나누고 진로를 정하는데 도움을 얻는다. 이들 간의 거리는 우리나라 여대보다 가까웠고 상담을 해주는 제도도 다양했다.

  스미스대와 웰즐리대는는 학교 곳곳에 교수가 살고 있는 집이 있다. 이에 학생들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언제든지 교수의 연구실이자 집에 찾아갈 수 있다. 마운틴데이를 앞두고 학생들이 총장의 집을 찾아가 문을 두드릴 정도로 교직원-학생 간 벽이 높지 않다. 교수들이 학내에 살면서 학생들과 친밀하게 지내는 것은 흔한 일이다.

  마운틴홀리요크대 역시 강의실 사이사이에 교수 연구실이 있어서 소통이 쉽다. 재학생에 르면 위치상 오피스 시간 외에도 교수를 만나거나 찾아가는 것이 어렵지 않다고 했다. 자신이 원하는 교수님을 담당 교수님으로 선택할 수 있는 것도 특징이다. 학생들은 담당 교수에게 학업뿐만 아니라 연애, 가정사 등 개인적인 문제도 공유한다.

 

보스턴=박선영 퇴임기자 idolboa1@, 박예진 기자 yenny_park@, 박준하 퇴임기자 parkjunha@, 황선영 기자 qu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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