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이드씨, 아프로자씨, 가무하르씨

 

10월29일 오후1시 언어교육원에서 수업이 끝나는 벨소리가 울리자 외국인 학생들이 교실 밖으로 몰려나왔다. 그 중에는 푸른색과 초록색 히잡을 쓴 여학생 3명도 있었다. 본교에서 생활하고 있는 ‘히잡 여인’ 아프로자(Afroza beaum)씨, 가무하르(Bat yurkhanova Gaukhar)씨, 이드(Nor Hidayu Mohd Salimi)씨였다.

“한국에 온 지 얼마 안 돼 아직 한국어 구사가 어려워요. 오늘도 수업시간에 발음 때문에 애먹었어요.” 이드씨가 말했다. 아프로자씨도 “한국어는 같은 글자라도 상황에 따라 그 뜻이 다양해 구사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들이 본교에 오게 된 계기는 다양하다. 이드씨는 디자인을 공부하기 위해, 가무하르씨는 ‘여대’라는 점이 끌려 본교를 찾았다. 디자인을 전공하는 이드씨는 “방글라데시 언론매체를 통해 한국이 디자인 분야에서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국가라는 사실을 접했다”며 “한국 유학을 고려하던 중 이화여대에 EGPP 장학금 프로그램이 있다는 것을 알게 돼 유학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가무하르씨는 “여자끼리 있으면 편하게 생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학교가 시내 중심가에 있다는 점도 이화를 선택한 이유 중의 하나”라고 말했다.

각자 다른 것을 배우러 본교에 왔지만 이들은 현재 모두 언어교육원에서 한국어 수업을 듣고 있다. 대학원에서 수업을 듣기 위해 필요한 한국어 실력을 갖추기 위해서다. 이들은 매주 월~금요일 오전9시10분~오후1시 한국어 쓰기와 듣기, 말하기를 배운다. 이드씨는 “한국어가 처음 접하는 언어라 조금 어려웠다”며 “하지만 이제는 한국어로 기본적인 대화는 할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주중에는 낯선 타지의 언어를 배우느라 바쁜 이들이지만 주말에는 동아리 활동을 하며 한국의 멋을 즐긴다. 언어교육원에서 사진동아리 활동을 하는 가무하르씨는 10월 남이섬을 방문해 가을단풍 사진을 찍었다. 그는 “남이섬의 아기자기한 풍경이 맘에들어 사진을 많이 찍었다”며 “한국에 있는 동안 한국의 아름다운 모습을 사진에 담고 싶다”고 말했다. 이드씨는 한국의 음식에 관심이 많다. 그는 “가끔 친구들과 함께 맛있는 한식집을 찾아다닌다”며 “한국의 다채로운 반찬 문화가 흥미롭다”고 말했다.

이슬람의 율법을 지키면서 생활을 해나가는 이들에게는 항상 호기심 어린 시선이 따르기도 한다. 아프로자씨는 “히잡을 쓰고 다니는 이유에 대해 물어보는 친구들이 종종 있다”며 “내가 믿고 있는 신앙에 대해 관심을 가져주는 것 같아 기쁘다”고 말했다. 가무하르씨는 “친구들이 삼겹살을 먹으러 가자고 제안했던 적이 있었다”며 “망설이다 율법 때문에 먹을 수 없다고 말했는데 친구들이 기분 나빠하지 않고 존중해줘서 고마웠다”고 말했다.

본교에서 대학원 과정을 마친 뒤 이들은 모두 고국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가무하르씨의 장래희망은 카자흐스탄에서 한국어 교사가 되는 것이다. 그는 “카자흐스탄으로 돌아가면 한국에 관심이 많은 학생들에게 한국의 좋은 면모를 알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드씨도 “이곳에서 경험하고 배운 바를 살려 자신만의 색깔을 지닌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남은 기간 동안 다양한 경험과 사교활동을 통해 한국의 좋은 면모를 많이 알아가고 싶어요.” 본교를 다니고 있는‘히잡 여인’들은 오늘도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최은진 기자 perfectoe1@ewhain.net
사진: 배유수 기자 baeyoosu@ewhai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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