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편물이 도착했다. 노란 봉투 안에는 리포트가 들어있었다. 지난여름 계절학기 수업 당시 마지막 과제로 교수님께 제출하고 온 리포트였다. 리포트에는 문단마다 교수의 평이 빼곡히 적혀있었다. 며칠 전 도착한 이메일이 생각났다. 수업 마지막 날, 교수에게 보냈던 이메일에 대한 답이었다. “It was my pleasure to have you in my class. I'm also delighted that you came to my office.” (학생이 내 수업에 들어와서 기뻤어요. 그리고 내 사무실로 찾아왔던 것도 역시 좋았어요.)

우리 학교 국제교류처는 UCLA와 UC Berkeley에서 여름계절학기 수업을 들을 수 있는 단기자비유학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학생들은 6주 동안 그 대학의 교양과목은 물론, 전공과목도 수강할 수 있다. 학점이전도 가능하다. 기자는 이화인 40여명과 함께 6월24일(일)부터 8월3일(금)까지 진행된 UCLA단기자비유학프로그램을 체험해 봤다.

6월 23일(현지 일요일), ‘드디어’ 미국에 도착했다. UCLA교정을 밟기까지 3월부터 약 4개월 간 다양한 절차를 거쳤다. 영문학업계획서 제출에서부터 수강신청, 학비 송금, 몇 번의 오리엔테이션까지 쉴 새 없이 계속되는 준비로 국제교류처에서 공지하는 내용을 항상 주시해야 했다. 특히 비행기 표나 학비는 각 학생마다 송금해야 하는 가격이 달랐기 때문에 공지된 내용을 정확하게 확인해야 했다. 출국 날짜와 입국 날짜·학생이 신청한 학점 수·어느 기숙사에 묵을 지에 따라 개인이 부담하는 경비에 많은 차이가 났기 때문이다. 학비와 기숙사비의 경우 각 학생이 송금한 금액은 $2960(약 270만원)에서 $5241(약 480만원)까지 다양했다.

학교 수업은 미국에 도착한 다음 날부터 바로 시작됐다. 첫 수업시간에 혼혈아 미도리를 만났다. 미도리는 아버지가 백인, 어머니가 일본인이다. 이렇듯 LA에서는 정말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백인?흑인뿐 아니라 혼혈인도 많다. 워낙 다양한 사람들이 어울려 살다보니, 인종문제가 학교 교과과정에서 중요하게 다뤄진다. 이번에 수강한 과목 ‘Introduction to American Politics' 와‘Films in Persuation'에서도 인종문제가 빠지지 않았다.

두 과목 모두 세미나 형식으로 진행됐는데, 2시간 5분의 수업시간동안 학생들의 발표가 끊이지 않았다. 교수는 강의실을 쉬지 않고 돌아다니며 학생들의 참여를 이끌어내고, 발표 중간에는 적당한 이야기를 덧붙여 화제를 발전시켰다. ‘Introduction to American Politics’는 수강인원이 100여명이었지만, 교수의 능숙한 진행방식과 학생들의 열띤 참여로 활발한 토론이 이뤄졌다. ‘Films in Persuation’은 6주 동안 7장의 리포트를 두 번 제출해야 했기 때문에 영어가 익숙하지 않은 학생에게는 부담스러운 과목이었다. 미도리는 교수와의 면담을 권유했다. 이곳에서는 대다수의 학생들이 리포트를 쓰기 전 교수의 조언을 구한다. “반가워요. 오늘 수업 시간에 뒷자리에 앉았던 학생이죠?” 영어가 익숙하지 않다고 말하자, 교수는 학교 안의 튜터제도를 소개해 줬다. 리포트를 쓸 때, 학교에서 제공하는 튜터링을 활용하면 된다는 것이다. 교수는 언제든지 궁금한 점이 있거나, 상의하고 싶은 일이 생기면 자신의 사무실로 찾아오라고 말했다.

미국 대학에서는 학생과 교수사이의 의사소통이 자유롭다. 학생이 교수의 사무실로 찾아가는 일은 특별한 일이 아니다. 많은 학생들이 스스럼없이 교수의 조언을 구한다. 때로는 수업내용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기도 한다. 교수의 사무실에서 뿐만 아니라, 수업 시간에도 자유롭게 자신의 의견을 전달한다. 이러한 학생과 교수와의 자연스런 소통은 과제 피드백에서도 잘 나타난다. 모든 학생들은 자신이 제출한 리포트에 대해 피드백을 받는다. 수강인원이 100여명인 과목은 리포트를 첨삭하고 채점하는 조교가 따로 있다. 한국 대학의 현실과 대조되는 부분이다. 마지막 과제에 대한 질문을 하기 위해 교수의 사무실로 찾아간 날, 교수는 리포트를 봉투에 넣어서 제출하라고 말했다. 고국으로 돌아가는 유학생을 위해 리포트를 우편으로 보내주겠다는 것이다. 한국으로 돌아오는 전 날 제출했던 그 리포트는 현재 나의 방 서랍 속에 있다.

◆ UCLA는? UCLA는 University of California at Los Angeles를 줄인 말이다. UC Berkeley와 함께 UC계열(University of California)에서 가장 손꼽히는 대학으로, 교수 1인당 학생 수는 16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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