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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리장성의 나라 중국에서 보낸 9박10일
1989년 08월 28일 (월) 영어영문학과 교수 최영 inews@ewha.ac.kr
   우리 민족과의 오랜 숙명적 관계 속에서 천의 얼굴로 우리를 대해왔던 중국. 분단이후 40여년간 쓰고 있던 적대의 탈을 벗고 이제 다시금 미소의 탈로 바꾸어 쓰려하고 있는, 아직도 수수께끼인 채로 남아 있는 중국.


  그곳 땅을 밟으면서도 계속 엄습해오는 느낌은 설레이는 호기심과 그에 못지않은 막막함이었다.


  그것은 정체를 미궁 속에 감춘 채 해면위로 모순의 일부만 드러내놓은 빙산과도 같은 저 거대한 대륙땅에 대한 일말의 불안감과 함께 미소의 탈 뒤에 있는 두터운 불신과 경제의 장벽을 예감했던 탓인지도 모른다.

 

  남한의 98배가 되는 땅덩이에 세계 인구의 4분의 1이 모여살고 있는 나라. 그 곳에서 아홉밤을 보내면서 주마간산 격으로라도 중국의 오늘을 사는 사람들의 삶의 실체와 부딪혀 보기를 바랬던 기대와는 달리 우리의 여행은 저쪽의 사정에 따라 관광용으로 포장된 여행이 될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상해의 화동사범대학의 텅 빈 교정을 거닐고 컴퓨터 조작실을 잠깐 드려다 보거나, 주단공장, 자수공장, 제약공장을 약식으로 견학하고, 소주의 문명호라 이름붙인 우량주택을 방문한 것으로 농촌견학을 메꾸기도 했다. 북경에서는 전에 연경자리였던 곳에 위치한 북경대학의 산책로를 걷고 교문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는 것으로 끝난 북경대학방문의 아쉬움을 북경대학교 부설 조선어 연구소에 있는 교수 세분이 호텔로 와서 그분들의 연구분야를 소개해 주는 것으로 달랬고, 심양에서는 조선조 중학교 방문계획이 그곳 선생님들과 학생들이 우리 숙소로 와서 함께 여흥시간을 갖고 개별 담화를 갖는 이상한 모양새로 바뀌기도 하는등, 저들의 실체에 접근하려는 우리의 노력은 번번이 변경되거나 무산되었다.


  끈끈한 무더위 속에서, 계속되는 비속에서 냉방처리된 버스로 중국이 자랑하는 문화유산들을 경험하고 다니는 가운데서도 틈틈이 시야에 들어오는 것은 우리의 멀지않은 과거를 회상시켜주는 저들의 가난한 모습이었다.


  고층 아파트군이 밀집해 있고, 외국인투자의 화려한 호텔들이 늘어서 있거나 신축중인 그 바로 옆에는 누추한 가옥들이 산재해 있고 그 안팎에는 남루한 옷차림에 궁색을 면치못한 얼굴들이 어른거렸다. 도시에 활력을  넣는 듯싶으면서도 동시에 그 지대한 물결이 생존의 각박함을 드러내 놓기도 하는 골목 가득한 자전거들의 행렬. 노점상과 곳곳에 있는 소규모 음식점 앞에 늘어선 사람들. 시장거리나 백화점에 들어차서 물건을 흥정하는 사람들. 거의 한결같이 이들에게서의 삶의 여유보다는 생존의 절실함이 강하게 풍겨왔다.


  화려함과 정교함을 자랑하는 이화원의 그 긴 회랑에 걸터앉아 구운 닭고기를 뜯고 있던 저 인파들.


  그 어떤 명분이나 이데올로기에 앞서 저 많은 인구를 먹여 살리고 입히고 잠잘 곳을 마련해 주는 일이 바로 중국이 안고 있는 가장 절실한 문화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답답하게 느껴지면서 중국은 또 다른 모습을 드러내 놓는다.


  중국문화의 장점들을 확인케 해주는 웅장함과 화려함이 극치를 이룬 자금성, 인간의 능력에 도전하는 만리장성, 그리고 현대의 중국을 상징하는 천안문 광장. 이들은 모두 인간이 지닌 상상력의 한계를 넓혀주는 중국정신의 산물일 것이다.

 

  그러나 과거의 영광이 도달한 저 정점 아래로 깊이패인, 오늘의 중국이 안고 있는 단절의 골은 과연 어떻게 메꾸어져야만 하는 것일까. 이번 여행은 중국에 대한 갈등을 더욱 심화시킨, 이제 막 시작된 중국을 알기 위한 긴 여정의 첫출발에 불과하다는 느낌으로 북경을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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