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올리언즈 카트리나 피해현장 봉사활동 수기

미국 센테네리 대학(Centenary College) 교환학생으로 오기 전까지 나는 지극히 개인중심적인 미국 대학생들은 사회문제에 관심이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지난 방학, 뉴올리언즈 봉사활동에 참여하면서 이것이 큰 선입견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1월2일(화) 오전6시. 미국 뉴저지에 위치한 센테너리 대학의 교수·임직원 25명과 학생 90명은 버스로 20시간이 넘게 걸리는 루이지애나 뉴올리언즈로 향했다.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휩쓸고 지나간지 2년이 지난 지금도 복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미국 사람들조차 부끄러워하는 뉴올리언즈에 10박11일의 자원 봉사활동을 간 것이다.

봉사활동은 학생 90명이 공동으로 준비했다. 250달러(약 25만원)의 개인 경비 외에 장비를 사는데 드는 돈은 모금운동을 통해 마련했다. “본격적인 준비는 1년 전부터 시작 됐어요.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기금마련 콘서트, 골프대회 등을 개최했죠. 센테너리 대학에서 모은 돈만 4만달러(약 4천만 원) 정도 됩니다.” 카트리나 봉사활동을 이끈 형사소송학과 노먼 시턱(Norma Cetuck) 교수의 말이다.

봉사를 가는 모든 학생은 4시간의 교육을 통해 석고보드를 붙이는 기술과 간단한 도구 사용법을 배웠다. 우리나라에서는 전문 인테리어 일꾼들이 할 만한 집안 수리를 미국에서는 개인이 하기 때문에 한국 유학생들을 제외한 미국 학생들은 어려움 없이 도구를 다뤘다.

봉사활동은 5~6명씩 20개의 그룹으로 나누어 72채의 집에서 진행됐다. 내가 포함된 팀은 지붕 보수, 하수도 청소, 집 내부공사와 집을 허무는 작업을 했다.

레이크뷰(Lakeview)에 위치한 집 내부는 암담했다. 살림도구와 가구는 그대로 있었지만, 물에 잠긴 내장재는 썩어 있었고, 책은 물에 불어 바닥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천장을 따라 그어진 짙은 선이 물이 얼마까지 차올랐었는지 보여줬다. 벽을 다 뜯어내야 했기 때문에 쓰레기들을 밖으로 옮기고 망치로 벽을 부쉈다. 벽을 허무는 과정에서, 손바닥만한 쥐가 나오기도 하고, 바퀴벌레가 분수처럼 쏟아지기도 했다. 1년 반 동안 방치 됐던 집이었다.

“작년에는 유령마을 같았죠. 가게 중에 열려 있는 게 홈디포(Home Depot: 집안 수리를 위한 도구 일체를 파는 매장)와 월마트밖에 없었어요. 그것도 손님이 없어서 오후 3시면 문을 닫았어요. 지금은 음식점과 가게가 많이 열려있지만 여전히 고쳐야 할 게 많아요.” 이번 봉사가 두 번째인 키라 사리도스(Kyra Psaroudis, 승마· 4) 가 말했다.

레이크뷰에는 카트리나 피해 이후 사람이 살지 않는다. 동네 뒤에 있는 둑이 무너지면서 가장 크게 피해를 입은 마을 중 하나라고 한다. 텅 빈 집과 살림도구는 피해 당시 그대로 방치 되어 있었다. 레이크뷰 거리에 있는 집들에는 모두 페인트로 숫자가 적혀있다. 물이 빠지고 난 뒤 집 내부에서 찾은 사체 수, 집을 검색한 날 등을 의미한다. 대부분의 집에는 사체 수에 0이 써있었지만, 5라고 쓰여 있는 집도 있었다.

“모든 것을 잃은 사람이 많아요. 다행히 나는 허리케인이 오던 날 미시시피에 있는 아들네 집에 있어 목숨은 부지했지만… 동네 사람들은 대부분 근처의 미시시피로 이사했고, 아예 고향을 버리고 뉴저지로 간 사람도 있죠. 미시시피에도 피해가 있었지만, 주(State)에서 빨리 처리를 했기 때문에 이 곳 보단 훨씬 낫죠.” 연금을 받아 생활하는 아키 콜더(Archie Corder)는 물이 찬 지하실 일부를 사비를 들여 복구했다.

“카트리나 피해는 미국에서도 민감한 문제입니다. 미국은 한국과는 달리 주에서 일어나는 문제에 대해서는 정부가 손 댈 수 없는 경우가 많죠. 카트리나 문제에 대해서는 미국 내에서도 논란이 많아요. 연방에서 제대로 돕지 못했다고 하는 사람도 있고, 위급상황에 대한 대비책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어요. 뉴올리언즈에 빈곤층이 많아 그렇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고요.” 사회학과 교수 크리스토퍼 린(Christopher Linne)의 말이다.

뉴올리언즈에 봉사활동을 다녀와서 지극히 개인중심적이었던 나 자신의 대학생활에 대해 돌아보게 됐다. 겉모습을 꾸미고 좋은 성적 받기에 바빠, 지나치게 건조해져버린 시간들이었다. 나라 일꾼을 뽑는 선거는 물론이거니와 학교 선거조차도 관심이 없었다. 오히려 공동체를 중시하는 한국인인 내가 흔히들 자기중심적이라고 생각하는 미국인보다도 사회참여에 관심이 없었던 것이다. 뉴올리언즈에서 나는 자동응답기를 통해 천 원씩 기부하는 소극적 참여가 아니라 사회에 당당한 대학생의 힘을 보여주는 미국 대학생들의 모습을 봤다.

정윤정(언론·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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