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인생은 아름다워(2022)

출처=다음영화
출처=다음영화

 

‘인생은 아름다워’는 암 선고를 받고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은 주인공 ‘세연’이 두 아이와 남편을 뒷바라지하며 가졌던 부담감을 잠시 떨쳐내고 자기 고등학교 시절 첫사랑을 찾아나서는 여정으로 구성된다. 이를 두고 못마땅하게 여기던 남편도 이번만큼은 아내의 소원을 들어주고 싶다는 생각에 아내의 ‘첫사랑 찾기’ 여정에 함께하기로 한다. 그렇게 아내의 고향이었던 목포에서부터 시작해 전국을 수소문하며 첫사랑을 찾아나선다.

그러나 아내가 찾던 첫사랑은 이미 사고로 죽은 다음이었고, 결국 전국 방방곡곡을 다닌 여정에서얻은 것은 남편과 아내가 서로의 진심을 확인한 것이었다. 매번 속마음과는 다르게 불평불만을 내어놓던 남편이 자신의 마음을 표현할 줄 알게 되고, 아내도 남편의 진심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여정이 끝난 후 남편은 예전부터 아내가 열기를 원했던 잔치를 준비하고 많은 사람을 초대해 ‘뜨거운 안녕’(2007)을 부른다.

주인공이 여정 중 과거의 추억을 회고하는 장면을 뮤지컬 형식으로 담아낸 점은 인상적이다. 뮤지컬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음악이다. 음악은 과거에 느꼈던 감정과 현재의 감정을 잇는 탁월한 매개다. 등장인물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직접 노래로 풀어내는 뮤지컬 형식은 추억 회상에 온전히 몰입한 모습을 잘 드러낸다.

이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추억 회상 장면은 과거의 기억이 가진 역할을 되새겨준다. 추억하고 그리워할 만한 과거가 있다는 것은 우리에게 큰 희망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다시 저 행복감을 느껴보기 위해 당차게 살아보겠다’는 동기가 돼주기도 한다. 어쩌면 살아갈 날이 얼마 남지 않았던 세연에게 과거의 행복한 추억은 여생을 편안하게 지낼 수 있도록 만들어 준 소중한 기억이었을 것이다.

또 이 영화는 죽음을 곧 앞둔 주인공의 모습을 통해 우리가 죽음을 대하는 방식에 대해서도 고민케 한다. 특히 죽음을 올바르게 성찰하는 것은 인간관계를 만들어나가는 과정에서도 꼭 필요하다. 죽음이 있기 때문에 세상 모든 관계에는 끝이 있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우리는 서로의 관계가 영원할 것처럼 사랑하는 사람을 대한다. 익숙함이라는 타성에 젖어버린 것이다. 이 영화의 부부도 그간 서로의 관계가 영원할 것만 같은 착각에 익숙해져버린 나머지, 둘이 같이 보낼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고 나서야 서로의 진심을 확인할 수 있었다. 따라서 인간관계에서만큼은 ‘메멘토 모리(Memento Mori)’의 자세가 필요하다. 메멘토 모리란 ‘죽음을 기억하라’는 뜻의 라틴어 문구인데, 이 문구를 되새기며 마치 오늘 보는 것이 마지막인 것처럼 타인을 대하고 표현하고자 하는 것이 있다면 아낌없이 표현해 줘야 한다.

또 유한한 삶은 때로 우리에게 무력감을 준다. 우리는 대입과 취업, 그리고 승진, 노후 준비까지 평생 정해진 과업을 치르며 살아가야 한다. 하나의 퀘스트를 깨면 모든 것이 해결될 것만 같지만 인생은 여러 개의 퀘스트로 구성된 거대한 게임일 뿐이다. 퀘스트를 수행하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다 예상치 못한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면, 그것만큼 허무한 게 없을 것이다. 이 영화의 '세연'도 치열하게 삶의 퀘스트를 수행하다 갑작스레 다가온 죽음에 허무함을 느낀다. 여기서 우리는 하나의의문이 생긴다. 미래를 위해 달려나가는 것은 결국 허무함만을 줄 뿐인데 무슨 의미가 있는가?

우리는 여기서 ‘미래’의 의미를 재정의할 필요가 있다. 미래와 현재를 분리해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곧 다가올 현재’라고 표현하는 것이다. 이렇게 미래와 현재를 연결지어 생각하면 우리가 현재의 삶을 너무 희생하고 있지는 않은지, 올바른 방향으로 노력하고 있는지 되짚어볼 수 있다. 만약 우리가 현재를 즐기고 있지 못한다면, 현재의 행복을 위해 치열하게 살아온 과거 노력의 의미가 없어지는 것이다. 따라서 미래의 행복, 즉 곧 다가올 현재의 행복을 위해 준비하고 노력하면서 당장 현재의 삶을 즐기며 살아가는 연습이 필요하다. 그래야 삶의 유한성과 불확실성 속에서도 자신만의 행복을 추구하며 살아갈 수 있다.

‘인생은 아름다워’는 이처럼 인생을 아름답게 만드는 것이 거창하고 본격적인 것이 아니라 과거의 추억과 내 주변의 사람들을 바라보는 태도를 바꾸는 것에서 비롯됨을 일깨워 준다. 치열하게 인생의 퀘스트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지치고 무력감을 느끼고 있을 벗들에게 이 영화를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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