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스위트 투스: 사슴뿔을 가진 소년(2021)

출처=넷플릭스
출처=넷플릭스

우리는 스스로의 삶에 생각보다 많은 제약을 걸며 살아간다. 이건 안 될 거야, 이건 너무 어려워, 나는 못 해... 자신의 발밑에 이러한 선을 긋고 그 안에 갇혀 나오지 못한 적이 있지 않은가? 그리고 그 선은 훗날 자신에게 후회의 화살로 되돌아오곤 한다. 현재의 내가 쌓여 미래의 나를 만든다. 지금의 선택 하나하나가 앞으로의 내 삶의 여정에서의 방향을 조금씩 틀고, 시간이 지날수록 그 조금의 틀어짐이 굉장히 큰 차이를 만들기도 한다.

<스위트 투스>에는 전염병이 돌아 인류가 한차례 멸망하고, 사람과 동물의 모습을 동시에 띠는 ‘하이브리드’가 등장한다. 황폐해진 사회에는 살아남은 인류와 하이브리드, 두 종족이 공존한다. 주인공 ‘거스’도 사슴의 모습을 지닌 하이브리드이다. 거스의 아버지 ‘퍼바’는 인간이 하이브리드를 사냥하고, 전염병 치료제 연구의 재료로 쓰는 현실에서 거스를 보호하기 위해 산속으로 숨어 들어가 거스를 키운다. 철조망 속 손수 지은 집 한 채, 그 속에서 퍼바는 거스에게 절대 철조망을 넘지 말 것을 당부한다.

거스는 작은 공간 속에서도 성장해나간다. 건너지 못하던 개울가를 건널 수 있게 되고, 넘을 수 없던 고목을 쉬이 넘어 다닐 만큼 담대한 소년으로 자라난다. 하지만 마치 학교라는 울타리 내에서 좁은 세상만을 경험하던 우리처럼, 거스 또한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약간의 성장만을 이루었을 뿐이다. 그러나 그 약간의 성장을 이뤄내는 과정 속에서 거스와 우리는 스스로도 모르게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갈 준비를 하고 있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무한할 것 같던 퍼바의 보호 속에 자라난 거스는, 9살의 나이에 전염병으로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가족이자 의지할 사람이었던 퍼바를 잃게 된다. 혼자가 된 거스에게 남은 희망과 삶의 목적은 철조망 밖으로 나가 어디에 있을지 알 수 없는 어머니를 찾아가는 것뿐이다. 작중에서는 거스가 철조망을 넘으려다 실패하고, 퍼바에게 걸려 혼이 나며 9년간 성장하는 장면을 반복적으로 보여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스는 좌절하지 않고 자신의 꿈을 위해 더 큰 세상을 마주하기를 택한다. 결국 거스가 실패를 딛고 일어나 철조망을 거침없이 뛰어넘는 장면을 보여주는 연출은 마치 시청자가 거스가 되어, 혹은 거스를 응원하는 입장이 되어 끝내 쾌감을 느끼게 한다.

언제나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도전하는 것에는 두려움이 뒤따른다. ‘실패하면 어떡하지, 내가 잘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휩싸여 선뜻 나서지 못하고 포기하기도 한다. 그러나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다 보면, 늘 시작하지 않으면 어떠한 결과도 없다는 결론에 도달하곤 한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라.’ 굉장히 상투적이고 딱딱한 말 중 하나이지만,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 나가고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거스처럼 넘을 수 없어 보이는 선을 넘기를 택해야 하는 때가 필연적으로 오기 마련이다.

철조망을 넘은 거스는 하이브리드 사냥꾼들을 만나 목숨을 위협받기도, 어머니를 찾기 위해 타야 하는 기차를 타지 못하고 붙잡히기도 하며 시련을 겪는다. 그러나 이 아픔은 거스가 더욱 강하고 대담한 소년으로 자랄 수 있게 하는 자양분이 된다. 여정 속에서 거스는 퍼바에게 사랑을, ’제퍼드‘에게 강인해지는 법을, ’곰‘에게 우정을 배운다. 우리 또한 결과를 향한 과정 안에서 성장하는 존재들이다. 성공하기도, 실패하기도 해보며 나에 대해 알아가고, 그 경험을 밑거름으로 내일의 내가 더 단단해진다. 실패가 두려워 시작조차 하지 않는다면 성공할 수 없는 것은 물론, 성숙해질 수 있는 기회조차 놓치게 되는 셈이다.

거스가 퍼바의 말에 지레 겁을 먹고 철조망을 넘지 않았다면, 넓은 세상에 도전하지 않았다면 어머니를 찾는다는 결론에는 영원히 도달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사랑도, 우정도 배우지 못한 채 멈춰있었을 것이다. <스위트 투스>는 올해 공개될 시즌 2에서 거스의 모험을 이어 나갈 예정이다. 어린 거스로부터 두려움이라는 선을 넘을 용기와 미래를 향한 희망을 배운다. 먼 훗날의 우리가 그때 그 도전을 해볼걸, 하는 아쉬운 후회를 하지 않길 바라며, 조금 더 담대하게 살아가는 우리가 될 수 있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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