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10월23일 인사혁신처는 2023년도 외교관 후보자 선발시험과 국가공무원 5급 공개경쟁채용시험에서 최종 합격자를 발표했다. 5급 행정직 여성 합격자 비율은 지난해보다 1%P 감소한 41.8%를 기록한 가운데 본교 학생 6명이 합격했다. 또한 외교관 후보자 선발시험 여성 합격자는 30명(66.7%)이며 본교에서 2명이 합격했다. 외교관 후보자 선발시험 수석 합격자 최다빈(정외·21년졸)씨를 만났다.

2023 외교관후보자 선발시험에 수석 합격한 최다빈씨가 본교 정문에 걸린 현수막 앞에서 미소 짓는 모습. <strong>박소현 사진기자
2023 외교관후보자 선발시험에 수석 합격한 최다빈씨가 본교 정문에 걸린 현수막 앞에서 미소 짓는 모습. 박소현 사진기자

“항상 무엇이든 긍정적으로 생각했어요. 오늘 아쉽더라도 내일 더 잘하면 된다는 마음으로요.” 최씨는 5년 만의 수험 생활 끝에 외교관 후보자 선발시험 수석 합격의 영예를 안았다. 그를 만나 수험생활을 버틸 수 있던 원동력과 공부 방법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5년 수험 생활 끝 선물 같은 수석 합격 

수석 합격 소식을 들은 최씨는 부모님과 함께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5년간의 수험 생활 동안 간절히 바라왔던 순간이기에 그 기쁨은 배가 됐다. 중학생 시절부터 외교관을 꿈꿔온 최씨의 꿈이 실현되는 순간이었다. 

어린 시절 해외 거주 경험은 그에게 외교관의 꿈을 심어줬다. 최씨는 초등학교 6학년, 가족과 함께 말레이시아로 떠나 5년간 살았다. 말레이시아에 있는 국제학교에 다니며 다양한 국적의 친구들과 어울렸고 그 친구들에게 한국을 대표해 한국을 알리고 싶다는 책임감을 느끼게 됐다. “한국인으로서 책임감을 가지고 국제적 업무를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 있을까 생각하다가 시간이 갈수록 그게 외교관이라는 확신이 생겼어요.”

5년이라는 긴 수험 기간에 지칠 때도 있었지만 최씨는 ‘꼭 외교관이 되겠다’는 하나의 목표에 집중하며 최선을 다했다. 외교관 후보자 선발시험은 총 3차로 구성된다. 1차는 ▲언어논리▲자료 해석▲상황판단으로 이뤄진 공직적격성평가와 헌법 시험을 본다. 2차는 ▲국제정치학▲국제법▲경제학▲학제통합논술Ⅰ▲학제통합논술Ⅱ을 보고 3차 면접으로 이어진다. 

최씨는 2020년에는 3차에서 탈락했고, 2021년에는 경제학 과목에서 과락 점수를 받아 전체 과목 평균 합격선을 넘겼음에도 불합격했다. 불합격 경험을 통해 그는 객관적인 입장에서 어떤 부분을 보완해야 할지, 공부 전략에 어떤 변화를 줄지 진지하게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다. 특히 과락을 받은 경제학을 보완하기 위해 교수님과 주변 선배들에게 다방면으로 조언을 구했다. 그 결과 경제 현상에 대한 이해뿐만 아니라 암기와 다양한 방식의 문제 풀이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불합격의 순간은 최씨에게 좌절이 아니라 오히려 다시 일어설 때 도움을 받는 디딤돌이 돼주었다. 

 

수석으로 이끈 빈틈없는 공부법

최씨는 홀로 버티는 강인한 끈기와 동료들 사이 선의의 경쟁을 적절히 융합해 공부했다. 과목별 핵심을 분석한 노트를 만들었다. 그는 “책을 보고 노트에 따로 정리하는 과정에서 다시 한번 관련 내용을 떠올리고 나만의 방식으로 정리할 수 있기 때문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외교관 후보자 선발시험에 출제되는 이론을 다잡는 데 도움이 됐던 책으로 ‘현대 국제관계이론과 한국’, ‘국제정치이론’, ‘왈츠 이후’를 꼽았다. 그는 교수님과 선배들께 어떤 책이 좋을지 물어보기도 하고 따로 혼자서 공부하기에도 적합한 책을 찾았다. 최씨는 두꺼운 분량의 책을 읽는 데서 끝내지 않고 자신만의 분석 노트에 방대한 양의 내용을 체계적으로 정리했다. 긴 흐름의 책을 자신만의 언어로 정리하며 내용을 이해한 것이다. 

외교관 후보자 선발시험을 준비하며 최씨가 정리했던 미시경제학, 거시경제학 노트. 제공=최다빈씨
외교관 후보자 선발시험을 준비하며 최씨가 정리했던 미시경제학, 거시경제학 노트. 제공=최다빈씨

최씨는 고시촌에서 함께 공부한 사람들과 꾸린 스터디를 통해 실전 문제를 풀고 답안을 공유하기도 했다. 스터디원끼리 서로 채점한 뒤 모두의 점수를 화이트보드에 적었다. 스터디원에게 자신의 점수가 다 공개됐을 때 느끼는 부끄러움은 다음 시험을 더 잘 볼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그는 “고시 공부를 하며 혼자 개념을 다지는 시간과 복습하는 시간도 물론 필요하지만 다른 사람들과의 공부에서도 분명히 배울 점이 있다”고 말했다. 

최씨가 외교관 후보자 선발시험 준비 과정에서는 본교의 도움도 컸다. 그는 “정치외교학과 교수님들께 시험 준비를 언제부터 하면 좋을까 여쭤본 적 있었다”며 “저학년 때 최대한 학교생활을 즐기며 제2외국어만 틈틈이 공부하다가 마지막 학기나 졸업 후에 시험을 보라는 조언을 들었다”고 말했다. 최씨는 교수의 조언을 들은 후 어릴 적 국제학교에 다니며 배웠던 스페인어를 심도 있게 배우고자 스페인어 학원에 다녔다. 이렇게 교수의 조언을 들어 제2외국어를 배웠던 것은 최씨가 외교관이라는 직업을 꿈꾸는 데 자신감을 북돋아 줬다. 

저학년 때 본교에서 ‘국제정치학회’ 활동을 한 최씨는 “외교관 준비할 때 공부해야 하는 과목인 국제정치학의 큰 틀을 탄탄하게 잡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민병원 교수(정치외교학과)의 말을 떠올렸다. “(교수님께서) 글을 쓰려면 머릿속에 다양한 글감이 있어야 한다고 말씀하셨어요.” 그는 학교에서 국제정치학을 배우며 다양한 국제정치 관련 지식을 머릿속에 쌓을 수 있었고 그 결과 외교관을 준비하며 준비했던 논술 시험에서 큰 도움이 됐다.

 

후회 없는 매일을 살아내며

최씨의 좌우명은 ‘후회 없이 살자’다. 그는 20대 초반, 특히 학창시절에만 할 수 있는 여러 경험들을 강조했다. 최씨는 동아리, 학생회, 대외활동 등 하고 싶었던 활동들로 바쁜 학창시절을 보냈다. 그는 교환학생 동아리를 하며 일본인 교환학생에게 한국 문화를 알렸다. 또 정치외교학과 연합동아리에서 국제 이슈를 다룬 잡지를 발간하며 국제사회를 논리적 시각으로 조명했다. 이러한 경험은 최씨에게 외교 분야의 견문을 넓혀줬다. 

최씨는 외교관 후보자 선발시험을 비롯한 국가고시를 준비하는 후배들에게 “매일을 후회 없이 보내라”는 조언을 건넸다. 또한 그는 뚜렷한 목표 의식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최씨는 “어떤 성격을 가진 사람이더라도 ‘어떠한 외교관이 되겠다’는 구체적인 목표와 성실한 마음이 있다면 외교관이라는 직종에 잘 어우러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우리 학교 학생들이 외교관 후보자 선발 시험에 많이 진입하지 않는다”며 “고시 준비가 어렵고 막연해 보이지만 모두 충분히 도전할 수 있는 시험”이라고 말했다. 최씨가 본 이화인들은 모두 성실한 사람들이니 원하는 분야의 고시가 있다면 주저 말고 도전해 보라는 뜻이었다. 

“국가와 국민을 위한 봉사를 실천하는 외교관이 되고 싶어요. 단순히 ‘어떻게 공익을 실현해야 할까’ 고민하는 것에 멈추지 않고 행동으로 증명하는 외교관이 되는 게 목표예요.” 쉼 없는 꾸준함으로 수석이라는 결과를 얻어낸 최씨의 성실함은 앞으로도 빛을 발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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