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5일~8일(현지시각), 본교 학생과 교수가 창업한 기업 휴먼퍼포먼스랩이 창업 16개월 만에 세계 3대 IT전시회 중 하나인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Consumer Electronics Show) 2023에 참여했다.

휴먼퍼포먼스랩은 맞춤형 깔창핏솔(FitSole)을 제작하는 회사다. 창업에 뜻이 있던 권찬이(휴먼기계바이오공학 전공 석사과정)씨가 학부 4학년이던 해, 이태용 교수(휴먼기계바이오공학부)와 함께 설립했다. 그러나 이 교수와 권씨 두 명으로는 창업의 전 과정을 감당하기 어려웠다. 권씨가 홀로 많은 일을 감당하는 것을 지켜보던 동기 염하은(휴먼기계바이오공학 전공 석사과정)씨가 함께하기로 했다.

창업은 염씨에게 자신의 연구가 활용될 미래를 바라보게 하는 계기가 됐다. “나의 연구, 내가 개발하고 있는 기술이 결국에는 잘 쓰여야 하잖아요, 그 과정이 바로 창업이었어요!” 창업은 연구를 위한 연구에서 사람을 위한 연구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됐다. CES 2023에 다녀온 권씨와 염씨를 연구협력관 생체역학연구실에서 만났다.

 

휴먼퍼포먼스랩이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열린 CES 2023에 참여했다. 부스를 운영한 염하은씨(맨 앞줄 왼쪽), 권찬이씨(앞에서 두 번째 줄 왼쪽에서 세 번째). <strong>제공=권찬이씨
휴먼퍼포먼스랩이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열린 CES 2023에 참여했다. 부스를 운영한 염하은씨(맨 앞줄 왼쪽), 권찬이씨(앞에서 두 번째 줄 왼쪽에서 세 번째). 제공=권찬이씨

 

세계 최대 규모 전자제품 박람회, CES

매년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열리는 CES는 전 세계 유명 기업 혁신 기업들이 참가해 자사의 기술을 선보이고, 회사가 추구하는 방향을 설명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전자제품 박람회다. 기업인들과 현지 투자자들은 박람회에서 최근 기술 트렌드를 알아보고 기업 간의 비즈니스 미팅을 진행하기도 한다.

휴먼퍼포먼스랩은 유레카 파크관의 K-스타트업(K-STARTUP) 통합관에서 부스를 운영했다. CES의 유레카 파크관은 전 세계 유망 스타트업들이 모여 세상에 없었던 기술들을 소개하는 곳이다. 이전에 없던 기술을 소개하는 것이 조건이기에 한번 이 행사에 참여했던 기술로는 다시 참여할 수 없다. 세계 각국의 스타트업들이 부스를 운영하는 이곳에서 한국 또한 중소벤처기업부가 K-스타트업 통합관을 운영했다.

휴먼퍼포먼스랩은 3일간 부스를 운영하며 방문객들에게 핏솔을 홍보하고 기업들과 미팅도 진행했다. 부스에는 3D 프린팅한 발 형상과 그에 맞춰 제작한 깔창을 겹쳐 전시해 깔창이 발 모양에 얼마나 잘 맞는지 보여주고자 했다.

다양한 국적과 업종의 기업인들이 핏솔에 관심을 보였다. 휴먼퍼포먼스랩의 기술을 사업에 접목시키고 싶어하는 기업인들뿐 아니라 본인이나 지인이 맞춤형 깔창을 필요로 했던 기업인들이 고객의 입장에서 부스에 방문하기도 했다. 한 제조공장 경영인은 오래 서 있는 직원들을 위해 핏솔을 구매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고통 줄게 핏솔 다오(Bye Pain, Buy FitSole)

맞춤형 깔창은 평발 등의 문제로 신발 착용에 불편함을 겪는 사람들이 주로 사용한다. 기존에는 맞춤형 깔창을 제작하기 위해서 병원이나 매장에 방문해 발 모양을 측정하고 ◆족부기공사를 만나 제작을 의뢰해야 한다. 이러한 방식은 발 모양 측정에만 2~3시간이 소요될 뿐만 아니라 제작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해 고객이 맞춤형 깔창을 배송받기까지 약 3~4주의 긴 시간이 걸린다. 가격도 약 20~50만 원으로 고객들의 부담이 크다.

휴먼퍼포먼스랩은 맞춤형 깔창 제작 시간과 소비자의 가격 부담을 줄였다. 고객이 병원이나 매장에 방문하지 않아도 발 모양 측정이 가능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집에서 발 사진 3장과 10초가량의 동영상을 촬영해 앱에 첨부하면 휴먼퍼포먼스랩이 해당 정보로 맞춤형 깔창을 제작해 배송한다. 배송까지는 3~4일이면 충분하다. 핏솔은 15~20만 원에 판매될 예정으로 가격도 합리적이다. 고도화된 기술로 개인의 발에 정확히 맞는, 세상에 하나뿐인 깔창을 만들 수 있다.

CES에서의 경험은 시장에서 많은 사람들이 핏솔에 주목하고 있단 걸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슬럼프를 겪던 중 박람회에 참여한 권씨는 “나의 아이디어가 아닌 교수님 아이디어로 창업을 하다 보니 ‘핏솔이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라는 의심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걱정과 달리 핏솔은 박람회에서 많은 관심을 받았다. 권씨도 의구심을 해소하고 자신감을 가질 수 있게 됐다. 덩달아 회사 분위기도 활기를 띠었다.

박람회 현장은 맞춤형 깔창의 필요성을 극대화시켰다. 염씨는 “대규모 박람회장을 계속 걸어 다닌 사람들이 발의 피로를 느꼈기 때문에 우리 부스가 더 많은 관심을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프랑스 3D 프린터 제작 회사로부터 협업 제안을 받기도 했다. 휴먼퍼포먼스랩은 고객의 발 형상을 3D 프린팅하고 이에 맞춰 가죽 등으로 깔창을 제작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프랑스 회사는 깔창 자체를 3D 프린팅해보는 것을 제안했다. 전통적 깔창 제작 방식을 고수하던 휴먼퍼포먼스랩에게는 새로운 아이디어가 됐다.

 

1:1 맞춤형 깔창을 위한 핏솔의 노력

핏솔은 CES에서 일본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 입점을 제안받아 협의 중에 있다. 염씨는 “현재는 많은 물량을 생산하기에 한계가 있다”며 “사이트에 입점 시 궁극적 목표인 1:1 맞춤형 깔창에 앞서 발 유형별 깔창을 먼저 판매하기로 계획 중”이라고 말했다.

1:1 맞춤형 깔창을 지향하는 핏솔은 각 고객의 발 사진과 영상을 수집해 3D 발 모델을 만든다. 그러나 보행 시에는 발이 바닥을 밟으며 변형이 일어나기 때문에 그 형태를 시뮬레이션으로 예측해야 한다. 현재는 이 시뮬레이션을 휴먼퍼포먼스랩 직원들이 컴퓨터로 직접 진행하고 있어서 물량이 많아지면 감당하기 어렵다.

휴먼퍼포먼스랩은 이에 대응해 AI를 활용한 자동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AI 개발에 성공한다면 시뮬레이션을 사람이 직접 수행하지 않아도 돼 단기간에 많은 물량을 생산할 수 있게 된다.

제품 성능평가도 준비하고 있다. 핏솔을 실제 사용해본 고객들을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할 예정이다. 핏솔 사용 후 발의 불편함이 개선된 정도를 파악해 객관적 지표를 확보하기 위함이다. 권씨는 “기술 개발을 마무리하고 자동화까지 완성해 발의 불편함을 확실히 개선하는 깔창을 제공하고 싶다”고 말했다.

 

◆ 족부기공사: 신발, 발보조기구 등 발에 관련된 장치를 고안하고 제작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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