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게티이미지뱅크
출처=게티이미지뱅크

“식당 음식이 1000원씩 올랐어요. 컵밥도 3000원대 후반에서 5000원대로 올랐고요.”

한달에 용돈을 50만 원 받던 ㄱ(문정·20)씨는 올해 초 부모님께 용돈을 올려달라고 부탁드렸다. 그는 “월세에 용돈까지 모두 부모님께 지원받는 상황에 용돈을 올려달라 말하기가 죄송했지만 말일이 되면 거의 돈이 없어서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ㄱ씨의 생활비 지출이 늘어난 이유는 고공상승하는 물가 때문이다. 2022년 9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08.93%로 2021년 9월 대비 5.6% 상승했다. 공업제품, 서비스, 농축 수산물을 포함한 소비자 물가가 대폭 상승했다는 의미다. 특히 외식물가상승률은 9%로 30년 2개월만에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청년들의 밥상이 가벼워졌다

“원래는 아침, 점심, 저녁 다 챙겨 먹었는데 요즘에는 그것마저 부담스럽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한 끼를 줄여버렸어요.”

고물가시대에 소비를 줄이기 위해 박혜령(물리·21)씨가 선택한 전략은 식사 빈도를 줄이는 것. 지출이 가장 큰 식비를 줄이기 위해서다. 식사 횟수를 하루 세 끼에서 두 끼로 줄였지만, 박씨는 그마저도 “밥에 계란을 구워 먹거나 라면을 끓여 먹는 것처럼 간단하게 먹고 있다”고 말했다.

전면 대면수업으로 전환되며 학교에서 점심을 해결하는 등 외식을 해야 하는 상황이 늘어났다. 자연히 지출도 늘었다. 자취를 하는 최건희(사학·20)씨는 “거의 온종일 학교에 있다 보니 하루에 1~2번 정도는 꼭 밖에서 밥을 사 먹는다”며 “2년 전에 비해 기본적으로 (메뉴가) 1000원 이상은 다 오른 것 같아서 금전적으로 부담이 많이 된다” 고 말했다.

이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전대넷)가 진행한 ‘2022 전국 대학생 설문조사’에 따르면 설문 참여자의 50%가 가장 부담스러운 지출로 ‘식비’를 꼽았다. 고공상승하는 물가 중에서도 식비가 가장 부담스럽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기숙사에 거주하는 이루리(정시통합선발생·22)씨 역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지만 월말이 되면 돈이 부족해서 밥을 굶거나 대충 때우는 일이 생긴다”고 말하기도 했다. 물가상승으로 인한 부담은 청년들에게 가벼운 밥상으로 돌아왔다.

 

‘나가면 돈이다’, 방 안에 갇힌 청춘

높아진 물가로 인해 지인들과의 약속 횟수도 줄어들었다. 박씨는 “친구들을 만나는 빈도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외식물가가 너무 높다 보니까 많이 못 만나죠. 술자리를 좋아하지만 이제는 일부러 잘 안 나가고 약속도 안 잡으려고 하는 편이에요.”

‘나가면 돈’이다. 문화생활이나 여가생활은 꿈꾸기도 힘들다. 박씨는 “문화생활은 거의 안 한다고 보면 된다”고 말한다. “어찌됐건 나가면 돈이잖아요. 전시회나 뮤지컬 보러 가고야 싶지만 잘 안 가요.” 최씨의 생활도 비슷했다. 최씨는 “의식주 생활 외에 들어가는 지출 비용을 최대한 줄이려고 한다”며 “식비를 줄이기에는 건강이 염려돼 뮤 지컬이나 영화 등 주기적으로 지출하던 문화생활비를 줄였다”고 말했다.

전반적으로 물가가 오르며 청년들의 지출을 줄이기 위한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SNS에서는 본인이 정한 기간 동안 아예 소비하지 않고 이를 인증하는 ‘무지출 챌린지’가 유행하기도 했다. 11월9일 기준 인스타그램에서 ‘무지 출챌린지’가 태그된 게시글은 약 1000건, ‘무지출’이 태그 된 게시글은 약 5000건이다. 본교 온라인 커뮤니티에 브리타임(everytime.kr)에도 ‘벗들의 절약’ 게시판이 생기는 등 물가상승에 따른 변화가 드러나고 있다.

 

고물가시대, 청년 위한 대책 필요해

전대넷 김민정 집행위원장은 “대학과 학생만이 물가상승에 대한 대책을 논의할 수 없다”며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전대넷은 현재 농림축산식품부에서 28개 대학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천원의 아침밥’을 전국 대학으로, 점심까지 확대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천원의 아침밥’은 식단 가격 중 일부는 정부와 학교가 지불해 학생이 1000원으로 밥을 먹을 수 있는 제도다.

전대넷에 따르면 명지대는 식당을 신설하며 3500원, 고려대는 1000원, 계원예대는 연초 500원에 더해 최근 1000원을 추가로 인상했다. 본교 학생식당의 경우, 진선미관 6500원, 헬렌관 약 5000원대, 기숙사식 4300원이다. 그러나 학생식당 중 가장 낮은 가격으로 식사를 준비하는 기숙사식 업체에서는 물가상승으로 운영 부담을 호소하 기도 했다.

김 집행위원장은 “사립대학의 경우 학생식당 위탁 등의 문제로 환경이 더욱 열악하다”며 “천원의 아침밥이 사립대학에도 확대돼야 한다”고 학생들의 식사를 정부와 학교도 함께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다. 더불어 전반적인 물가상승에 대해서는 “대학생들이 가장 부담스러워하는 게 식비, 주거비, 학비”라며 “월세나 관리비, 주거비 등에 대한 정부의 지원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석병훈 교수(경제학과)는 “정부는 단기적인 현금성 지원 대신 청년들의 주택 보유율을 높이고 양질의 일자리를 얻을 수 있도록 정책을 구성해야 한다”며 청년들이 장기적으로 자립할 수 있는 대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