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중개 애플리케이션 ‘다방’에 따르면 1월 기준 우리대학 인근 평균 월세가 71만 원으로 서울 주요 대학가 중 가장 높았다. 서울 지역 평균 월세 3년 연속 1위로, 서강대 인근의 평균 월세인 65만 원보다 6만 원 높다. 전반적으로 집값이 꾸준히 상승하고 있지만 특히 더 상승세가 가파르다. 그 이유는 우리대학 인근 우수한 생활 인프라, 편리한 교통과 더불어 상가 공실률이 높아지며 상가 건물 자리에 신축 오피스텔이 들어서는 현상 때문으로 분석됐다.

 

작년에 이어 대학가 중 월세 가장 높은 이화여대… 이대생의 주거지 부담 지속돼

우리대학 인근 월세 71만 원은 서울 주요 대학가인 경희대, 서울대, 연세대, 한양대 등의 평균 월세(57만 4000원) 대비 약 13만 원 높다. 대학가 평균 월세 2위를 차지한 서강대 인근(노고산동, 대흥동)에 비해서도 6만 원 높다. 보증금 1000만 원 기준의 원룸(전용면적 33㎡ 이하)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월세 상승률도 가파르다. 우리대학 앞 평균 월세는 2023년 60만 원 대비 18.3%포인트 올랐다. 2023년 대비 월세 평균 상승률(11.6%)에 비하면 6.7%포인트 높은 수치다.

 

이에 따라 학생들이 겪는 주거비 부담도 심해지고 있다. 지방에서 올라와 1학년 때부터 자취를 시작한 우지원(환경⋅20)씨는 올해 새로 자취방을 구하며 어려움을 겪었다. 우씨는 "이대 인근 자취방 월세가 처음 방을 구하러 다닌 3년 전에 비해 약 10만 원에서 20만 원이 올랐다”고 말했다. 결국 우씨는 통학 거리 도보 25분이 소요되는 연희동에서 자취를 시작하게 됐다. 김은서(경영⋅21)씨도 마찬가지다. 기숙사 모집에 떨어져 뒤늦게 자취방을 알아보기 시작한 김씨는 “괜찮은 가격의 집들이 다 나가 도저히 이대 부근에서 집을 구할 수 없어 서강대 부근으로 밀려나게 됐다”고 말했다. 우리대학 인근에서 자취하는 양다원(화학⋅20)씨는 “학교 근처 매물의 월세가 너무 높아 원하는 가격대의 원룸을 찾으려고 창천동 부근까지 알아봤지만, 살기에 위험하고 더러워 학교 근처에 괜찮은 매물이 나오길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우리대학 앞 한 부동산 중개업소. 원룸과 오피스텔의 월세 안내문이 붙어있다. 이유민 기자<strong>
우리대학 앞 한 부동산 중개업소. 원룸과 오피스텔의 월세 안내문이 붙어있다. 이유민 기자

 

이화여대가 가장 월세가 높은 이유는…공급보다 많은 수요

우리대학 인근 월세 상승의 이유는 지리적 이점으로 인해 주거지 공급보다 수요가 많기 때문이다. 석병훈 교수(경제학과)는 “지하철역과 편의시설이 있고 건물과 주거 환경이 깨끗해 대학생뿐만 아니라 직장인들의 수요도 많다”고 설명했다. 석 교수는 “이화여대 앞은 2호선 역세권에다가 병원, 마트, 영화관 등이 갖춰져 있기 때문에 세브란스 병원, 여의도에 있는 회사에 다니는 직장인 등 누구에게나 주거지로 적합한 지역”이라고 덧붙였다.

스타게이트 공인중개사사무소 강현우 공인중개사는 “신촌 일대를 보면 대현동을 제외한 창천동, 노고산동, 대신동 일부 지역은 노후화된 건물과 관리되지 않은 골목이 있어 사람들이 선호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대학생과 인근 회사 직장인을 포함해 안전하고 깨끗한 주거 환경을 원하는 사람들이 이화여대 앞으로 몰리게 된 것이다. 또한 (방학이나 개강 등 일정 시기에 수요가 몰리는) 다른 대학가와 달리 항상 수요가 있어 월세가 높게 유지된다”고 덧붙였다.

높은 임대료를 책정하는 신축 오피스텔이 늘어난 것도 이유다. 코로나19를 거치며 임대료를 감당하기 어려워 상가 공실이 늘었고, 빈 곳에 신축 오피스텔이 들어섰다. 오피스텔 주인들이 신축이라는 이유로 초기 월세를 높게 산정했고, 수요가 끊이지 않아 월세가 계속 오른 것이다.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신촌과 이대 부근 유동 인구가 감소해 가게 수익이 줄었다. 임대료를 감당하기 어려운 임차인들이 가게 운영을 그만두며 상가 공실률이 상승했다. 한국부동산원 조사에 따르면 2023년 3분기 기준 신촌, 이대 상가 공실률은 22%로 서울 평균 상가 공실률의 4배, 서울에서 가장 높았다.

조선일보 땅집고는 “임대인이 상가 공실을 채우기 위해 비교적 공실 리스크가 적은 오피스텔을 선택하게 됐고 이화여대 앞은 ‘오피스텔 촌’으로 변신했다”고 설명했다. ‘신축’이라는 명분으로 초기 월세를 주변 오피스텔보다 높게 산정하는 현상이 오피스텔이 새로 지어질 때마다 반복됐고, 평균적인 월세는 상승 곡선을 타게 됐다. 2022년에 사용 승인된 오피스텔 아리움 3차의 첫 월세 거래가는 98만 원이었다. 반면 2021년에 사용 승인된 오피스텔 리브하임, 2020년에 사용 승인된 파크제이드 이화 오피스텔은 70만 원으로 거래됐다. 모두 28만 원 더 높은 가격으로 산정된 것이다.  이는 보증금 1000만 원 기준의 원룸(전용면적 22㎡ 이하)을 대상으로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시스템을 통해 조사한 결과다.

 

주거난에 죽어나는 대학생들, 실효성 있는 대책 필요해

높은 월세로 인한 대학생들의 어려움을 해소하고자 학교에서 직접 나서서 지원하는 경우도 있다. 현재 한양대에서는 한양대 학생들의 주거 안정을 위해 LH·성동구·한양대·임대인이 협력해 2019년3월부터 ‘성동한양 상생학사'를 운영해 오고 있다. ‘성동한양 상생학사’는 한양대 학생들에게 기존 원룸 임차료의 절반 수준으로 주거비를 지원하는 제도다. 이는 학교 인근의 원룸에 비해 임차료가 저렴한 편이고 1인 1실을 사용할 수 있어 지원자가 많다.

거주 문제를 직면한 대학생의 주거비 부담을 경감하고 청년주택의 품질을 제고하기 위한 대책으로 청년안심주택이 마련됐으나 청년안심주택 공식홈페이지(soco.seoul.go.kr)에 따르면 현재 서대문구에 청년안심주택은 가좌역 스타타워, 충정로역 어바니엘 위드 더 스타일 충정로로 서울 전체 50곳 중 2곳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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