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이 진선미관 식당 키오스크로 주문을 하고 있다. 김아름빛 기자 

학식은 가격 부담 없이 누릴 수 있는 대학생의 특권이다.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의 ‘부담 없는 학식을 위한 학식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국 대학생 78%가 ‘돈을 절약하기 위해서’ 학식을 이용한다고 응답했다. 그러나 최근 물가 상승으로 본교 학식 가격이 올랐다. 유일하게 4000원대였던 기숙사식이 5000원에 가까워지면서 식비에 부담을 느끼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 학교 측은 “끝없이 오르는 물가와 인건비 상승을 견딜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학식 가격 인상을 막기 위한 대책은 무엇일까.

 

치솟는 학식 가격

작년 4300원이던 E-House(이하우스)와 한우리집의 학식 가격이 올해 4800원으로 올랐다. 2022년에는 신공학관 지하 2층에 위치한 공대 식당 학식 가격이 4900원에서 5500원으로 600원 인상됐다. 지난 3년간 학식 가격은 물가 상승과 함께 꾸준히 올랐다. 교직원 식당인 진선미관은 2021년 영업 손실을 견디지 못하고 6000원에서 6500원으로 학식 가격을 인상했다. 중앙도서관 맞은편에 위치한 헬렌관은 비대면 수업 기간 중 문을 닫았다가 2022년 9월 다시 열면서 학식 가격을 500원 인상해 평균 5000원대가 됐다.

학식 가격 인상은 용돈으로 식비를 충당하는 대부분의 학생들에게 부담으로 다가왔다. 한우리집 기숙사에 사는 유서빈(중문∙22)씨는 “자주 이용하는 기숙사식과 헬렌관 학식 가격이 올라 걱정된다”고 말했다. “몇백 원 오른 거라도 매일 먹기 때문에 전체 금액을 계산해 보면 많이 오른 거죠.” 수업이 전면 대면으로 전환되며 일주일 내내 밖에서 식사를 해결하다 보니 부담이 커졌다는 게 유씨의 설명이다.

정유정(기후∙19)씨도 “기숙사식 가격이 인상된 후 식비 걱정이 늘었다”고 말했다. 한 끼에 5000원에 가까운 금액을 지불하게 되자 가격 인상이 크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정씨는 “기숙사식 가격이 더 오른다면 더 저렴한 가격에 이용할 수 있는 편의점으로 갈 것 같다”고 말했다.

 

가격 인상을 둘러싼 다양한 반응

학생들은 학식 가격 인상에 막막함을 느끼면서도 물가 상승으로 인한 가격 인상을 이해한다는 반응이었다. 하지연(경제∙22)씨는 공대 학식 가격 인상에 대해 “비싸지만 물가가 올랐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씨도 물가 상승 때문에 “(가격 인상은) 그럴 수 있다”며 수긍했다.

다른 의견도 있었다. 유씨는 물가가 오르며 학식 가격이 인상된 것은 이해하지만 가격에 비해 학식의 질이 좋지 않은 것에 아쉬움을 표했다. 그는 “학생들이 일정한 가격에 질 좋은 학식을 먹을 수 있도록 재정적으로 지원해 주는 것은 학교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가격이 올라도 학생들은 학식을 이용하겠다고 말했다. 하씨는 “학생 식당이 학교와 가까워 급하게 끼니를 해결해야 할 때는 이용할 수밖에 없다”며 “가격이 올라도 외부 식당보다는 저렴하기 때문에 계속 이용할 것”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유씨는 “학교 앞에서는 제대로 된 식사를 하려면 만 원 가까이 내야 한다”며 “비용이 올라도 학식이 여전히 가장 저렴하기 때문에 학식을 먹게 될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학식 가격 계속 오르는 이유는?

이하우스 행정실 이혁 대리와 총무처 총무팀 노정희 과장은 학식 가격 인상이 “인건비 상승과 식자재값 인상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들은 “최저시급이 급상승했고 주휴수당, 휴게시간 확보 등 법적으로 보장된 부분도 감안하면 운영이 불가하다는 것이 위탁업체의 하소연”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식자재값도 올라 학식 가격을 인상할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학식 가격 인상에는 코로나19의 영향도 있다. 노 과장은 “코로나19로 학생들이 학교에 오지 않아 학식 이용자 수가 줄었고 버티지 못한 식당 업체들이 운영을 중단했다”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학생들이 다시 열기 시작한 식당을 예전만큼 찾아주지 않는다면 운영에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다. 학생들이 학생 식당을 이용하지 않으면 단가가 높아져 좋은 가격에 질 높은 음식을 제공하기 어려워지고 이용하는 학생들은 또다시 줄어드는 악순환이 생기는 것이다. 그는 “최대한 업체와 협상해 식대 인상을 저지하고 있으나 가격 방어에 한계가 있다”며 “해결책은 학생 식당을 학생들이 더 많이 이용하게 해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노 과장은 “업체 입장에서는 1년 중 방학을 제외하면 6개월 정도 장사를 하는 셈”이라며 “학사 일정에 따라 식수 변동이 크고 학교 근처 경쟁업체도 많은 상황에서 학생 식당이 경쟁력을 유지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로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급식 업체들이 학생 식당 입찰에 지원하지 않기도 했다.

 

학생과 식당 모두가 만족할 수 있도록

학식 가격 인상과 학생 불만의 악순환을 끊을 방법은 없을까. 일부 학교에서는 생활협동조합(생협)이 학생 식당을 운영해 학식 가격을 낮췄다. 학식은 운영 방식에 따라 세 가지로 나뉜다. 학교가 학생 식당의 식자재부터 인력까지 직영하는 경우, 여러 학교에 급식을 배급하는 위탁업체에 맡기는 경우, 생협이 직접 운영하는 경우가 있다. 현재 본교 모든 학생 식당이 위탁 업체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 반면 생협이 식당을 운영하면 타대 생협과 식자재를 공동 구매해 저렴한 가격으로 학식을 제공할 수 있다.

한국외대는 생협이 직접 식당을 운영한다. 한국외대 생협은 대학 생협들의 연합 조직인 한국대학생연합회 회원조합과 식자재를 공동으로 구매해 저렴한 가격으로 학식을 제공한다. 한국외대 인문관 식당에서는 조식 3000원, 중식과 석식을 4000원이라는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

본교 학생 식당을 생협 직영으로 바꿀 수 없냐는 질문에 노 과장은 “본교에는 적용하기 어려운 모델”이라고 답했다. 그는 “학식 가격 인상을 막으려면 무엇보다도 학생들이 식당을 많이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학식 수요가 많아야 식재료를 다량 구매해 단가를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음식을 많이 만들었다가 학생들이 오지 않으면 손해를 보는 위탁 업체는 학교 측에 지속적으로 가격 인상을 요구할 수밖에 없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식수가 확보돼야 식당 측에서도 가격 인상을 요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총무처 총무팀과 기숙사 행정실은 질 좋은 음식을 적정 가격에 제공하고자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다. 이하우스는 기숙사식 점심 메뉴를 2가지로 선택할 수 있도록 다양화했다. 노 과장도 “꾸준히 위탁 업체를 모니터링하면서 맛을 개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학생 식당은 학생들이 피부로 느끼는 가장 큰 복지 이기 때문에 책임감을 느끼고 개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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