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교 앞에서 자취 중인 정유진(커미·21)씨는 지난 겨울 사이 급격히 오른 난방비에 경악했다. 정씨는 “날이 추워지면서 난방비가 오르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지만 달마다 난방비가 수직 상승해서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2022년 11월 약 2만8000원이었던 난방비는 12월 약 5만4000원, 2023년 1월 약 7만2000 원, 2월 약 11만3000원으로 올랐다. 3개월 사이 4배 가까이 오른 것이다.

정씨는 난방비가 크게 올라 경제적으로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평소 생활비를 30 만 원 안팎에서 해결해왔는데 난방비가 11만 원이 나오는 바람에 다른 지출을 줄여야 했다”고 말했다. 난방비를 줄이기 위해 집 안에 서 옷을 껴입고, 짧은 시간 동안만 보일러를 틀고, 온수 사용을 줄이려고 노력했으나 요금은 크게 줄지 않았다. 정씨는 겨우내 가벼운 감기를 달고 살 수밖에 없었다.

비단 정씨만의 일이 아니다. 신촌에서 자취 중인 연세대 성재진(전기전자·19)씨의 상황도 다르지 않았다. 11월 약 1만4000원이었던 난방비는 12월에는 약 4배, 2월까지는 7.5배 상승해 약 10만6000원이 됐다. 성씨는 “용돈과 알바로 모은 돈으로 생활하는 저에게는 상당히 큰돈”이라며 “여름에는 없던 난방비가 갑자기 불어나니 많이 부담된다”고 말했다. 난방비가 많이 나오자 성씨는 난방 온도를 22도에서 17도로 낮췄고, 반소매와 반바지 대신 긴바지와 후드집업을 입고 양말을 신은 채 생활하고 있다. 보일러를 틀지 않을 때는 패딩을 입고 자기도 했다.

실제로 난방비는 1년 만에 38% 인상됐다. 산업통상자원부 보도에 따르면 2022년간 주택용·일반용 도시가스 요금이 주택용을 기준으로 4월, 5월, 7월, 10월 4차례에 걸쳐 MJ(에너지열량단위)당 5.47원 인상됐다. 1MJ당 14.2원에서 19.7원까지 오른 것이다.

본가를 나와 원룸, 오피스텔, 고시원 등에서 자취하는 1인 가구에게는 난방비 인상으로 인한 어려움이 더욱 크다. 자취생들은 용돈이나 아르바이트로 생활비를 충당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지출이 조금만 변해도 생활비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용돈과 과외로 번 돈으로 생활하는 ㄱ(생명·21)씨는 낮에는 집 밖에서 시간을 보내고 밤에만 난방을 틀고 있다. 한 달에 12일만 집에 있었는데도 난방비 인상이 체감됐다. ㄱ씨는 “고지서를 보면 주변 집들에 비해 에너지 절약을 실천하고 있는데도 자취생에게 부담스러울 정도로 난방비가 올랐다”며 하소연했다.

자취하는 청년 1인 가구는 정부 지원으로부터도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는 2월1일 ‘동절기 차상위계층 등 서민을 위한 추가 난방비 지원’을 발표했다. 기초생활수급자와 중위소득 50% 이하의 차상위계층에게 기존 난방비 대책의 최대 지원 금액인 59만2000원까지 상향 지원하고, 동절기 4개월간 가스요금 할인으로 추가 지원하겠다는 대책이다.

그러나 자취하는 1인 청년 가구는 이 기준을 충족하기 어렵다. 1인 청년 가구가 단독 세대로서 복지 대상자가 되려면 본가에서 나와 살면서, 매달 기준 중위소득의 50% 이상을 벌어야 한다. 여기서 모순이 발생한다. 단독 세대이면서 차상위계층이어야 난방비 지원을 받을 수 있는데, 차상위계층은 기준 중위소득 50% 이하이기 때문에 일단 세대 분리가 인정되면 이론상 차상위계층에 소속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간혹 예외가 있기는 하다. 실제로는 전체 소득의 70%를 소득인정액으로 간주하고 복지 대상을 선정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한 달에 110만 원을 버는 청년가구는 소득이 기준 중위소득의 50%(103만8946원) 이상이기에 단독 세대로 인정된다. 이 경우 실제 소득 인정액은 110만 원의 70%인 77만 원이므로 중위소득의 50% 이하가 돼 차상위계층에도 해당한다.

그러나 실제로 정부 지원 기준을 충족하는 청년 가구는 극소수다. 학생이나 취업준비생 신분으로 매달 중위소득의 50%를 벌기가 어렵고, 해당하는 범주가 좁기 때문이다. 종암동 주민센터 관계자 ㄴ씨는 “범주에 속했다가도 월급이 조금 올라서 금방 지원이 끊기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용돈이나 아르바이트로 생활비를 충당하는 1인 청년 가구는 난방비 인상이 크게 부담되지만 지원받을 수 있는 길이 없는 실정이다.

난방비 인상의 대안을 마련해달라는 목소리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청년·환경단체 4곳에서는 2월9일 ‘난방비 폭탄’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벌이기도 했다. 기자회견을 공동주최한 기후위기 서대문 비상행동 손솔 대표는 “가진 게 없을수록 난방비 부담이 커지는 모순적인 상황이 문제”라고 말했다. 목돈이 없는 청년일수록 단열이 잘 안되는 반지하, 옥탑방, 고시원으로 향할 수밖에 없어 더 많은 난방비를 부담해야 하는 문제를 지적한 것이다.

또한 그는 난방비 인상의 문제가 이번 겨울 철만의 문제가 아니라며 여름철 냉방비 부담으로 이어질 것을 우려했다. 열악한 주거 환경일수록 냉방비 부담도 커진다는 것이다. 그는 “공기업 적자를 이유로 국민들에게 난방비와 전기세 인상으로 부담을 지우는 방식을 택하는 것은 무책임하고 위험을 떠넘기는 것”이라며 “적자가 발생하는 구조 자체를 손 보는 방식으로 접근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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