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역 근처 공인중개사무소 창문에 붙어있는 오피스텔 월세 가격표 출처=이대학보DB
이대역 근처 공인중개사무소 창문에 붙어있는 오피스텔 월세 가격표 출처=이대학보DB

1000/60. 학교 앞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보증금과 월세다. 평범한 대학생이 부담하기에는 다소 큰 금액이기도 하다. 청년들의 주거 안정을 위해 국가에서는 임대주택, 전월세 대출, 주거비 지원까지 각종 주거 지원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여전히 청년들의 주거생활은 불안정하기만 하다. 정책은 세입자 청년들의 현실과 동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전입신고가 불가능한 집, 불안해지는 세입자

권유지(국제사무∙19)씨는 이사를 계획했지만 결국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기껏 조건을 맞춰 찾은 집은 전입신고가 안 되는 집이었기 때문이다. “1~2주 정도 집을 찾아다녔는데 학교 앞 상가건물 위층에 괜찮은 방이 있었어요. 방 사진을 찍고 있는데 전입신고가 안 된다고 해서 포기했죠.”

김지호(휴먼바이오∙19)씨는 대면 수업 때문에 학교 앞 오피스텔을 계약했다. 보증금 1000만 원에 월세 70만 원, 부모님이 모아두신 목돈에 아르바이트로 번 돈을 보태 집세를 마련했지만, 계약과정에서 전입신고는 불가능하다는 말을 들었다. 사무용 오피스텔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부동산에서 학생이면 전입신고를 할 필요가 없을 거라고 이야기해서 그냥 계약했어요.”

김씨는 전입신고를 안 하면 주거정책의 혜택을 못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계약 이후에 알게 됐다. 비대면 수업이 많아져 결국 계약을 취소한 김씨는 “월세가 낮은 편도 아닌데 전입신고가 안 되는 게 찝찝했다”며 전입신고 여부가 계약을 취소하는 데 영향을 줬다고 밝혔다.

오피스텔에 전입신고가 불가능한 이유는 집주인이 받는 세제 혜택 때문이다. 오피스텔의 경우, 업무용으로 분양받으면 분양가에 포함된 10%의 부가세를 환급받을 수 있다. 그러나 만약 세입자가 전입신고를 하면 건물의 용도가 주거용으로 변경되며 집주인은 환급받은 부가세를 반납해야 한다.

하지만 세입자가 전입신고를 하지 않는 경우 감수해야 할 위험부담은 적지 않다. 집주인이 파산으로 집이 경매에 넘어가는 경우 보증금을 보호받지 못할 수 있으며 대출상품, 보증보험 가입 등 주거정책 이용에도 제한이 생길 수 있다.

 

‘있어도 이용하기 힘든’ LH청년전세임대

권씨는 보증금이 지나치게 비싼 것도 지적했다. 그는 “집값이 너무 올랐다”며 “옛날에는 1억 초반대로 전세를 구할 수 있었는데 요즘에는 서울에서 전세를 구하려면 2억은 드는 것 같다”는 불만을 토로했다.

청년들의 주거비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만들어진 ‘LH청년전세임대주택’. LH청년전세임대주택은 LH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기존 주택과 전세 계약을 맺고 청년들에게 공공임대주택 형식으로 제공한다. 세입자는 100만원~200만원의 낮은 보증금과 대출금의 1~2%에 해당하는 연이자를 월 임대료로 납부하면 된다.

그러나 제도를 이용하기는 쉽지 않다. 서대문구에서 공인중개소를 운영하는 ㄱ씨는 “LH청년전세임대주택은 거의 안 해준다”고 말했다. “절차가 까다로워서 주인들이 싫어해요. LH가 몇 번을 찾아와서 조사하는데 주인들도 번거롭고 부동산도 너무 바빠서 해주기가 어렵죠.”

LH청년전세임대는 세입자가 직접 대출이 되는 매물을 찾아야 한다. 하지만 심사 절차가 까다롭기 때문에 집주인이 기피하고 공인중개사에서 취급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는 것이다. ㄱ씨는 “여기(학교 앞)만의 문제가 아니라 다른 동네도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청년주거지원, 사각지대를 해소하려면

청년의 주거권 보장과 주거 불평등 완화에 힘쓰는 세입자 연대체 ‘민달팽이 유니온’ 지수 위원장은 현 상황에 대해 “세입자로 사는 청년들이 제도적으로 권리를 보호받고 피해를 구제받을 수 있는 체계가 미흡하다”며 “청년 주거 정책은 세입자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어 공공임대주택을 충분히 확보하는 방향으로 주거정책이 나아갈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LH전세임대는 매물의 수가 현저히 적거나, 있어도 열악하다”며 “부담할 수 있는 규모의 임대료를 지불하면서도 집다운 환경에서 살 수 있도록 주거 안전망이 작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청년주거 정책을 설계할 때 기존 주거정책이 유효하게 작용하고 있는지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점도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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