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역 기준 4가지 구역으로 주거유형 나눠 조사

집 나가면 개고생’이라지만 대학생이라면 한 번쯤 자신만의 공간을 꿈꾼다. 그렇다면 이화인들은 어떻게 자취하고 있을까. 본교 인근 공인중개사 3곳을 방문해 학교 앞 자취 환경과 부동산의 특성을 물었다. 3곳 모두 이대역을 기준으로 주거 유형을 구별했다. 이대역 5번 출구 근처에는 다세대 주택이 밀집해 있으며 1번, 6번 출구 근처에는 오피스텔이 모여 있다. 정문 앞 럭키 아파트 근처에는 원룸형 고시텔(원룸텔)이, 정문 우측 이대 상권에는 원룸이 주를 이뤘다. 본지는 위 기준에 따라 각 지역에 거주하는 학생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생활 환경에 따라 다른 고충을 들어봤다.

△다세대 주택 밀집 구역

△원룸형 고시텔(원룸텔) 밀집 구역

△오피스텔 밀집 구역

△이대 상권 원룸 밀집 구역

 

△다세대 주택 밀집 구역

 

이대역 5번 출구 부근 다세대 주택 밀집 구역. 오래된 주거 단지임에도 학교 앞보다 낮은 가격대가 형성돼 많은 학생이 거주한다. 김미지 기자 unknown0423@ewhain.net
이대역 5번 출구 부근 다세대 주택 밀집 구역. 오래된 주거 단지임에도 학교 앞보다 낮은 가격대가 형성돼 많은 학생이 거주한다.
김미지 기자 unknown0423@ewhain.net

학교 앞 행정구역은 이대역 사거리를 중심으로 나뉜다. 이대역 1~4번 출구로 나오면 서대문구지만 5~6번 출구로 나오면 마포구 소속이다. 거리의 모습도 사거리를 기준으로 사뭇 다르다. 5번 출구로 나오자 낡은 다세대 주택들과 오랜 시간 거리를 지킨 가게가 줄지어 서 있었다. 본지는 5월29일 이대역 5번 출구 부근에 거주하는 본교생 2명을 만났다. 이들은 학교와 비교적 가까우면서도 정문 앞보다 저렴한 가격을 이유로 이 구역을 선택했다.

이대역 5번 출구 주변에 위치한 옥탑방 내부 김미지 기자 unknown0423@ewhain.net
이대역 5번 출구 주변에 위치한 옥탑방 내부
김미지 기자 unknown0423@ewhain.net

5번 출구에서 1분 거리, 형광등이 켜지지 않는 어두컴컴한 빌라 계단을 오르면 학교 전경이 한눈에 보이는 옥상에 다다른다. 5번 출구 근처 다세대 주택 옥탑에 거주하는 ㄱ씨는 1년 3개월째 이곳에서 생활하고 있다. 약 8평 규모 직사각형 형태 원룸인 이곳은 보증금이 3천만원, 월세가 20만원이다. 수도세와 전기세는 계절마다 다르지만 평균 약 월 6만원을 낸다. “저는 이 가격에 만족해요. 학교 앞으로 가면 이 정도 월세로 사는 게 쉽지 않으니까요.”

 

침대와 책상, 행거와 주방. 여느 원룸과 다를 것 없어 보이는 안락한 방이지만 ㄱ씨는 다가오는 여름이 걱정이다. 한여름에는 방 안이 찜통처럼 변하고 나무 벽이라 태풍에도 취약하다. “나무 벽이라 누가 밖에서 한 대라도 치면 소리가 크게 나요. 비가 올 때는 옥탑 전체가 울리죠. 작년에 태풍이 상륙했을 때는 집이 날아가지는 않을까 걱정했어요.”

 

ㄴ씨의 집은 이대역 5번 출구와 2분 거리에 위치한 다세대 주택 3층이다. 투룸 형태의 집에 거주하는 ㄴ씨는 이곳에서 약 6개월째 룸메이트와 함께 생활하고 있다. 보증금 천만원, 월세 80만원의 10평 투룸에 기자 한 명이 들어가자 벌써 거실이 가득 찼다. “그래도 이 정도 가격이면 둘이 살기 양호하죠. 반씩 나누면 40만원, 관리비까지 해도 50만원이 안되니까요. 학교 앞은 이 정도 가격으로 절대 못 살아요.”

 

다만 ㄴ씨는 취약한 보안을 이 구역의 단점으로 꼽는다. 지난달에는 아찔했던 사건도 있었다. 3층 높이의 창문에 손바닥 자국이 남겨있었다. 손바닥 자국은 ㄴ씨의 손가락보다 한 뼘이나 길었고 창문 밖에서 짚은 모양이었다. “다행히 그 주에 창문 앞 전선을 교체했다고 하더라고요. 걱정은 덜었지만, 손바닥을 봤을 때는 심장이 너무 떨렸어요. 이 주변에는 저희 집을 포함해서 방범창이 없는 집이 많아 충분히 창문을 열고 들어올 수 있거든요.”

 

△원룸형 고시텔(원룸텔) 밀집 구역

럭키 아파트 정문과 서부 교육청 근처 빌라 입구에 가면 전화번호가 붙어 있는 건물들을 볼 수 있다. 이들은 ‘원룸텔’로 대부분 입주, 계약 기간이 자유로워 많은 학생이 거주한다.

 

정문에서 도보로 10초 거리에 있는 원룸텔에 기자가 방문했다. 작년 새로 생긴 이곳은 채플 3분 전에 출발해도 대강당에 도착하기 충분한 거리였다. 그곳에 약 1년 6개월 동안 거주하고 있는 유학생 ㄷ씨는 학교와 거리가 가까워 이곳을 선택했다. 또 다른 이유는 보증금 때문이었다. 500만원에서 천만원, 혹은 그 이상인 본교 주변 원룸들과 달리 대부분의 원룸텔은 보증금이 적다. ㄷ씨의 방은 약 3평, 해당 방의 월세는 관리비 포함 55만원이다. 비슷한 이유로 원룸텔을 선택한 ㄹ씨는 “낮은 가격으로 학교 가까이 혼자만의 공간을 가질 수 있는 곳은 원룸텔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문으로부터 3분 거리에 위치한 2.5평 방에 거주하며 관리비를 포함해 월 32만원을 지불한다.

 

ㄷ씨의 방은 두 사람이 나란히 서 있을 수조차 없었다. 수납공간이 부족해 큰 짐은 복도에 두고, 빨래는 모두 복도에 널었다. 화장실에 들어가는 문도 비좁았다. 맞은 편에 위치한 다른 고시원 방은 기지개를 간신히 켤 수 있는 크기의 방이었다.

 

창문은 원룸텔에서 중요한 요소다. ㄷ씨가 머무는 큰 방에는 창문이 있었지만 작은 방에는 창문이 없었다. 햇빛이 아예 들어오지 않는 것이다. 창문 유무에 따라 가격 차이도 크다. ㄹ씨는 창문이 없어 채광이 되지 않는 방에 거주했을 때 쉽게 무기력해지고 늘어지는 느낌을 받았다. 이후 창이 있는 방으로 옮겼지만 현재는 외풍이 심해 곤란함을 겪고 있었다.

 

반면 원룸텔의 장점도 있었다. 바로 치안이다. 설치된 잠금장치는 안전하다는 느낌을 받기에 충분했다. 원룸텔 입구, 방문 앞에 잠금장치가 있기 때문이다. 여성 전용 시설이라 남성 외부인의 출입이 철저히 금지된다. “치안이 괜찮아요. 밤에 걸어도 무섭지는 않죠. 개인적으로 이 방에 만족해요. 조금 작기는 하지만요.(웃음)”

 

△오피스텔 밀집 구역

 

본교 근처 높은 거주 비용의 오피스텔은 보안이 철저하고, 각종 편의 시설도 마련됐다. 사진은 이대역 근처 영타운 오피 스텔 전경.
본교 근처 높은 거주 비용의 오피스텔은 보안이 철저하고, 각종 편의 시설도 마련됐다. 사진은 이대역 근처 영타운 오피 스텔 전경.
김미지 기자 unknown0423@ewhain.net

대현 문화공원 ‘썸타는 계단’ 인근에는 얼핏 신식 상가 빌라처럼 보이는 오피스텔이 줄지어 있다. 이 중 기자가 찾아간 영타운 오피스텔은 전체적으로 고요하고 정갈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현관 비밀번호 입력 후 건물 안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면 긴 대리석 복도와 함께 다세대주택에선 발견할 수 없었던 전자무인택배함이 보인다. 건물 안에는 독서실, 헬스장, 클라이밍장 등의 편의시설도 마련돼 있다.

 

3개월째 이곳에 사는 ㅁ씨는 자취를 준비할 때 깔끔하고 안전한 주거를 원했다. 학교 앞 원룸은 월세가 저렴하지만 건물이 오래돼 벌레가 나올 수 있고, CCTV가 설치돼있지만 경비원이 없기에 위험한 상황에 대처하기 어려워 선택하지 않았다. 대신 환경이 쾌적하고 경비실이 24시간 운영되는 오피스텔에서 살기로 했다. 또 다른 오피스텔 거주자 ㅂ씨는 “지방에서 상경해 혼자 살기 때문에 부모님이 오피스텔을 권유했다”며 “상가로 이어지는 쪽문도 밤 10시 이후에는 출입이 금지돼 보안이 철저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학생들은 부담스러운 거주 비용과 공사 소음을 단점으로 꼽았다. 이대 푸르지오 오피스텔은 월세 85만원과 함께 약 14만원의 관리비도 부담하도록 한다. 영타운 오피스텔에 사는 ㅁ씨는 7평 방에 살면서 보증금 천 만원, 월세 73만원, 평균 관리비 약 13만원을 낸다. “에어컨이나 보일러를 사용한 적이 거의 없는데 전기세와 수도요금 관리비가 너무 많이 나와요. 공사장 바로 옆에 오피스텔 구역이 있어서 새벽6시부터 공사하는 소리에 잠이 깨는 게 불만이죠.”

 

영타운 오피스텔 부동산 관계자는 “한 학생은 오피스텔에서 계속 거주하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한다고 했다”며 “높은 월세를 감당하면서까지 안전이 보장되는 이곳에 살고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대 상권 원룸 밀집 구역

 

본교 앞 골목 상권에도 많은 학생이 거주한다. 옷가게 골목의 시끄러운 음악 소리와 관광객들의 방문으로 인근 거주 이화인들이 불편함을 겪고 있다. 김미지 기자 unknown0423@ewhain.net
본교 앞 골목 상권에도 많은 학생이 거주한다. 옷가게 골목의 시끄러운 음악 소리와 관광객들의 방문으로 인근 거주 이화인들이 불편함을 겪고 있다.
김미지 기자 unknown0423@ewhain.net

좁은 골목 양편에 옷, 신발 가게가 끝없이 펼쳐진 이대 상권은 공강 시간에 놀러 나온 학생과 관광객으로 언제나 붐빈다. 가게에서 크게 틀어놓은 노랫 소리는 시끄럽게 뒤섞여 골목에 울린다. 좁은 거리에 사람이 밀집된 탓에 길을 자유롭게 지나가기도 어렵다. 정문 앞 최대 유동인구를 자랑하는 이곳은 상업 지구로 불리지만 놀랍게도 본교 학생들이 거주하고 있다.

 

골목 상권 한가운데에 사는 본교생 ㅅ씨는 보증금 천만원, 월세 50만원, 관리비 6만원과 전기세를 별도로 지불해 옷가게 정면 건물 5평짜리 원룸에 거주하고 있다. 방에서 수업을 듣는 강의실까지는 도보로 15분 거리다. 그는 학교와의 거리, 가격 대비 방의 크기 등을 고려해 이곳에 머물기로 결심했다. “처음에는 아빠와 함께 다른 방을 보러 갔는데, 월세 55만원인 방이 충격적으로 좁은거예요. 이곳은 공용주방을 사용하긴 하지만 월세가 50만원이고 그 전에 봤던 방보다 넓었어요.”

 

가게들이 홍보를 위해 틀어놓은 노래 소리는 ㅅ씨의 방 안까지 선명히 들렸다. 팝송, 댄스 음악, 힙합 음악 등 여러 노래가 섞여 시끄러웠다. ㅅ씨는 가게들이 문을 닫는 밤에는 소음 피해가 없지만 오후에는 음악소리가 너무 커 저녁시간을 고요히 보내기 어렵다고 했다. “저는 소음에 덜 예민한 편이기는 한데 아마 이곳에 사는 다른 분들은 음악소리 때문에 힘들다고 말할 거 같아요. 노래뿐만이 아니라 밤에 술 마시고 소리 지르는 사람들도 있어요.”

 

인근 건물에 거주하는 ㅇ씨는 집 앞 골목이 혼잡해 등하교 시 진로 방해를 겪기도 한다. 그는 “빨리 가야 하는데 관광객들이 많아서 앞으로 나가지 못할 때 불편함을 겪었다”고 말했다.

 

※취재원의 거주지가 기사에 자세히 묘사돼 안전을 이유로 일괄 익명 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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