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 산업개발기구에서 컨설턴트로 일하는 박은지씨 제공=박은지씨
UN 산업개발기구에서 컨설턴트로 일하는 박은지씨 제공=박은지씨

 

편집자주 | 2030의 가장 큰 관심사는 취업을 비롯한 커리어 활동이다. 이러한 관심을 반영해 본지는 사회 각지에서 커리어를 쌓고 있는 이화인들의 이야기를 담은 ‘이화잡(job)담’을 1625호부터 연재하고자 한다. 이번 호에서는 국제공무원의 삶을 다룬다. UN 산업개발기구 에너지과에서 일하고 있는 박은지 프로젝트 컨설턴트(국제·18졸)를 만났다.

 

현재 일하는 기구와 맡은 업무는

UN 산업개발기구에서 일한다. 이곳은 UN이 설정한 지속가능한 발전목표(SDGs) 중 하나인 ‘혁신과 인프라 구축’을 개발도상국들이 달성하도록 돕는다. 본인은 현재 에너지팀에서 친환경 수소 프로그램을 담당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개발도상국에 친환경 수소를 어떻게 적용할지를 논의하는 일인데, 크게 파트너십 구축과 기술협력으로 나뉜다. 파트너십 구축은 수소와 관련된 지식 전파를 통해 정부 및 기업 관계자, 연구자들과 같은 다중이해관계자들을 집결해 대담을 진행하는 부분이다. 기술 협력 업무에서는 UN 산업개발기구가 개발도상국의 상황에 개입해 어떻게 탈탄소화를 도와줄 수 있을지를 논의한다. 최근 진행한 전문가 회의에서는 그린 수소를 개발도상국의 산업단지에 어떻게 적용할지와 다양한 국가의 수소 생산 및 산업 적용 사례를 논의했다.

 

UN 산업개발기구 직원의 하루 일과는

아침에 출근하면 이메일을 모두 확인한 후, 팀 내에 보고된 업무가 있다면 짧은 회의를 통해 계획을 세운다. 근래에는 10월31일부터 11월12일까지 진행되는 제26차 유엔기구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6·UN Climate Change Conference)를 준비했다. UN이 기후 변화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개발도상국에 어떤 도움을 주는지 등을 알릴 방법과 전략을 세우는 일을 하고 있다. 또 자금 제공을 위한 건의안을 작성하는 일을 했다. 최근에는 기후변화 관련 프로젝트를 위해 지원 및 후원하는 녹색기후기금(GCF·Green Climate Fund) 펀딩 건의안을 준비하고 있다. 해당 기금이 개발도상국의 역량을 어떻게 강화하고 얼만큼, 얼마 동안 기여할 수 있는지 협의를 통해 작성한다. 필요에 따라 보고서나 리포트를 통해 트렌드를 파악해 우리의 작업에 시너지 효과를 불러일으킬 방안을 모색하기도 한다.

 

UN에서 일하기까지 쌓은 커리어 활동은

학부생일 때 대외활동에 열심히 참여했다. 국제개발협력학을 복수전공 했지만, 이 분야는 현장 경험이 있어야 와닿는 부분이 있을 것 같아 다른 활동들도 알아봤다. 처음 했던 대외활동은 한국개발연구원 소속으로 지식 공유 사업에 참여해, 1년간 미얀마에서 인턴으로 활동한 일이다. 당시 경제수석이나 한국개발연구원의 연구진들과 함께 미얀마의 사회경제개발을 어떻게 돕고, 한국의 개발 경험 사례를 어떻게 공유할지 논하는 일들을 했다. 한국국제교류재단 소속으로 유럽의회에 인턴으로 파견되는 대외활동도 참여했다. 이때 커뮤니케이션 인턴 자격으로 유럽 의회에서 국제 개발 관련 사업의 데이터를 관리하거나 유럽 시민 대상 캠페인 기획 등을 도왔다.

졸업 후에는 영국의 런던 정경대학교에서 환경 개발 부문 석사과정을 밟았다. 대학원 졸업 후에는 외교부를 통해 국제에너지기구 인턴으로 파견됐고, 현재 속한 UN 산업개발기구에서 6개월간 일했다. 인턴 기간이 종료된 후 현재 직장에서 컨설턴트 제의를 받았는데, 정식 직원으로 승인될 때까지 4개월의 공백이 있었다. 이때 운 좋게도 영국 본부에 있는 파이낸셜 타임즈에서 제의가 있어 단기 프로젝트에 투입됐다. 당시 미국 시장을 대상으로 기후 관련 콘텐츠들을 제작했는데, 화석연료 관련 기관들의 담당자들과 인터뷰하거나 기후 문제와 관련해 어떤 기사를 내면 좋을지를 조사하기도 했다.

 

국제기구에서 일하기 위한 방법은

국제기구에서 일하기 위해서는 여러 방법이 있는데, 그중 외교부에서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통해 UN에서 국제기구 실무를 체험할 수 있다. 이러한 경험에는 인턴십이나 ◆JPO의 방법이 있다. 인턴십은 무급으로 일할 기회를 얻는 것이고, JPO는 국가에서 파견하는 UN 직원이라 본국에서 월급을 받는다. 이런 실무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실무 경험이 없는 사람들보다 채용에 훨씬 유리하다. 이들은 업무를 해 본 적이 있어 조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더 잘 파악하고,관련 업무에 대한 이해도가 더 높기 때문이다. 물론 이곳에서의 경험이 무조건 정직원 채용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유경험자를 채용할 확률이 더 높기에 인턴십 참여를 추천한다.

 

국제기구에서 일하기 위해 필요한 역량은

국제기구는 굉장히 다양한 영역을 포괄하기에 어느 정도의 관심과 동기가 있다면 누구나 도전할 수 있다. 거기에 개발도상국에 대한 이해가 어느 정도 요구되며, 자기만의 전문 분야가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자신이 에너지 전문가면 에너지와 관련된 트렌드를 잘 파악해야 한다. 에너지 분야의 관계자들과의 대화를 통해 협력관계를 구축해야 할 일이 있는데, 이때 전문 지식을 보유하고 있다면 이해도도 높고,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상사나 동료의 지도 없이도 일을 진행할 수 있어 자신만의 전문 분야가 있어야 한다. 또 지속적으로 트렌드에 맞게 보고서도 읽고 공부를 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외국어 능력 또한 중요한데, 영어는 필수적이며, 일하는 데에 지장이 없을 수준이 요구된다. 꼭 유창하지 않더라도 본인의 의사를 잘 전달하거나 문서 작성을 위한 수준의 영어면 충분하다. 제2외국어나 제3외국어도 하는 것을 추천한다. 언어는 다양한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스페인어를 통해 라틴아메리카 사업에, 프랑스어를 통해 아프리카 사업에, 아랍어를 통해 중동지역과 아프리카 지역의 사업에 참여할 수 있듯이 말이다. 자신의 역량을 펼칠 수 있는 스펙트럼이 넓어질 수 있으므로 영어 이외의 외국어도 공부하는 것을 추천한다.

어학은 교재 중심의 공부보다는 경험과 소통의 방식으로 배우면 좋을 것 같다. 회의가 많고, 관계자들과 이야기할 기회가 많은데, 이때 이들의 정서에 공감하고 문화를 이해하면 훨씬 소통이 잘 되기 때문이다.

 

해당 분야에서 힘든 점이 있다면

근래 환경문제가 심각한 상황이라 국제기구가 제대로 하고 있는 것인지 회의감이 들 때가 있다. 수소를 생산하는 방식은 다양한데, 그 방식에 따라 그린 수소(green hydrogen), 블루 수소(blue hydrogen), 그레이 수소(gray hydrogen)등으로 나눌 수 있다. 그린 수소는 신재생 에너지를 이용해 수소를 생산하는 방식으로 가장 추구해야 해야 할 분야지만, 세계는 여전히 이산화탄소가 발생되는 그레이 수소 방식을 이용하고 있다. 더불어 수소 분야는 신기술이어서 재생에너지를 실제 산업에 적용시키는 기술 도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당장 10년 후에 얼마나 기술이 발전할지 알 길이 없어 힘들다.

유럽의 경우 2050년까지 탈(脫)탄소, ◆탄소 중립의 실현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아직 아시아에는 친환경 수소가 무엇인지조차 모르는 국가가 있다. 이러한 정보 격차에 대한 고민이 많고, 이를 줄이기 위해 지식을 공유할 필요성에 대해 느끼고 있다. UN에서 구성원으로서 환경에 대한 개발도상국의 부족한 정보와 대응 능력을 채워주는 것이 목표다. 한국 또한 해외 대비 기후 변화 대처에 미흡한 부분이 많기에 환경과 관련해 한국의 부족한 점을 보완하고자 한다.

 

본교 재학생들에게 추천하는 교내 프로그램이나 봉사 활동이 있다면

‘국제개발협력학’이라는 연계 전공을 통해 누릴 수 있는 혜택이 많다. 해외 탐방 프로그램을 통해 스위스의 제네바, 프랑스 파리, 미국 뉴욕이나 워싱턴DC 등 세계은행이나 국제기구를 탐방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국제기구에 직접 방문하면 국제기구에 입사한 본교의 선배님들과 대화하는 시간이 있는데 현직자의 경험을 들으면서 해당 직종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알게 됐고 추후 직종을 선택할 때 큰 도움을 받았다.

교내 공지사항을 눈여겨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4학년 때 ‘미래설계장학금’에 지원해, 스위스 베른대학교 교환학생 파견을 지원받을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통해 익숙한 환경에서 벗어나 다른 나라 사람들과 교류하고 다양한 관점을 주고 받을 수 있었다. 코이카와 한국대학사회봉사협의회에서 진행한 해외봉사단원의 일환으로 우즈베키스탄을 다녀왔다. 상대적으로 개방적인 국가가 아니라 갈 기회가 흔치 않은데 학교에서 지원을 많이 해줘서 다녀올 수 있었다. 이 봉사 경험으로 서로 다른 문화를 공유할 수 있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고, 추후 국제를 무대로 근무할 때 의사소통에 있어 큰 도움이 됐다.

 

취업을 준비하는 재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조언은

강민아 교수님(행정학과)께서 “UN에 가는 것을 목표로 잡지 말고 UN이 널 찾아가는 인재가 되어야한다”고 말씀하셨다. 특정 직장에 속하는 것을 목표로 세우기보다 ‘개발도상국을 돕는 사람이 되겠다’와 같은 구체적인 목표를 세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시아 여성으로서 해외에 사는 일은 쉽지 않았다. 재밌는 일도 물론 있었지만 인종차별과 같은 힘들 일도 많았는데, 목표와 꿈이 있었기에 버틸 수 있었다. UN에 대한 환상이 있었는데 목표를 달성해보니 굳이 UN에 들어가지 않더라도 스타트업을 통해 기후 변화와 관련된 일을 할 수 있었다. UN이 최종목표가 아니라 내 목표를 이루는 과정이자 단추가 되도록 해야 한다.

 

◆JPO: 장래 정규 국제공무원을 희망하는 사람을 위한 채용 제도로, 일정기간 UN에서 직원으로 근무하게 함으로써 전문지식을 쌓고 실무연수의 기회도 제공하는 제도

◆탄소 중립: 배출량을 줄이고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방법을 통해 인간의 활동에 의해 발생하는 온실 가스의 양을 0으로 만들자는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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