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 이번 학기부터 새로운 디지털 코너가 매달 첫째 주 목요일 연재됩니다. 여러분의 동아리를 찾아가는 동아리 방문 박사, 줄여서 [동방 박사]입니다. 학보를 통해 여러분의 아늑한 동방과 동아리를 홍보해보세요. 학보 공식 인스타그램과 교내 커뮤니티 홍보글을 통해 신청하실 수 있습니다. 

 

철새가 도착하는 시기에 맞춰 새랑 부원들은 9월24일 오전10시 경 길동생태공원으로 탐조를 다녀왔다. 쌍안경을 들고 새를 관찰하는 ‘바다꿩’ 이현지(동양화·19)씨(왼쪽)와 아직 부화하지 않은 알인 류연주(뇌인지·18)씨. 김지원 사진기자
철새가 도착하는 시기에 맞춰 새랑 부원들은 9월24일 오전10시 경 길동생태공원으로 탐조를 다녀왔다. 쌍안경을 들고 새를 관찰하는 ‘바다꿩’ 이현지(동양화·19)씨(왼쪽)와 아직 부화하지 않은 알인 류연주(뇌인지·18)씨. 김지원 사진기자

중앙 야생조류연구회 새랑은 1985년 만들어졌다. 새에 대해 공부할 뿐만 아니라 직접 쌍안경과 필드스코프(망원경)를 챙겨 새를 만나러 다니는 탐조 등의 활동을 진행한다. 새랑 부원은 탐조를 열고 필드스코프를 직접 조작할 수 있는 ‘새’와, 아직 새가 되지 않은 ‘알’로 구성된다. 자격요건을 통과해 새가 되면 10년간 겹치지 않는 ‘새명’을 받게 된다. 한 학기에 50명에 달하는 부원이 활동하며, 교내 각기 부처와 협력하며 새를 사랑하는 마음을 키워가고 있다. 새랑은 상시 모집하고 최소 활동 제한은 없으나, 대개 1년 이상 활동하고 있다.

인스타그램 @saerang_ewha

 

'새랑'에게 물었다

학생문화관 517호에 위치한 새랑의 동아리방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은 새랑 현수막 앞에 선 '검은가슴물떼새' 고은별(영문·19)씨(왼쪽)와 '붉은왜가리' 박수연(컴공·19)씨. 김지원 사진기자
학생문화관 517호에 위치한 새랑의 동아리방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은 새랑 현수막 앞에 선 '검은가슴물떼새' 고은별(영문·19)씨(왼쪽)와 '붉은왜가리' 박수연(컴공·19)씨. 김지원 사진기자

새랑의 주요 활동들을 소개해주세요

주로 세 가지의 활동을 합니다. 우선 매주 목요일에는 도감을 보면서 새에 대해 공부하는 시간이 있습니다. 그리고 새를 보러 야외로 나가는 ◆탐조 활동을 합니다. 탐조에서 발견한 새는 ◆동정한 후 ◆야장에 기록합니다. 탐조 주최나 참가는 자율적이어서 사람에 따라 많이 가기도 하고 적게 가기도 합니다. 마지막으로 철새 도래지에서 새를 세는 ◆조사 활동이 있습니다. 

 

◆탐조 : 새를 관찰하는 행위. 새랑은 교외, 교내 탐조를 진행한다.

◆동정 : 새의 종류를 구별하는 행위. 새랑은 한국의 새 도감을 이용해 학습한 내용을 근거로 새를 동정한다.

◆야장 : 탐조를 다녀온 후 작성하는 기록.

◆조사 : 야생조류연구회 연합에 속한 대학들이 철새도래지를 나누어 일정 기간 동안 강을 방문한 새의 종류와 수를 확인하는 활동. 

 

탐조에서 새로운 새를 만날 때마다 새랑 부원들은 동정을 위해 도감과 인터넷을 샅샅이 확인했다. 김지원 사진기자
탐조에서 새로운 새를 만날 때마다 새랑 부원들은 동정을 위해 도감과 인터넷을 샅샅이 확인했다. 김지원 사진기자

새에 대해 무엇을 어떻게 배우는지 궁금해요

학술은 목요일마다 6시30분부터 7시30분까지 약 한 시간 정도 진행합니다. 한 학기에 여덟 번 내지 아홉 번 정도 학술이 이뤄집니다. 학술 활동에서 배우는 내용에는 새에 대한 내용도 있고, 조사를 나가기 전에 알아야 하는 부분과 장비에 대한 지식도 포함합니다. 학술 자료로는 조류도감인 '한국의 새'를 주로 다루고 인터넷 도감 및 관련 기사와 사진을 많이 참고합니다.

 

조류관찰대에서 열정적으로 새를 관찰하는 새랑 부원들. 이 날은 노랑할미새와 쇠물닭을 만날 수 있었다. 김지원 사진기자
조류관찰대에서 열정적으로 새를 관찰하는 새랑 부원들. 이 날은 노랑할미새와 쇠물닭을 만날 수 있었다. 김지원 사진기자

새를 보는 활동인 탐조와 조사는 어떻게 진행되나요

탐조 준비물은 도감, 쌍안경, 필드스코프(망원경) 정도입니다. 창경궁 같이 산새를 많이 보는 곳에서는 쌍안경을, 중랑천 같이 물새를 많이 보는 곳에서는 필드스코프를 많이 사용합니다. 그런데 동아리를 하다 보면 내 장비에 대한 욕심이 생기거든요. 그래서 도감이나 쌍안경은 공동구매를 하기도 합니다.

조사는 연합야생조류연구회에서 활동하는 개인 회원들과 서울대, 시립대, 그리고 본교 학생들이 함께 진행합니다. 서울대는 낙동강, 시립대는 제주도, 저희는 한강을 맡아서 철새의 수를 셉니다. 작년 대비 올해는 어떤 새가 많았고, 우점종은 어떤 새였는지를 기록합니다.

 

가장 최근 발행한 회지와 동아리 이름의 기원이 된 첫 회지, '너랑 나랑 새랑' 김지원 사진기자
가장 최근 발행한 회지와 동아리 이름의 기원이 된 첫 회지, '너랑 나랑 새랑' 김지원 사진기자

더 소개해주실 활동이 있나요

1년에 한 번 회지를 만들어 부원과 선배님들이 나눠 가집니다. 동아리에 '날적이'라고 부르는 방명록이 있는데, 이 중 깜찍한 페이지를 골라 회지에 넣기도 합니다. 첫 번째 회지의 제목이었던 '너랑 나랑 새랑'에서 지금의 동아리 이름을 따왔답니다. 올해는 못했지만, 코로나 이전에는 전시회도 했습니다. 역대 새랑의 포스터를 전시하고 학교에서 볼 수 있는 학교의 새를 소개하며 종합과학관 근처 옹달샘을 방문한 새 사진도 공유합니다. 부원들이 제작한 새탈 또한 전시합니다.

 

새에게 식수를 제공하는 옹달샘에서 나뭇잎 배를 타고 있는 상모솔새 제공=새랑

교내 다른 기관과 협력하는 경우도 있나요

새랑과 윈도우 스트라이크 팀은 별개이지만 비공식적으로 협력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저희도 새를 사랑하다 보니 ECC 윈도우 스트라이크가 신경 쓰이죠. 틈나면 ECC 바깥을 둘러보면서 혹시 부딪힌 새가 있나 확인합니다. 가끔 새랑 인스타그램으로 ECC 1번 출입구 앞에 새가 한 마리 죽어있다는 식의 DM(다이렉트 메시지)이 올 때도 있습니다. 그러면 저희가 윈도우 스트라이크 팀에 거기 새가 있으니까 확인해달라고 연락하기도 합니다.

종합과학관에 있는 옹달샘도 새랑과 관련이 있습니다. 옹달샘은 새의 식수를 제공하는 인공 물웅덩이인데 새가 오면 그곳에 설치된 카메라가 움직임을 감지해 영상을 남기고 그 영상이 동아리 컴퓨터에 저장됩니다. 옹달샘 영상을 맡은 부원이 데이터베이스를 관리하고 종종 단체 채팅방에 영상을 공유합니다. 

 

동아리 굿즈를 설명하는 고씨(왼쪽)와 박씨. “되게 진심인 거 같다. 우리. 근데 진심이긴 해요.” 김지원 사진기자
동아리 굿즈를 설명하는 고씨(왼쪽)와 박씨. “되게 진심인 거 같다. 우리. 근데 진심이긴 해요.” 김지원 사진기자

대동제때마다 인기인 새랑 굿즈, 어떻게 만들어지나요

본인이 갖고 싶은 굿즈가 있을 때 혼자 만들어서 발주하려면 돈과 시간이 많이 들고 수량도 너무 많이 나옵니다. 그래서 동아리 차원에서 만들어 판매하곤 합니다. 스티커, 부채, 열쇠고리 등 만드는 사람이 넣고 싶은 새를 그려 넣습니다. 외부에서 살 수 있는 물건도 아니고 귀여우니까 동아리 사람들도 많이 삽니다.

 

새랑 동방에 줄지어 진열된 새탈 중 하나씩 골라 쓰고 있는 고씨(왼쪽)와 박씨 이주연 사진기자
새랑 동방에 줄지어 진열된 새탈 중 하나씩 골라 쓰고 있는 고씨(왼쪽)와 박씨 이주연 사진기자

코로나 이전과 비교했을 때 어떤 점이 달라졌나요

예전에는 동아리방이 항상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다 같이 모여서 새 얘기도 하고, 사소한 잡담들도 많이 했습니다. 시험 시간에 오면 밤샘하는 사람도 있었고 자고 있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요즘은 사람이 많이 없어서, 불 꺼진 동아리방을 보면 허전하고 쓸쓸합니다.

코로나 이전에는 학술 활동을 위해 이화·포스코관 강의실을 빌려서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식으로 진행했습니다. 오프라인일 때는 강의실을 많이 채웠었습니다. 지금은 온라인으로 하고 있는데, 그래도 스무 명 넘게 참석하고 있어서 다시 오프라인으로 하게 되면 더 많이 오실 것 같습니다. 

작년에 새랑이 만들어진 후 처음으로 조사를 못 했습니다. 그래도 올해는 단계적 일상회복이 시작되면 조사가 재개될 것 같습니다.

 

필드스코프의 접안렌즈에 휴대폰 카메라 렌즈를 붙여 새의 사진을 찍는 ‘디지스코핑’ 으로 관찰한 왜가리 제공=새랑
필드스코프의 접안렌즈에 휴대폰 카메라 렌즈를 붙여 새의 사진을 찍는 ‘디지스코핑’ 으로 관찰한 왜가리 제공=새랑

동아리 활동으로 얻은 것이 있다면요

일단 중앙 학술동아리인 만큼 새에 관한 공부를 많이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새 하나로 옹기종기 모여서 밤새 떠들 수 있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도 좋아요. 새를 아끼고 좋아하는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즐거운 경험을 공유할 수 있다는 게 따뜻한 것 같습니다. 창경궁에 탐조 갔을 때 작은 새 한 마리를 보고 사람들이 다 모였어요. 조용히 관찰하고 귀여워하고 사진 찍어서 확대해보는데 웃음이 나더라고요.

 

새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통한 걸까. 부원들이 되솔새를 발견하고 동시에 쌍안경을 들었다. 김지원 사진기자
새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통한 걸까. 부원들이 되솔새를 발견하고 동시에 쌍안경을 들었다. 김지원 사진기자

활동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무엇인가요

◆새 이름을 부여받는 새명식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새명식은 단서를 듣고 새들이 정해준 새명을 맞추는 행사입니다. ‘귀엽다’, ‘닮았다’처럼 가볍게 시작해서 새의 특징을 하나씩 알려주고 마지막 두 단서로 이름을 알려줍니다. 예를 들어서 제 새명 ‘붉은왜가리’의 경우에는 마지막 단서 두 개가 ‘붉은’과 ‘왜가리’가 되는 거죠. 어쨌든 저는 마지막 단서까지 보고 나서야 제 새명이 ‘붉은왜가리’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그 자리에서 새 사진 액자를 안고 왜가리 이름을 못 불러줬다고 울었던 기억이 납니다.

◆새 : 탐조를 열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사람. 테스트 통과한 부원은 새명식을 통해 새명을 받게 된다. 새로 부화하는 새에게 새명을 줄 때에는 이 새명을 최근 10년 내의 누군가가 가지고 있는지 확인한다. 새랑에서는 (가능하면) 최소 10개 학번 이내에서 겹치는 사람이 없게 새명을 부여한다. 아직 새가 되지 않은 부원은 ‘알’이라고 부른다.

 

새랑 현수막 뒤에서 미소 짓는 고씨(왼쪽)와 박씨 이주연 사진기자
새랑 현수막 뒤에서 미소 짓는 고씨(왼쪽)와 박씨 이주연 사진기자

우리 동아리에서 제일 사랑스러운 부분을 자랑해주세요

동아리 사람들이 온통 새에 대한 애정으로 가득 차 있다는 점이 좋습니다. 마스크를 쓰고 있어도 새를 귀여워하는 표정이 다 느껴집니다. 무뚝뚝한 사람인 줄 알았는데 새 얘기만 하면 되게 좋아하고. 그러면 옆에서 보는 사람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집니다. 다들 새에 진심이라서 사랑스러워요.

탐조 전에 서로 챙겨주는 것도 좋은 문화 같아요. 탐조 가면 서너 시간씩 걸어 다니니까 초콜릿을 나눠주거나, 풀에 쓸리지 않게 긴바지를 입고 오라고 챙겨줍니다. 한여름에는 선크림도 빌려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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