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8월1일 본교 보직 발령에서 7명의 단과대학장이 취임했다. 본지는 4주간 이들과의 인터뷰를 싣는다. 1627호에서는 강태경 인문과학대학장과 최유미 조형예술대학장을 만났다.

 

강태경 인문과학대학장

1998년 3월 본교 영어영문학과 교수로 부임했다. 2002년 2월부터 2005년 1월까지는 언어교육원장을 맡았으며, 2010년 8월부터 2012년 7월까지는 통역번역대학원장을 역임했다.

 

강태경 인문과학대학장. 김지원 사진기자
강태경 인문과학대학장. 김지원 사진기자

현재 인문과학대학(인문대)의 당면 과제 및 중점 사업은 무엇인가

김은미 총장님이 부임해 새 집행부가 들어선 후 본교가 중점적으로 추진 중인 두 가지는 선도연구분야 10개와 미래형 도전연구분야 10개를 선정해 전폭 육성하는 ‘프론티어 10-10 사업’과 이화형 ◆플립 러닝(Flipped learning) 교육 모델로서의 ‘THE BEST’ 모형 구축이다. 이처럼 연구 부문과 교육 부문의 양 날개로 날아가는 것이 대학이라고 할 수 있다.

한편으로는 학교에 4년 단위로 새 집행부가 들어오면서 무언가 새로운 비전을 갖고 새로운 사업들을 추진하는 것이 당연하고 바람직할 수 있다. 이 사업들을 통해 목표하는 지향점을 설립해야 추진력이 생기기 때문이다. 문제는 집행부가 4년 단위로 바뀌다 보니 지속 가능성의 측면에서는 비효율적이라는 점이다. 그렇다면 집행부의 교체와 별개로 학교의 지속적인 힘이 어디에서 만들어지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기본적으로 바탕이 되는 인프라를 잘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며, 그 위에 프로젝트와 사업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주어진 자원과 재원은 한정적이기에, 프로젝트에 중심을 두다 보면 인프라 확충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소홀해질 수 있다. 인문대에서는 특히 이러한 점을 더 고려해 인프라 확충에 집중하고자 한다.

인문대는 다른 분야들과 달리 연구자들이 각자 개인적 사유를 통해 홀로 연구하는 개별적 연구의 성격이 강하다. 이는 연구 지원 사업이라고 불리는 프로젝트성 사업과는 본질적으로 잘 맞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분야와 같이 프로젝트성 사업을 인문대에 적용하게 되면 인문학 연구는 소외되기 쉽다. 교육 모델에 관해서도 제시된 하나의 모델을 따라가기 보다는 기존의 우수한 강의들을 발굴하고 소개하며 보상하는 것이 더 좋은 방법일 것이다.

따라서 인문대는 집행부에서 추진하는 비전을 지지하고 따라가면서도 더 나아가 인프라에 집중할 방안을 모색 중이다. 먼저 인문학은 사회적 효용성이 떨어지는 학문이라는 시각에 맞서, 사회적으로 인문학이 얼마나 큰 기여를 하는지를 스스로 입증할 필요가 있다. 앞으로는 교수들이 기존에 존재해 온 인문학의 ‘향기’와, 앞으로 필요로 하는 인문학의 ‘활기’를 강조해 함께 홍보하고자 한다. 또한 수업 모델도 본교가 추진하는 것에 일정 부분 호응하면서도 인문대 내부에서 좋은 수업 모델을 더 많이 발굴하고자 한다. 좋은 강의의 사례를 공유하고, 우수 사례에 대해서는 작더라도 보상도 제공하는 방안을 계획 중이다. 이처럼 본교의 큰 흐름을 따라가면서도 인문대만의 특성을 유지해 인프라를 단단히 다지는 것이 목표이다.

 

학관의 재건축 및 리모델링이 진행 중이다. 현재까지의 진행 상황은 어떻게 되며, 공사로 인해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

학관 건물의 일부만 재건축되고 나머지는 리모델링만 진행되는 점이 아쉽다. 건축법적 제한이나 재원 부족 문제, 기술적 한계 등으로 아주 부분적인 재건축만 진행되고 있다. 학관은 인문대 수업뿐 아니라 교양 수업도 많이 이루어져 많은 학생들이 오는 곳이다. 이러한 공간을 약 2년 동안이나 비우는 불편함이 있음에도 완전히 새롭게 바뀌지는 못하지만, 담당 부서인 관리처를 비롯한 모든 담당자들이 모두 열심히 일하며 주어진 여건 안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

또한 공사가 끝난 이후에는 기존 학관 강의실의 정형화된 책상 배열뿐 아니라 자유로운 배열도 구축해 열린 분위기의 수업과 학생들의 자유로운 사고 확장을 돕고자 한다.

부분적 재건축이라 하더라도 인문대의 집을 새로 짓는 큰 일인 만큼, 앞서 언급한 인문대의 새로운 향기와 활기를 새 집에 잘 불어넣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인문학 교육 강화를 위한 교육부의 코어 사업이 2019년부로 종료됐다. 해당 사업은 성과를 5년간 유지해야 하는데, 사업에서 추진한 부분에 대한 현황과 계획은 어떻게 되나

사업에서 얻은 부분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인문대의 기존 전공들이 더 많은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됐고, 이로 인해 기존의 프로그램들을 더 내실화하고 활성화할 수 있었던 점이다. 다른 한 가지는 인문경영, 인문예술미디어, 인문테크놀로지 3개의 융합전공을 만들어 인문대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한 점이다. 특히 인문예술미디어라는 전공은 굉장히 많은 학생들이 부전공 또는 복수전공으로 선택하고 있어 정식 전공으로 독립하면 좋을 것이라 생각한다. 학교 규정이나 편제에 있어서의 문제 등으로 인해 쉽지 않지만 오래지 않아 하나의 전공으로 독립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융합전공 개설을 기반으로 일반대학원에 미디어예술인문학협동과정도 신설해 2022년에 처음으로 신입생을 맞이한다. 기존의 교육을 바탕으로 새로운 교육 부문을 만들고 이를 기반으로 새로운 연구 부문도 만들어 내는 이상적 모델을 구축했다고 볼 수 있다.

결국 단순히 코어 사업 그 자체의 효과보다도, 그것을 통해 어떻게 창의적으로 더 많은 결실을 맺느냐가 중요하다.이 부분은 지난 몇 년간 인문대가 잘 해온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질문에 답하고 있는 강태경 인문과학대학장. 김지원 사진기자
질문에 답하고 있는 강태경 인문과학대학장. 김지원 사진기자

본교 인문대가 2019년 중앙일보 대학평가에서 취업률 65.8%를 기록해 인문계열 순수 취업률 1위를 달성했다. 학생들의 취업을 돕기 위해 앞으로는 어떤 노력을 할 계획인가

사실 취업률 1위 달성이라는 것에 자부심을 가져야 되는지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것이 인문학이다. 등수의 문제, 양적인 문제가 아니라 학생들 한 명 한 명이 자신의 적성에 맞는 직업을 발견하는 것, 그 직업 체계에 들어가는 것, 그리고 결국은 그것을 통해 그 개인의 삶이 얼마나 보람 있는 삶이 될 것인지가 인문학의 궁극적인 관심이다. 남들이 알아주는 직장에 가는지의 문제보다 그 개인의 적성에 맞는 일을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인문학은 이 세상이 가는 방향에 대해 시비를 걸어야 한다. 세상이 마냥 좋은 방향으로 가는 것은 아니다. 세상이 어떠한 방향으로 대열을 맞춰 가고 있을 때 인문학은 이를 따라가고 있다가도 그 자리에 우뚝 멈춰서거나, 또는 그 대열에서 한 발 빼고 뒤도 돌아보고, 그 방향의 끝에 뭐가 있는지도 살펴보아야 한다. 이것이 바로 인문학의 본질이고 가치다.

오늘날 혁신의 아이콘이라고 불리는 기업들이 과거의 재벌 기업들과 다름없이 문어발식 확장, 노동자 경시와 착취 같은 행태를 반복하고 있다. 이것이 계속되면 결국 높은 취업률을 달성하는 것이나, 개인적으로는 좋은 직장에 들어가는 것이 그 악순환 중 하나의 연결고리가 돼 줄 뿐이다. 학생들이 이에 대한 대안에 관심을 갖고 그것에 맞춰 자기 계발을 해 좋은 선택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 이를 위한 준비를 할 수 있는 교과 과정 외 프로그램이나 동아리 활동 등이 더 많이 만들어질 수 있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최근 학제 간 융합 교육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인문대는 루체테 사업의 일환으로 인문경영, 인문예술미디어, 인문테크놀로지 3개의 융합전공을 운영 중인데, 융합 인재 양성을 위한 또 다른 계획이 있나

융합이라는 말 자체에 서로 다른 무언가가 있음이 내포돼 있다. 그 다른 것들을 어떠한 방식으로든 합쳐보는 것이 융합이다. 그러려면 우선 다양성의 공존이라는 인프라가 다져져 있어야 한다. 융합전공 중 하나인 인문예술미디어도 기존 전공들에 존재하던 부분들을 모아 융합함으로써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것이다. 이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했기에, 이러한 모델을 다시 한 번 만들어 볼 수 있다. 인문대 안에 존재하는 기존 전공들의 특수한 부분들을 끌어모아 다른 융합을 시도할 수 있는 것이다.

최근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 AI에 관한 융합을 생각해볼 수 있다. 보통 기술 과학 측면에서의 AI를 주로 얘기하지만, 인문학을 바탕으로 한 담론이 AI의 한 속성이 되도록 하는 방향도 있다. 이화만의 AI 모델은 무엇인지에 대한 답을 내릴 때, 젠더 문제와 연관지어 성인지 감수성을 갖춘 AI 모델을 구상하는 방향도 있겠지만 이뿐만 아니라 모든 윤리적인 측면에서 인간을 위한 AI가 되도록 하는 모델도 생각해볼 수 있다. 이처럼 인문사회학적 관점을 심은 것이 이화만의 AI가 될 수 있기에 인문학이 기여할 부분이 분명히 있다. 연구 부문에서 이러한 분야에 관심이 있는 교수들이 이야기를 시작하고 있는 단계이다. 결국 인프라 내의 다양한 기존 전공들이 튼튼해야 이를 바탕으로 제대로 된 융합을 도모할 수 있다. 계속해서 소재들을 발굴하고, 또 그것들이 하나의 융합전공으로 발전될 수 있는 길을 모색하려고 한다.

 

이화인에게 전하고 싶은 말

인문학의 향기와 활기를 대내외적으로 전파하기 위해 인문대 인스타그램(Instagram) 계정을 새로 만들었다. 해당 계정에 뉴스나 이벤트도 올리겠지만, 기본적으로 ‘이 주의 인문학 명언’과 같이 학생들이 한 마디의 짧은 구절을 꾸준히 볼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유명한 철학자나 작가 등이 남긴 가슴에 와닿는 말을 매주 올릴 예정이니 많은 학생들이 그 말에 위안도 얻고 지혜도 얻어 갔으면 좋겠다.

명언 중 하나를 소개하고자 한다. 19세기 미국의 문필가, 철학자이자 사회운동가이기도 했던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보조를 맞추지 못해 대열을 흩트리는 자는 아마도 다른 북소리를 듣고 있는지 모른다’는 말을 했다. 다들 둥둥둥, 다들 돈 돈 돈, 대기업 대기업, 취업 취업. 인류가 이러한 길을 계속해서 걸어왔지만 이로 인해 세계가 좀 더 살기 좋은 곳이 됐는가? 아니라는 것을 모두가 안다. 그렇다면 그저 그 목소리에 장단 맞춰 따라가기 보다는, 걸음을 멈춰 도대체 이 대열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앞을 내다보는 인문정신이 필요하다. 인문학은 크게 울리는, 모두가 다 발맞춰 따라가는 북소리가 아닌, 무언가 다른 북소리를 듣는 훈련이며 그것을 듣는 방법을 탐구하는 것임을 기억해줬으면 한다.

 

◆플립 러닝: 온라인을 통한 선행학습 이후 오프라인 강의를 통해 교수와 토론식 강의를 진행하는 '역진행 수업 방식'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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